모든 시민은 기자다

하드콜 논란, '무더기 벌금'으로 해결할 순 없다

[주장] 하드콜 취지에는 공감, 심판들의 적용 기준 제각각이 문제

등록|2024.11.18 16:28 수정|2024.11.18 16:28
프로농구에 최근 판정 불신으로 인한 갈등이 속출하고 있다. 원주 DB의 김주성 감독에게 최근 심판 판정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제재금이 부과됐다.

KBL(한국프로농구연맹)은 지난 11월 16일 서울 강남구 KBL 센터에서 제30기 제5차 재정위원회를 열고 김주성 감독에게 제재금 70만 원을 부과했다. 김 감독은 지난 12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격렬하게 항의하다가 퇴장당했고,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선 심판 판정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KBL 재정위는 '공식 인터뷰 시 심판 판정 관련 발언'을 한 것을 두고 KBL에 대한 비방행위로 간주했다. DB는 김주성 감독만이 아니라 통제구역에 무단출입했던 DB 권순철 단장과 경기 종료 후 코트에 남아있었던 이흥섭 사무국장 등에게도 각각 제재금 50만원과 경고 조치를 내렸다.

또한 DB의 아시아쿼터 외국인 선수인 이선 알바노는 지난 14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전 이후 공식 인터뷰에서 심판 판정 관련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역시 제재금 70만원 징계를 받았다. 당시 알바노는 기자회견에서 "심판들의 판정에 일관성이 없다, 판정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 11일 경기도 수원KT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수원 KT와 안양 정관장의 경기. KT 허훈이 정관장 정효근에게 파울 당하고 있다. ⓒ 연합뉴스


판정 둘러싼 갈등

최근 프로농구에서 판정을 둘러싼 갈등은 DB만의 문제가 아니다. 김효범 서울 삼성 감독은 지난 10월 27일 서울 SK와의 경기 직후 "씨름하는 농구를 누가 보고 싶겠느냐"는 발언으로 역시 제재금 70만원을 부과받았다. 당시 김 감독은 자팀 외국인 선수 코피 코번이 계속 거친 수비를 당하는데도 파울콜이 제대로 불리지 않았다며, 판정 기준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또한 KT의 가드 허훈은 지난 7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정관장과의 원정 경기에서 역전패한 뒤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광고판을 발로 찼다가 제재금 20만원을 부과받았다.

허훈은 경기 막판 속공을 시도하다가 상대 선수인 배병준에게 막혀 넘어졌다. 하지만 심판은 이 플레이를 파울로 보지 않았고, KT는 종료 1.6초 전 정효근에게 자유투 두 개를 내주며 1점차 역전패를 당했다. 경기가 끝나고도 한동안 코트를 떠나지 못하고 심판에게 항의를 계속하던 허훈은 결국 분노하여 코트를 나가다가 광고판을 걷어찼다. KBL은 허훈의 이 행동을 비신사적 행위로 규정했다.

최근 판정을 둘러싼 연이은 잡음은 올 시즌부터 새롭게 강화된 KBL의 '하드콜(정당한 몸싸움을 인정하는 심판 판정)' 흐름과 관련되어있다.

프로농구 감독 출신으로 지난 7월 취임한 유재학 KBL 경기본부장은 "농구라는 종목의 특성과 국제농구의 흐름을 반영하여 경기흐름이 불필요하게 끊기지 않도록 KBL도 하드콜 적용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밝힌 바 있다. 농구팬들도 하드콜이 한국식 농구의 고질병으로 불리우는 소극적인 몸싸움이나 플라핑(눈속임플레이)를 방지하고 보다 역동적인 플레이를 장려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정작 하드콜 도입 이후 현장에서는 의구심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하드콜을 지지했던 농구팬들도 최근의 판정기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거론하는 대목은, 정상적인 몸싸움을 인정하자는 하드콜의 취지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심판들의 적용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판정에 일관성이 없다는 데 있다.

허훈은 이미 광고판 발차기 사건 이전부터 하드콜에 대하여 꾸준히 비판적인 소신을 밝혀온 선수였다. 허훈은 지난 10월 시즌 개막을 앞둔 컵대회 인터뷰에서 "하드콜의 취지를 잘 모르겠다. 저도 거칠게 상대와 부딪히는 경기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기준이 없다. 이게 농구인가 UFC(종합격투기) 인가 싶다"며 작심발언을 날린바 있다.

김주성 감독 역시 문제의 SK전 직후"그동안 많이 참아왔는데, '이건 좀 아니다' 싶을 정도로 판정이 석연치 않다. 선수들이 억울한 판정을 받았을 때 감독으로서 달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개선책 논의 선행돼야

하드콜과 판정기준에 대한 찬반양론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지금처럼 현장의 이의제기를 무시하고, 그저 징계로 억누르려고 하는 게 과연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까 하는 의구심이다.

어차피 기업 구단들이나 이미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나 감독에게 그 정도 제재금이 큰 의미있는 액수는 아니다. 하지만 제재금 남발로 인하여 현장의 목소리가 위축되고 KBL의 일방적인 불통 이미지가 더 악화된다는 게 문제다.

KBL의 방향성이나 심판의 판정이 존중받아야 하는 것처럼, 현장에서 매일까지 승부를 치르는 선수와 감독의 목소리 역시 마찬가지다. 누구보다 심판 판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선수단이 판정에 대하여 말할 권리가 없다고 한다면, 과연 누가 나서서 잘못된 판정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할 수 있을까.

KBL로 정말로 하드콜 적용이나 심판들의 일관성있는 판정기준에 자신감이 있다면, 선수와 감독들의 입을 틀어 막으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먼저 확실한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함께 개선책을 논의해야 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