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의제기 240여 건, '모든 문항 이상 없음' 판정 날 듯
언어와 매체 44번, 영어 24번 '정답 없음' 논란 일어
▲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 밖으로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의신청을 받은 결과, 게시글이 18일(월) 오전 11시를 기준으로 총 24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원은 18일 오후 6시까지 이의신청 접수를 마무리한 후, 약 1주일 동안 해당 문항에 대한 심사를 거쳐 26일 오후에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18일 오전 11시까지 접수된 이의신청 문항 수는 국어 61건, 수학 7건, 영어 62건, 한국사 7건, 사회탐구 92건, 과학탐구 14건, 직업탐구 1건, 제2외국어/한문 1건 등 총 245건에 이른다. 이 중에는 중복된 의견이거나 듣기평가 음질 등 평가 문항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게시글도 상당수에 이르러, 실제 이의 심사 대상 문항은 100건 미만일 것으로 보인다.
국어 영역에서는 선택과목인 <언어와 매체> 44번 문항에 관한 의견이 33건으로 전체 61건의 54%에 달했다. 고등학교 학생회에서 제작한 축제 안내 팸플릿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을 고르는 문항인데, 이의신청을 제기한 다수 수험생은 정답으로 발표된 1번 선택지 "각 행사별 진행 절차를 순서도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는 진술이 틀리지 않다고 주장했다. '진행 절차'나 '행사 일정'이 사실상 같은 의미이므로 해당 문항은 '정답 없음'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영어 영역은 글의 제목을 추론하는 24번 문항이 상당한 논란에 휩싸였다. 24번 글의 요지는 "Selfie(셀카)는 자화상(self-portrait)이 오랜 역사를 통해 진화한 결과이고, 자기표현의 욕구가 현대 과학기술의 혁신을 만나 대중적으로 확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평가원이 발표한 정답은 ⑤Selfies, the Latest Innovation in Representing Ourselves였는데, ③The Selfie: A Symbol of Self-oriented Global Culture가 더 적절한 제목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3번과 5번 둘 다 적절한 제목이 아니므로 정답이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능 역사상 오류가 인정된 사례는 모두 여덟 번이다. '미궁의 문' 문제로 유명했던 2004 수능 언어 영역 17번(복수정답), '단원자 분자 이상기체'라는 조건을 누락하여 생겨난 2008 수능 물리Ⅱ 11번(복수정답), 서울고등법원 판결로 뒤늦게 출제 오류가 인정된 2014 수능 세계지리 8번(정답 없음), percentage와 percentage point 용어 혼선이 빚어진 2015 수능 영어 영역 25번(복수정답), 행정소송 끝에 오류가 인정된 2022 수능 생명과학Ⅱ 20번(정답 없음) 등이 그것이다. 전문가집단 자문 결과 또는 법원 판결로 오류가 확정된 경우가 많다.
이의신청 문항에 대한 심사는 '이의심사 실무위원회'의 심사와 '이의심사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 판정이 이루어진다. '이의심사 실무위원회'는 교과 영역별 출제위원장과 기획위원(교수+평가원) 그리고 출제 미참여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이상 없음' 결론이 나오면 '이의심사위원회'에서 뒤집히는 일은 흔치 않다.
모든 문항 '정답 이상 없음'?
▲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 및 정답 이의신청 게시판지난 14일 치러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 및 정답 이의신청 게시판(한국교육과정평가원 누리집 화면 갈무리)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전문가들은 지난 14일 치러진 2025학년도 수능은 대체로 난도가 높지 않았고, 수학이나 과학 문제에서 필수조건을 빠뜨리는 등의 명시적 오류가 발견되지 않아, 평가원에서 "모든 문항 정답 이상 없음"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언어와 매체 44번, 영어 24번 문항이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출제 오류로 인정될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다만, 치명적 오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일부 문항의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경우, 무조건 "이상 없음" 처리하지 말고 어느 선까지는 심사 결과를 적극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출제위원은(법령상 출제 참여 여부를 밝혀선 안 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정답 이상 없음' 이렇게 발표하다 보니, 수능 이의신청 제도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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