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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입틀막 정권? '대통령 골프' 취재기자 핸드폰 뺏고, 경찰 신고

언론노조 "언론 탄압, 반헌법적 권한 남용"... 경호처 "법률과 규정 따른 적법 조치"

등록|2024.11.19 09:32 수정|2024.11.19 09:35

▲ 골프장에 출입하는 대통령을 취재한 CBS노컷 기자 ⓒ CBS노컷 유튜브 갈무리


골프 치는 윤석열 대통령을 취재하던 기자가 경호처 직원으로부터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겁박까지 당해 논란입니다.

지난 9일 CBS노컷뉴스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골프를 치기 위해 서울 노원구 태릉체력단련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이 공천개입 의혹과 김건희 여사 논란 등에 대한 대국민사과를 한 지 이틀 뒤였습니다.

CBS노컷뉴스 기자에 따르면, 기자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자주 골프를 친다는 정보를 접하고 공개된 골프장 입구에서 이른바 뻗치기(취재 대상이 나타날 때까지 계속 기다리는 취재 방식)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 9일 오후 경찰 오토바이를 동반한 경찰이 교통신호를 통제하자 대통령이 온다는 것을 눈치채고 곧바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기자가 골프장 울타리 밖에서 윤 대통령의 골프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대기하던 중 갑자기 의문의 남성이 뛰어왔습니다. 이 남성은 촬영을 방해하기 시작했고, 잇따라 뛰어온 7~8명의 남성들은 기자를 에워쌌습니다.

이들은 신분과 소속을 밝히지 않고 기자에게 휴대전화를 건네라고 윽박질렀고, 기자가 거부하자 강제로 휴대전화를 강탈해 갔습니다. 기자가 신분을 밝히고 강력 항의했지만 경호처 사람들은 정보 출처를 캐묻는 등 즉석에서 취조까지 했습니다. 아울러 경호처는 기자를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기자를 건조물침입 혐의로 임의동행해 조사했고, 다음날 사건을 서울청 광역수사단에 배정했습니다.

[대통령경호처 소속 직원] "저는 대통령경호처의 경호OO입니다. 여기는 지금 사전에 공표라든가 이런 건 없지만 대통령경호처의 대통령 경호 등에 관련된 법률에 의해서 지금 경호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경호하는 입장에서는 '경호 위해' 행위로 현재 저희들이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신원하고 목적하고 이런 것들을 좀 알아야 되겠습니다. "

[기자] "CBS노컷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경호처 소속 직원] "그러면 CBS 측에서 지금 취재를 하고 계신 건가요? 취재가 이게 취재, 취재가 아닙니다. 제가 봤을 때는 취재가 아닙니다. 대통령 경호를 하는데 갑자기 이렇게, 이게 좀 뭐라고 할까 저희 입장에서는 이게...

[대통령경호처 소속 직원B]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 우리도 VIP 일정을 대외비로 분리를 하고 있는 부분이긴 한데. 그래서 이제 한 번 제가 여쭤보는 거예요. 이게 굉장히 우리한테는 중요한 거거든요. 다른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진짜로. 우리도 내부적으로 굉장히 관리를 하고 있는 부분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어떻게 아신 거예요?"

경호처의 황당 취조... 이미 9월말 국회에 나온 대통령 골프장 출입 정보

경호처 직원은 기자에게 윤 대통령의 일정을 어떻게 알았는지 취조하듯 물었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골프장에 자주 출입한다는 소식은 정치부 기자라면 다 아는 정보였습니다.

지난 9월 24일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8월 24일 성남 한성대 골프장과 8월 31일 서울 태릉 골프장, 9월 8일 남수원 골프장에서 기존 예약자를 물리치고 대통령이 골프를 쳤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께서는 골프를 전혀 안 치신다고, 10년 이상 안 치셨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님께서도 골프를 칠지 모른다고 한다"며 "이렇게 아니면 말고 식으로 하는 게 맞나"라고 반박했습니다.

한 의원은 경호처장으로 윤 대통령을 보좌했던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최근에는 대통령이 골프를) 안 치셨죠?"라고 물었고, 김 장관은 "저는 그런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입틀막... 언론노조 "경호처의 과잉충성, 명백한 언론탄압"

대통령에 항의하다 입 틀어막힌 KAIST 졸업생2월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전국언론노동조합 CBS지부는 "태릉 군 골프장 앞은 평소 일반인에게 공개된 장소였고 당시에도 단풍 사진을 찍으려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면서 "금지구역이나 비밀 장소를 들어간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기자가 골프장 울타리 밖에서 대기 중이었는데도 과도한 경호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대통령실 경호처와 경찰은 태릉 골프장 입구에서 윤석열 대통령 골프 일정을 취재하던 CBS 기자의 취재용 휴대전화를 빼앗고 건조물 침입죄 운운하며 겁박했다"면서 "시민이 자유롭게 오가던 공개 장소에서 대통령 골프 일정을 취재하던 언론인의 현장 취재를 강제로 중단시키고 방해한 명백한 언론 탄압 행위"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의 친교를 위해 골프 연습을 8년 만에 재개했다는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국민에게 둘러대던 용산 권력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 언론인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취재를 방해하는 일에는 진력을 다했다"면서 "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전무하고, 일반인이 통행하는 공개 장소에서 행해진 취재 행위까지 과도하게 제지하고 휴대전화까지 빼앗은 행위는 대통령실 경호처의 도를 넘는 과잉 충성이자 반헌법적 권한남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노조는 "북한이 보복을 다짐한 날 골프 치는 대통령을 취재하는 기자에겐 언론 자유와 독립이 보장되어야 마땅하다. 골프장 울타리 밖에서 골프 치는 대통령을 바라보고 기록하려는 기자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대통령실 경호처와 경찰은 잘못을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골프 논란'에 대한 국민의 물음에는 '입꾹닫'하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입틀막'하는 윤석열 정권의 행태가 참으로 후안무치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공보단은 18일 성명을 내고 "대통령의 골프가 국익을 위한 일인지 아니면 사적 유흥인지 확인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언론의 검증"이라며 "언론사가 대통령의 골프 현장을 취재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언론의 역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공보단은 "경호처는 현장에서 언론인의 신분을 확인하는 등 최소한의 조치로도 경호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취재기자의 핸드폰을 강탈하고, 심지어 입건까지 한 것은 경호의 이름으로 취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은 권력을 잡자마자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사태 등 비판 언론 옥죄기를 시도하고, 언론인과 언론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언론탄압까지 자행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대통령 경호처는 "신원불상자들이 경호구역에 무단 침입해 적발되자 도주했고, 이들을 추적해 붙잡아 경찰에 인계했다"며 "법률과 규정에 따른 적법한 조치"라고 해명했습니다. (반면 CBS지부 관계자는 언론에 '도주하지 않았고, 불법적인 상황이 아니었다'고 반박했습니다, 편집자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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