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신예의 활약 "홈 트랙 이점 마음껏 누렸죠"
[인터뷰] 7년 만에 열린 평창 스켈레톤 월드컵 김지수·심형준 선수
▲ 2024-2025 IBSF 스켈레톤 2차 월드컵 평창 대회에 출전한 김지수 선수가 피니시 라인에 들어서고 있다. ⓒ 박장식
7년 만에 평창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에이스' 정승기 선수가 이탈했지만 대표팀의 활약은 여전했다. 자신을 슬로우 스타터라고 칭하던 '베테랑'이 첫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냈고, 월드컵 데뷔의 신예 역시 데뷔전답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베테랑 김지수(강원도청) 선수는 1차 대회에서 7위, 2차 대회에서 5위를 기록하면서 평창 홈을 찾은 동료 선수들에게 '홈 트랙'에서의 저력을 보여줬다. 생애 첫 월드컵 데뷔를 홈 트랙에서 하는 기쁨을 누린 심형준(가톨릭관동대) 선수는 1차 대회 22위·2차 대회 23위를 차지하며, 25위 안에 들어야 누릴 수 있는 2차 시기 주행을 놓치지 않았다.
"월드컵에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
▲ 2024-2025 IBSF 스켈레톤 1·2차 월드컵 평창 대회에 출전한 심형준 선수. ⓒ 박장식
심형준 선수는 국가대표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선수다. 지난 시즌 북아메리카컵 5·6차 대회에서 연달아 1위를 차지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시즌의 시작은 '홈 트랙' 평창에서 월드컵에 배정된 출전권 자리까지 꿰차는 데 성공했다.
첫 월드컵 긴장을 딛고 가능성을 보여줬던 심형준 선수였다. 첫 월드컵에서는 첫 주행 54초 74의 성적에 올랐지만, 두 번째 주행에서 53초 92를 기록, 합계 1분 48초 66의 성적을 올렸다. 특히 2차 시기는 금메달에 오른 크리스토퍼 크로테어(독일), 은메달을 따낸 마르쿠스 와이어트(영국)보다도 0.5초가량 빨랐다.
심형준 선수는 "홈에서 월드컵이 7년 만이라고 들었다. 뛸 수 있다는 것에 먼저 감사하면서도,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뛰니까 굉장히 신기하고 긴장되더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월드컵에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사실 연습이나 아시안컵 때만큼 완벽하게 잘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시안컵과 연습 때는 생각 없이 막 뛰었던 것 같은데, 월드컵은 막상 긴장되더라"라면서도 "그래도 첫 월드컵인 만큼 성적에 만족하고 있다"며 소감을 드러냈다.
이번 대회에서 함께 뛰지는 못했지만, '선배' 정승기 선수의 응원도 그가 잘 뛸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였다. 심형준 선수는 "승기 형이 많이 응원해 줬다. 월드컵도 다른 대회들이랑 똑같으니까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잘하라고 해줬다"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목표는 월드컵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심형준 선수는 "월드컵에서는 처음 타는 트랙이 유럽에 많은 만큼 공부도 많이 하고 있는데, 알텐베르크(독일)가 가장 어렵다고 해서 영상도 돌려보곤 한다"라면서 "기회가 된다면 8차 대회는 물론 세계 선수권까지 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어린 후배들에게도 좋은 경험 됐을 것"
▲ 2024-2025 IBSF 스켈레톤 2차 월드컵 평창 대회에서 5위를 기록한 김지수 선수가 시상식에서 아내에게 꽃다발을 전달받은 뒤 포옹하고 있다. ⓒ 박장식
'대표팀 맏형', 김지수 선수 본인이 말하는 자신의 시즌은 '슬로우 스타터 모드'다. 1차 월드컵부터 해외에 나가야 하는 탓에 시차 적응이나, 식사 적응 등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홈 트랙에서 첫 월드컵을 시작한 그는 1·2차 대회에서 모두 'Top 10' 안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김지수 선수는 1차 대회에서 7위에 올랐다. 온도가 올라 라인을 잡기 어려웠던 슬라이딩 센터의 상황에서도 다른 선수들과 달리 무너지지 않았다. 첫 주행에서 53초 10을, 두 번째 주행에서 54초 16을 기록한 김지수 선수는 도합 1분 47초 26의 성적으로 7위에 올랐다.
2차 대회에서는 51초 76으로 첫 시기 주행을 한 데 이어, 2차 시기에서는 51초 64의 좋은 모습에 힘입어 합계 1분 43초 40로 5위를 기록했다. 5위에 오른 덕분에 6위에게까지 허락되는 '스몰 메달'을 수상한 김지수 선수는 현장을 찾은 아내에게 꽃다발을 건네받는 영광의 순간 역시 경험했다.
김지수 선수는 "홈 트랙 이점이 큰 종목이다 보니, 한국에서 월드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많은 분이 고생해 주신 덕분"이라며 "어린 후배들이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를 홈 트랙에서 한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어린 친구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함께 출전한 심형준 선수에게도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환경이 바뀌니까 긴장을 한 것 같다"며 "이제 시작이니까 나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주리라고 믿는다"라고 응원했다.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해외 선수들은 어떤 소감을 전했을까.
김지수 선수는 "해외 선수들이 한국에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평창 트랙이 까다롭다고 말하더라. 2차 때는 날씨가 좋았지만 1차 월드컵 때는 더워서 변수가 많았다 보니까, 쉽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더라"면서 "특히 월드컵이니까 나 역시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참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정)승기랑 10년 가까이 시즌을 안 나간 적이 없는데, 승기가 부상 때문에 늦게 합류하는 것도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심)형준 선수를 그래서 잘 챙겨주려고 한다"며 "평창에서 좋은 기운을 얻었으니 나머지 시합도 느낌 잘 살려서 잘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지수·심형준 선수는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해 오는 23일 옌칭(연청)에서 열리는 3차 대회에 출전한다. 이어 선수들은 유럽·북미 등으로 향해 8차까지 이어지는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레이스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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