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만공사의 산안법 위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의미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 범위 확대에 대한 대법원의 의미 있는 판단
14일 대법원에서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과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않는 건설공사발주자'에 대한 판단 법리를 밝힌 매우 의미있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2020년 6월 3일 인천항만공사에서 발생한 소위 '갑문 노동자 사망사건'에 대하여 대법원 유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원심 법원으로 다시 돌려보냈다. 1심에서 유죄였던 판결이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가 대법원에서 다시 유죄로 뒤집힌 거다. 그만큼 법리적 쟁점이 있었다는 것인데, 바로 2019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아래 '산안법'이라 한다)에서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의 구분과 해당 여부에 대한 법리해석이었다.
개정 산안법서 도급인 범위 확대됐으나 법원 판단 엇갈려
2018년 12월 김용균 노동자 사망을 계기로 우리 사회 만연한 '위험의 외주화'로 불리는 도급인의 안전·보건에 책임회피를 막기 위해 28년 만에 산안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도급인의 범위가 이전 산안법에 비해 전면 확대되었다. 구 산안법은 '도급사업 시의 안전·보건조치와 관련하여 사업의 일부 또는 전문 분야 공사의 전부를 도급 주는 사업주 중 그 사업주의 근로자와 수급인의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도급 사업주에게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했다.
반면, 개정된 산안법에서는 '도급의 의미를 명칭에 관계없이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타인에게 맡기는 계약이라 정의하고 도급인의 경우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자신의 근로자뿐만 아니라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하여도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도록 변경했다. 다만, 산안법 개정 당시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인 '건설공사발주자'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이러한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할 경우 산안법상 도급인 의무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두게 되었다.
이러한 예외규정을 둔 것은 건설공사의 전문성을 고려할 때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할 능력이 없는 사업주에게는 도급인의 범위에서 예외적으로 제외하도록 한 것인데, 이후 이 조항은 건설공사를 발주한 도급업체에서 형사재판시 면책의 근거로 반복하여 사용되었고 하급심 판결도 그동안 이 조항에 대하여 일관되지 못한 판단을 했다.
대법원, 건설공사 도급인 여부에 대한 규범적 판단기준 제시
1심 법원은 인천항만공사와 당시 사장을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으로 판단하고 산업재해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를 사망하게 한 혐의를 인정하여 유죄(사장에게는 1년 6월의 실형을, 인천항만공사에게는 벌금 1억 원)를 선고했다.
그런데 2심은 산업안전보건법의 도급인 판단시 건설공사발주자를 예외로 둔 취지를 강조하여 '인천항만공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이 제외되는 건설공사발주자'라고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하여 1심과 2심의 판단이 엇갈렸는데 이는 개정 산안법상 도급인을 판단하는 법리를 정반대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현행 산안법상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를 판단하는 기준이 제시되었다.
대법원은 '개정 산안법의 규정 체계, 입법경위와 함께, 개정법상 도급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는 수급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와 중첩적으로 부과되는 것으로' 보고, '개정 산안법이 관계수급인 근로자 사망에 관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한 것은 종래 도급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를 한정적으로만 인정하고 그 의무 위반에 대하여도 제한적으로 형사처벌하던 것에 비하여 의무 인정범위가 확대한 결과 사망사고에 대한 도급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여 도급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예방함으로써 근로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적 결단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먼저 밝혔다. 도급인에게도 산업재해 예방의 의무와 사고발생의 책임을 폭넓게 묻겠다는 입법취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판단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러한 법의 취지를 고려한 상태에서 건설공사의 도급시 도급인의 범위는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자에 한정'하겠다는 제한 사항 역시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다음과 같은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사망한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와 관련하여 산안법상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도급인에 해당하는지'는 산안법 개정 경위와 취지와 함께 '도급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도급 사업주가 해당 건설공사에 대하여 행사한 실질적 영향력의 정도, 도급 사업주의 해당 공사에 대한 전문성, 시공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법리를 제시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기준에 따라 '인천항만공사 사건에서 피고인 공사는 항만의 핵심시설인 갑문의 유지·보수에 관한 업무를 주된 설립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전담부서를 두고 있고, 여러 증거들을 통해 갑문 보수공사의 설계, 시공, 감리 등 준공까지의 전 과정을 기획하고, 설계도면도 직접 작성하고, 수급업체의 보수공사 공정률을 매주 점검하면서 공정상황을 고려하여 설계도면을 직접 변경하는 등 갑문 보수공사 과정의 전문성은 갖고 있으며 전체 갑문시설 정비·보수 작업의 일부를 시행하기 위해 보수공사를 도급한 것인 바, 피고인 인천항만공사는 갑문 정기보수공사에 관한 높은 전문성을 지닌 도급 사업주로서 수급인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았다.
이어 '인천항만공사는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공사 시공자격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갑문 정기보수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자로서 단순한 건설공사발주자를 넘어 수급 사업주와 동일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중첩적으로 부담하는 산안법상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도급인의 사업장 내에서 이루어지는 건설공사에 대하여 도급인이 실질적인 지배, 관리권한이 있는지 중심으로 판단한다는 대법원 판단기준은 현실과 정의에 더 부합하는 판단기준임에 틀림없다. 그동안 법문에 얽매여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그 공사를 총괄·관리'여부만 따지다가 건설공사에서 도급인이 책임에서 제외되었고 그러다 보니 제대로 산업재해를 예방하지 못해, 그 결과 노동자들의 사망을 막지 못하게 되었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판결이 계속되길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건설공사의 일부를 수급업체가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다. 위험은 당초 외주화할 수 없음에도 형식적 법률 해석을 등에 없고 위험의 외주화가 확산된 결과 노동자 사망사고는 반복되었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산안법 개정시 도급인의 범위를 그나마 넓힌 것에 대하여 대법원은 당초 입법 경위와 취지를 강조한 법리를 내놓은 것은 환영할 만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변화는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했다. 비록 2019년 산안법 개정 당시 더 많은 것을 바꿔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 때 뿌린 씨앗들이 돋아나고 있는 걸까 생각하게 된다. 노동자의 아픔과 죽음의 역사가 깃든 산안법의 엄정함을 기억하고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해 제대로 적용한 판결이 계속되길 기대해본다.
개정 산안법서 도급인 범위 확대됐으나 법원 판단 엇갈려
반면, 개정된 산안법에서는 '도급의 의미를 명칭에 관계없이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타인에게 맡기는 계약이라 정의하고 도급인의 경우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자신의 근로자뿐만 아니라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하여도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도록 변경했다. 다만, 산안법 개정 당시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인 '건설공사발주자'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이러한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할 경우 산안법상 도급인 의무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두게 되었다.
이러한 예외규정을 둔 것은 건설공사의 전문성을 고려할 때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할 능력이 없는 사업주에게는 도급인의 범위에서 예외적으로 제외하도록 한 것인데, 이후 이 조항은 건설공사를 발주한 도급업체에서 형사재판시 면책의 근거로 반복하여 사용되었고 하급심 판결도 그동안 이 조항에 대하여 일관되지 못한 판단을 했다.
대법원, 건설공사 도급인 여부에 대한 규범적 판단기준 제시
1심 법원은 인천항만공사와 당시 사장을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으로 판단하고 산업재해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를 사망하게 한 혐의를 인정하여 유죄(사장에게는 1년 6월의 실형을, 인천항만공사에게는 벌금 1억 원)를 선고했다.
그런데 2심은 산업안전보건법의 도급인 판단시 건설공사발주자를 예외로 둔 취지를 강조하여 '인천항만공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이 제외되는 건설공사발주자'라고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하여 1심과 2심의 판단이 엇갈렸는데 이는 개정 산안법상 도급인을 판단하는 법리를 정반대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현행 산안법상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를 판단하는 기준이 제시되었다.
대법원은 '개정 산안법의 규정 체계, 입법경위와 함께, 개정법상 도급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는 수급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와 중첩적으로 부과되는 것으로' 보고, '개정 산안법이 관계수급인 근로자 사망에 관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한 것은 종래 도급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를 한정적으로만 인정하고 그 의무 위반에 대하여도 제한적으로 형사처벌하던 것에 비하여 의무 인정범위가 확대한 결과 사망사고에 대한 도급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여 도급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예방함으로써 근로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적 결단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먼저 밝혔다. 도급인에게도 산업재해 예방의 의무와 사고발생의 책임을 폭넓게 묻겠다는 입법취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판단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러한 법의 취지를 고려한 상태에서 건설공사의 도급시 도급인의 범위는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자에 한정'하겠다는 제한 사항 역시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다음과 같은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사망한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와 관련하여 산안법상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도급인에 해당하는지'는 산안법 개정 경위와 취지와 함께 '도급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도급 사업주가 해당 건설공사에 대하여 행사한 실질적 영향력의 정도, 도급 사업주의 해당 공사에 대한 전문성, 시공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법리를 제시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기준에 따라 '인천항만공사 사건에서 피고인 공사는 항만의 핵심시설인 갑문의 유지·보수에 관한 업무를 주된 설립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전담부서를 두고 있고, 여러 증거들을 통해 갑문 보수공사의 설계, 시공, 감리 등 준공까지의 전 과정을 기획하고, 설계도면도 직접 작성하고, 수급업체의 보수공사 공정률을 매주 점검하면서 공정상황을 고려하여 설계도면을 직접 변경하는 등 갑문 보수공사 과정의 전문성은 갖고 있으며 전체 갑문시설 정비·보수 작업의 일부를 시행하기 위해 보수공사를 도급한 것인 바, 피고인 인천항만공사는 갑문 정기보수공사에 관한 높은 전문성을 지닌 도급 사업주로서 수급인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았다.
이어 '인천항만공사는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공사 시공자격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갑문 정기보수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자로서 단순한 건설공사발주자를 넘어 수급 사업주와 동일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중첩적으로 부담하는 산안법상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도급인의 사업장 내에서 이루어지는 건설공사에 대하여 도급인이 실질적인 지배, 관리권한이 있는지 중심으로 판단한다는 대법원 판단기준은 현실과 정의에 더 부합하는 판단기준임에 틀림없다. 그동안 법문에 얽매여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그 공사를 총괄·관리'여부만 따지다가 건설공사에서 도급인이 책임에서 제외되었고 그러다 보니 제대로 산업재해를 예방하지 못해, 그 결과 노동자들의 사망을 막지 못하게 되었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판결이 계속되길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건설공사의 일부를 수급업체가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다. 위험은 당초 외주화할 수 없음에도 형식적 법률 해석을 등에 없고 위험의 외주화가 확산된 결과 노동자 사망사고는 반복되었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산안법 개정시 도급인의 범위를 그나마 넓힌 것에 대하여 대법원은 당초 입법 경위와 취지를 강조한 법리를 내놓은 것은 환영할 만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변화는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했다. 비록 2019년 산안법 개정 당시 더 많은 것을 바꿔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 때 뿌린 씨앗들이 돋아나고 있는 걸까 생각하게 된다. 노동자의 아픔과 죽음의 역사가 깃든 산안법의 엄정함을 기억하고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해 제대로 적용한 판결이 계속되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용균재단 감사이자, 민변 노동위 노동자건강권팀 팀장 문은영 변호사(법률사무소 문율)가 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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