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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 프랑스는 저항하는데 우린 요구하는 이유

[소셜 코리아] OECD 유일 노후소득 공백 국가... 정년 연장과 함께 추진해야 할 3대 과제

등록|2024.11.21 11:19 수정|2024.11.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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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2월 7일(현지시간) 프랑스 정부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3차 시위가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가운데 수도 파리에서 한 남성이 정년 연장에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 연합뉴스


역사적으로, 이론적으로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종속적인 임금노동으로부터 조기 해방을 꿈꾼다. 그런데 한국에선 왜 정년 연장을 요구할까? 반면 프랑스 노동자들은 62세에서 64세로 정년 연장하는 안에 왜 그토록 강하게 저항할까?

우리의 노년 소득대체율(왕성한 경제활동 시기의 소득 대비 비율)은 20%이고, 국민연금을 받아도 소득 기여율은 30% 정도에 그친다. 이에 반해 프랑스의 연금 소득대체율은 74%이다. 늙어서도 일하지 않으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살풍경이 벌어지는 나라와 연금으로 노년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나라의 차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소득 공백이 3년 발생하고 있는 나라이고(1961~64년생) 국민연금 지급 개시 연령이 단계적으로 65세로 늦춰져 2033년이면 그 공백이 5년으로 늘어난다(69년생). 정년을 이에 맞춰 5년 연장하지 않으면 노후 소득 공백을 피할 수 없다. 이런 현상은 확장되어 지속되기에 법적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

노후 소득 사각지대를 제도적으로 공공연히 허용하는 것은 국가가 사회적 책임을 포기한 것이다. 정년은 기본적으로 연금 수급 연령에 맞춰야 한다는 상식을 반영하여 법적 정년 연장을 출발점으로 삼고, 보편화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해법에 집중해야 한다.

당장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게 아니라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늦춰지는 것에 따라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현재 정년 60세를 65세로 연장하는 것이 노후 소득 공백을 최소화하는 합리적이고 적절한 방안이다.

노후 소득 공백이 초래하는 위험성은 우리가 직면한 현실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 속도, 낮은 수준의 사회보장(공적연금 소득 기여율 30.0%로 OECD 평균 55.8% 대비 절반에 가까운 수준), 낮은 노인 소득대체율(20.2%), 높은 노인빈곤율(40.2%로 OECD 평균의 3배 수준), 높은 노인 고용률(36.8%) 등이 그것이다. 특히 노인 고용률은 OECD 1위인데, 노인 임시고용 비율도 34.4%로 1위이고, 노인 비정규직 비율은 70%가 넘는다.

노년이 되어서도 일하지 않으면 먹고살 수 없으나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고용 유지율(55~59세 노동자가 5년 후 같은 직장 다니는 비율)은 26.6%로 역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OECD 평균 53.4%).

노동시장에서 실제 은퇴 연령은 72세이지만 주된 일자리 평균 퇴직 연령이 53세이므로 20년 가까운 기간을 생계를 감당하기 어려운 열악한 일자리에서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주된 직장에서 오래 다닐 수 있게 하는 해법인 법적 정년 연장에 주목하는 것이다.

정년 연장은 세계적 흐름

▲ 10월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공무원 노후 소득 해소와 정년 연장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인구 고령화를 겪는 서구 국가들은 연금 개혁과 함께 연금 개시 연령에 부합하도록 퇴직 연령을 늦추는 방식을 선택했다. 2020년 기준 OECD 평균 정년은 64.1세이고, 유럽연합(EU) 27개국의 평균은 64.5세이다. 네덜란드(67세), 독일(66세), 프랑스(62세)의 경우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정년은 일치한다.

일본은 계속 고용 의무로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하는데, 3가지 중 하나를 기업이 선택하도록 해 도입률이 99.9%에 이른다. 69.2%는 촉탁직 등 비정규직 신규 채용 형식으로 재고용하는 방식, 26.9%는 정년 연장 방식, 3.9%는 정년 폐지 방식을 택했다. 의무화, 희망자 누구나, 중도 해고 금지 등 재고용 방식의 보완책을 추가했음에도 재고용 시 임금이 큰 폭으로 하락해 여전히 노후 소득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우리 정부나 사용자단체가 선호하는 일본 방식을 따른다면 보완책이 필수지만 관료제 사회인 일본만큼 효과를 가질지도 의문이다. 굳이 법이 아니라 행정조치로 기업에 선택권을 부여하고 또 보완하는 방식으로 복잡한 우회로를 택할 만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이미 희망자 중 선별해 하청업체나 자회사에 고용하거나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방식은 30% 정도의 기업에서 도입하고 있다. 노후 소득 사각지대를 없애는 방안을 논하면서 질 낮은 고용을 확대하고 보편적 기준처럼 작동하게 할 방법을 선택하는 건 하책 중 하책이다.

정년 연장의 해결 과제 3가지

법적 정년 연장으로 예상되는 문제점이 있다. 그 해결책까지 담아서 정년 연장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법적 정년 연장으로 인해 노동시장 불평등(이중구조)이 악화할 수 있다. 정년 연장이 자칫 노동시장에서 고용이 안정되고 고임금인 일부에게만 적용되면 노동시장의 불평등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정년 연장이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제도와 정책 마련이 필수적이다.

박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법률안처럼 다른 제도와 반대로 사업장 규모가 작은 곳부터 먼저 도입하고 대기업은 나중에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중소기업은 인력난으로 기존 인원을 계속 고용하고자 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또한 예정된 시기보다 조기 도입하는 기업에 지원금을 더 주는 방식과 정년 연장 후 다른 고용을 위축시키지 않고 고령자 고용을 더 많이 늘리거나 작은 규모의 기업일수록 지원금을 더 주는 방식으로 촉진책을 정교하게 설계하면 노동시장 불평등을 줄이면서 정년 연장을 안착시킬 수 있다. 이런 정책 설계는 법적 정년 연장으로 이뤄져야 그 규율 효과가 발휘된다.

둘째, 법적 정년 연장으로 인한 청년 일자리 축소 문제이다. 서구의 대부분 연구 결과는 숙련과 경험의 차이로 직무 성격이 차이가 나므로 청년 고용을 위축시키지 않는다고 진단한다. 국내 연구에서도 보완관계라는 연구 결과가 더 많다.

그러나 정년 연장과 청년 고용이 대체 관계가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의 연구가 최근 두드러지게 주목받고 있다. 노동시장 직무 현황을 분석해 보면 고령층이 가는 일자리와 청년들이 가는 일자리가 다르며, 선호하는 직종과 업무도 차이가 있다. 동질의 일자리가 아닌데 양적으로만 관계를 측정하는 건 무리다.

그러나 선호하는 일자리에서 상충할 가능성은 있다. 고령층과 청년층의 고용을 동시에 늘리면서 고령층의 숙련과 경험을 활용하여 청년층의 직장 적응과 숙련 향상을 돕는 직무 공유(잡쉐어링과 잡스플리팅), 고령층의 업무 재배치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작업 공유(워크쉐어링) 등 두 연령층을 포괄하며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고령 인력 활용을 조화시키는 해결 방안에 주목해야 한다.

공공부문에서는 총인건비 관리정책과 경영평가제를 개편하여 정년 연장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를 감점 요소에서 빼야 한다. 오히려 중·고령층 고용보장과 동시에 신규 채용을 활성화하는 고용 행태를 가점 요소로 바꿔야 한다. 노동시장에서 세대 간 협력을 촉진하는 방안 마련에 기업과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제도와 정책을 설계하면 청년 일자리 축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무료급식소 앞에서 한 노인이 폐지를 실은 수레를 끌고 가고 있다. ⓒ 연합뉴스


셋째, 노후 소득 보장과 인건비 부담 간 딜레마 해결에 임금체계 개편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임금 감축이 동반된 재고용 방식을 선호하거나 정년연장에는 연공급 임금체계 개편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연공급 개편 과제는 일본형 능력주의 인사제도나 미국형 직무성과급 일변도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독일형 직무숙련급 등 연공성을 완화하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는 다른 방안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연공성이 높아서 문제라고 지적하는데,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부문에선 연공 요소가 없거나 매우 약하다.

임금직무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연공급에 밀접한 호봉급 도입 비율은 12.7%이고, 직무급과 직능급은 합해서 18.3%에 이르고, 무(無)체계 비율이 64%이다. 또한 100인 이상 사업체의 호봉급 비율은 54.4%이나 연봉제 도입 비율도 77.8%이며, 성과배분제도도 39%가 도입하고 있다.

노사 교섭을 통해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유형 직무급으로 직무의 등급 차이를 최소화하고, 등급 간 중첩형으로 설계하며, 직종간·고용형태별 차이를 최소화하는 유형의 임금체계를 대안으로 삼아야 한다. 또한 퇴직 2~3년 전 인원을 잉여 인력처럼 취급하는 현실의 임금피크제는 인력을 총체적으로 잘 활용하는 시스템 구축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매우 약함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직무 재배치와 시간 단축을 통한 방식, 경험과 숙련을 전달하는 고령자와 초임 청년 노동자의 직무 공유를 통한 숙련 전달체계 구축 방식 등 일 부담을 축소하고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며, 세대 간 상생을 구축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일자리 질 전환 정책으로 확장해야

법적 정년 연장은 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정년을 일치시키는 상식을 실현하는 길이며, 주된 일자리에서 고용을 연장해 소득 공백을 최소화하는 해법이다. 2013년 개정해 2016년과 2017년부터 적용하기 시작한 60세 정년제 도입으로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을 49.4세에서 53.1~54.9세로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제도를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은 법제화밖에 없다.

정년 연장과 함께 광범위한 노후 소득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필요와 고령층의 노동소득 창출, 사회적 기여 욕구를 접맥한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다만,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 수준에서 고용의 질을 높여 광범위하게 소득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청년 고용 해법도 마찬가지이지만 잘 만들어지지 않는 새로운 일자리 만든다고 호들갑만 떨 것이 아니라 지금 널려 있는 한계 일자리를 '지속할 만한 일자리', '생계가 보장되는 일자리', '미래를 설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일자리'로 노동조건을 상향시키는 '일다운 일(decent work)' 전환 정책을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정년 연장 의제는 '연금 개시 연령에 맞춘 법적 정년 연장과 노후 소득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고용 촉진 방안, 그리고 한계 일자리를 일다운 일로 전환하는 정책'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

▲ 김성희 / L-ESG평가연구원 원장 ⓒ 김성희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김성희는 (사)L-ESG평가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고대 노동대학원에서 노동조합론 등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사)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조정실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비정규 노동을 비롯한 대안적 노동체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a href="https://socialkorea.org" target="_blank" class=autolink>https://socialkorea.org</a>)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a href="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target="_blank" class=autolink>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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