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저 사람 뭐지?" 궁금하다면 사랑이 시작된 겁니다
[리뷰] ENA <취하는 로맨스>
어떤 사랑은 돌부리 같다. 원치 않았는데 기어코 넘어지는 일, 그래서 모든 감각이 한 사람에게 귀결되는 일. 인정하기 싫어도 그 사람 목소리에 귀가 쫑긋댄다면, 그건 사랑이 다가왔다는 증거다.
그 증거를 두 사람이 발견했다. 감각이 너무 예민한 남자와 모든 것에 너무 무딘 여자가 만나 사랑을 '감각'하기 시작했다. ENA <취하는 로맨스>는 감정을 지나치게 캐치하는 '민주(이종원)'와 감정을 숨기는 데 능숙한 '용주(김세정)'의 로맨스다.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도대체 저 사람, 뭐 하는 사람이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발 빼긴 늦었다. 사랑이다.
내가 '사랑'을?
브루마스터이자 브루어리 <유일한>의 대표인 민주는 타인의 감정을 섬세하게 감지하는 '초민감자'다.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처럼 느껴 그는 습관적으로 감정을 차단한다. 실오라기처럼 거슬리는 감정이라면 그게 누구의 것이든 모두 떼어낸다.
반대로 용주는 감정에 무디다. 어렸을 때 부모를 잃고 자신을 놀리는 아이들과 무시하는 세상에 지고 싶지 않아서 언제나 씩씩한 척했다. 거기에 특수부대 출신으로 건강한 신체는 물론, 카리스마로 남초 업계인 주류 회사에서 영업왕으로 자리할 정도다. 둘 다 너울처럼 밀려드는 감정에 잠식되기 싫어서 애쓰지만, 결국 사랑에 빠진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공생하며 브루어리를 지키는 민주, 그리고 회사의 실적을 내기 위해 특별한 맥주를 만들어야 하는 용주. 여러 오해 끝에 협업을 결심한 그들은 5화와 6화에서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빗속에서 달려오는 용주를 보며 심장이 쿵쿵거리자, 민주는 감정을 부인한다.
하지만 직원들의 다툼에 지친 용주가 인상을 찌푸리고,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며 웃고, 숨은 비리를 발견해 분노하는 모습을 보며 민주의 감정은 널뛴다. 감정이 오락가락할 때마다 민주는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런 민주를 보고 동료는 "사랑에 빠지는 게 별거 아니다. 그 사람 주변에 후광이 생기고 불꽃이 튀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끝내 민주가 사랑을 인정하게 된 건 맥주 서리 잡이에 나선 용주가 다쳤을 때다. 여기저기 베인 상처를 용주가 참아내자, "내가 아프다. 괜찮지가 않다"고 답한다. 언제나 과하게 감정을 알아채 자신의 것도, 타인의 것도 부정하던 민주였다. 그러나 처음으로 타인의 감정을, 정작 용주 자신은 괜찮다며 애써 부정하던 힘듦을 짚었다.
그렇게 사랑에 빠진 둘은 시종일관 감정에 휘말렸다. 민주는 계약 관계가 틀어져 마을 직원들이 분노하자, 용주가 상처받을까 안절부절못한다. 한편, 용주는 민주를 실망하게 했다는 자책에 빠져 술을 마시며 취중 진담을 늘어놓는다. 결국 감정을 인정한 민주는 사진실에 데려가 "유일하게 사람 사진을 찍은 게 용주"였다고 고백한다.
심심해서 아쉽고, 심심해서 좋다
ENA <취하는 로맨스>의 여성 캐릭터와 남성 캐릭터는 그 역할이 정반대다. 특수부대 출신이라 상대를 완력으로 제압할 수 있는 용주와 달리, 민주는 '초민감자'라서 사람 만나기를 꺼린다. 그런 민주를 만나기 위해 와이어를 타고 지붕에서 내려오는 용주의 모습은 마치 '라푼젤'을 구하는 기사 같다.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용주와 시종일관 무심한 표정을 유지하는 민주의 관계 또한 남성 캐릭터가 극의 서사를 좌우하는 일반적인 로맨스 드라마와 결을 달리한다. 다만, 이런 캐릭터를 담아내기에는 서사가 다소 심심하다. 맥주 탄산처럼 톡 터지는 한 방이 부족한 기분이다. 시청자를 놀라게 할 만한 대형 사건이 터지거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에 심장이 오싹해지는 맛은 없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취하는 로맨스>가 '다정해서' 좋다고 한다. 공고히 쌓은 감정의 벽을 허물어 한 발 나오기 시작한 주연 캐릭터, 저마다 지닌 특이점을 누그러뜨리는 조연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홉' 농장 직원이자 마을 주민들까지 특별하게 모나지 않은 캐릭터들이 다정하게 얽힌다.
6화 막바지에 6년 전 사고 속에서 민주를 구한 것이 용주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새로운 서사가 트였다. 뻔한 '구원 서사'로 흘러가지 않으며 <취하는 로맨스>다운 사랑법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사랑이 서로를 구하는 일이라면, 무감한 감정 속에서 서로를 끌어낸 두 사람은 합격이다.
그 증거를 두 사람이 발견했다. 감각이 너무 예민한 남자와 모든 것에 너무 무딘 여자가 만나 사랑을 '감각'하기 시작했다. ENA <취하는 로맨스>는 감정을 지나치게 캐치하는 '민주(이종원)'와 감정을 숨기는 데 능숙한 '용주(김세정)'의 로맨스다.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도대체 저 사람, 뭐 하는 사람이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발 빼긴 늦었다. 사랑이다.
▲ 드라마 장면 갈무리 ⓒ ENA
브루마스터이자 브루어리 <유일한>의 대표인 민주는 타인의 감정을 섬세하게 감지하는 '초민감자'다.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처럼 느껴 그는 습관적으로 감정을 차단한다. 실오라기처럼 거슬리는 감정이라면 그게 누구의 것이든 모두 떼어낸다.
반대로 용주는 감정에 무디다. 어렸을 때 부모를 잃고 자신을 놀리는 아이들과 무시하는 세상에 지고 싶지 않아서 언제나 씩씩한 척했다. 거기에 특수부대 출신으로 건강한 신체는 물론, 카리스마로 남초 업계인 주류 회사에서 영업왕으로 자리할 정도다. 둘 다 너울처럼 밀려드는 감정에 잠식되기 싫어서 애쓰지만, 결국 사랑에 빠진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공생하며 브루어리를 지키는 민주, 그리고 회사의 실적을 내기 위해 특별한 맥주를 만들어야 하는 용주. 여러 오해 끝에 협업을 결심한 그들은 5화와 6화에서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빗속에서 달려오는 용주를 보며 심장이 쿵쿵거리자, 민주는 감정을 부인한다.
하지만 직원들의 다툼에 지친 용주가 인상을 찌푸리고,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며 웃고, 숨은 비리를 발견해 분노하는 모습을 보며 민주의 감정은 널뛴다. 감정이 오락가락할 때마다 민주는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런 민주를 보고 동료는 "사랑에 빠지는 게 별거 아니다. 그 사람 주변에 후광이 생기고 불꽃이 튀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끝내 민주가 사랑을 인정하게 된 건 맥주 서리 잡이에 나선 용주가 다쳤을 때다. 여기저기 베인 상처를 용주가 참아내자, "내가 아프다. 괜찮지가 않다"고 답한다. 언제나 과하게 감정을 알아채 자신의 것도, 타인의 것도 부정하던 민주였다. 그러나 처음으로 타인의 감정을, 정작 용주 자신은 괜찮다며 애써 부정하던 힘듦을 짚었다.
그렇게 사랑에 빠진 둘은 시종일관 감정에 휘말렸다. 민주는 계약 관계가 틀어져 마을 직원들이 분노하자, 용주가 상처받을까 안절부절못한다. 한편, 용주는 민주를 실망하게 했다는 자책에 빠져 술을 마시며 취중 진담을 늘어놓는다. 결국 감정을 인정한 민주는 사진실에 데려가 "유일하게 사람 사진을 찍은 게 용주"였다고 고백한다.
심심해서 아쉽고, 심심해서 좋다
▲ 드라마 장면 갈무리 ⓒ ENA
ENA <취하는 로맨스>의 여성 캐릭터와 남성 캐릭터는 그 역할이 정반대다. 특수부대 출신이라 상대를 완력으로 제압할 수 있는 용주와 달리, 민주는 '초민감자'라서 사람 만나기를 꺼린다. 그런 민주를 만나기 위해 와이어를 타고 지붕에서 내려오는 용주의 모습은 마치 '라푼젤'을 구하는 기사 같다.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용주와 시종일관 무심한 표정을 유지하는 민주의 관계 또한 남성 캐릭터가 극의 서사를 좌우하는 일반적인 로맨스 드라마와 결을 달리한다. 다만, 이런 캐릭터를 담아내기에는 서사가 다소 심심하다. 맥주 탄산처럼 톡 터지는 한 방이 부족한 기분이다. 시청자를 놀라게 할 만한 대형 사건이 터지거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에 심장이 오싹해지는 맛은 없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취하는 로맨스>가 '다정해서' 좋다고 한다. 공고히 쌓은 감정의 벽을 허물어 한 발 나오기 시작한 주연 캐릭터, 저마다 지닌 특이점을 누그러뜨리는 조연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홉' 농장 직원이자 마을 주민들까지 특별하게 모나지 않은 캐릭터들이 다정하게 얽힌다.
6화 막바지에 6년 전 사고 속에서 민주를 구한 것이 용주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새로운 서사가 트였다. 뻔한 '구원 서사'로 흘러가지 않으며 <취하는 로맨스>다운 사랑법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사랑이 서로를 구하는 일이라면, 무감한 감정 속에서 서로를 끌어낸 두 사람은 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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