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선장 끌어내려야"...조국혁신당, 윤 대통령 탄핵안 공개
15개 탄핵 사유 적시... "헌정 중단 압도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
▲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 초안 공개 기자회견’이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의원 및 지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대한민국에 크나큰 비극입니다. 그러나 배가 전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술 취한 선장을 배에서 끌어 내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조국혁신당이 20일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탄핵소추안 초안을 공개했다. 탄핵 사유를 7가지로 구분하고 세부적으로 15개의 항목을 열거했다. 페이지 수도 115쪽에 달한다.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헌정 중단을 압도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을 저질렀다며 이번 초안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뒤 국민 의견을 수렴해 내용을 보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 초안 공개 기자회견’이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의원 및 지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서상범 조국혁신당 법률위원장은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 초안 공개 기자회견'에서 "헌법 65조 1항은 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탄핵을 소추하도록 하고 있다"라고 입을 뗀 뒤 7가지 항목으로 구분된 15가지 구체적인 탄핵 사유의 요지를 설명했다.
이번 탄핵소추안에는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해 논란이 됐던 거의 모든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불기소 관여 행위와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대통령 집무실·관저 신축 비리 의혹들이 '공익 실현 의무'에 위배된다고 봤다.
또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남용, 채 해병 사망사건에 대한 축소 수사 외압 및 은폐 시도,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직권 남용 의혹은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해야 할 의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육성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던 '공천 개입 의혹'과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으로 촉발된 '명태균 게이트' 등은 윤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 의무와 대의민주주의, 정당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봤다.
이 밖에도 이번 초안에는 ▲법치주의 위배(국회의 입법권·대통령의 법적 한계·대통령의 헌법수호 및 헌법준수의무·행정조직 법률주의 조항 위배) ▲헌법 전문 등 위배(대한민국임시정부 법통의 부정, 굴욕적인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대일 굴종 외교, 진화위 및 독립기념관장 등 역사기관 뉴라이트 인사 임명) ▲생명권 보장 조항 위배(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이태원 참사) ▲언론의 자유 조항 위배(윤석열 대통령의 언론 자유 침해, 방통위와 방심위의 노골적 방송장악 시도, 방송4법과 거부권 시도)가 담겼다.
조국혁신당은 이번 초안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위키피디아 방식'으로 국민 의견을 수렴해 소추안을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조국 "탄핵소추안, 2년 반 쌓인 국민 울분 담았다"
▲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 초안 공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조국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1905년 11월 20일 장지연 황성신문 주필이 작성한 '시일야방성대곡'을 읊은 뒤 "120년을 뛰어넘어 대한민국 곳곳에서 시일야방성대곡이 울려 퍼지고 있다. 교수, 학생, 노동자, 작가들의 시국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문을 뗐다. 탄핵소추안 초안을 가리켜 "오로지 구국과 애민의 일념으로 마련한 것"이라며 "2년 반 동안 쌓인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에 대한 국민의 울분을 차곡차곡 담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 대표는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 당시에는 검찰이 수사를 해왔다. 그러나 현재 윤석열 검찰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라며 특별검사와 국정조사 추진을 강조했다. 이어 "혁신당은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구하기 위해 국민과 함께 끝까지 가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크나큰 비극"이라면서도 "그러나 배가 전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술 취한 선장을 배에서 끌어 내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향후 탄핵소추안은 조국혁신당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국민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절차를 거칠 것"이라며 "김건희 특검이나 채 해병 특검 등 특검 수사를 통해 규명될 범죄 사실들도 소추안에 구체적으로 보완될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그러면서 "마침내 완결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만들어지고 발의되고 의결을 거칠 때까지 혁신당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윤석열 파면을 이끌어내는 쇄빙선으로 탄핵 정국을 이끌어 나가겠다"라고 다짐했다.
조국혁신당 의석은 12석에 불과하다.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절반(15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아직 탄핵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탄핵소추안이 발의된다 하더라도 가결에는 국회의원 3분의 2인(200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여권의 이탈 표가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아직 윤석열 퇴진이나 김건희 특검을 해야 한다는 정도의 주장에 머무르고 있다"면서도 "(세 번째 발의된) 김건희 특검법이 또다시 재의결에 실패할 경우 민주당도 진지하게 (탄핵을) 고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여당 이탈 표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야권의 움직임에 호응하는 분위기 형성되리라고 본다"라며 "국정 운영 방향을 전혀 바꾸지 않고 앞으로 남은 2년 반 동안 (정권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달리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두고 국민 여론이 뜨겁지 않다'는 지적과 관련해 "아직 불이 붙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힘들다"며 "(과거 박근혜 정권 탄핵 당시에도) 2016년 가을, 겨울이 넘어가면서 점차 시민들의 동요가 커지고 거리에 촛불이 커졌던 것일 뿐 처음부터 탄핵 성공 가능성을 믿고 거리에 나온 시민들이 많았던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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