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트랜스젠더 혐오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맞아 성소수자 혐오적 언론 보도 인권위 진정
▲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의 인권위 진정서성소수자, 트랜스젠더 혐오적 언론보도 37개 언론사 대상 인권위 진정서 ⓒ 정석운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인 11월 20일을 맞아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가 트랜스젠더 혐오적 언론 보도들을 인권위에 진정했다.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위원장 사루)는 20일 오전 10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열어 성소수자와 트랜스젠더를 다루는 언론사들의 혐오적 태도를 지적하고, <국민일보> 등 37개 언론사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 인권위 청사중구 저동의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 정석운
사루 위원장은 파리 올림픽을 다루는 언론 보도들의 성소수자 혐오적 논조를 지적하며, 진정 대상이 된 언론사들이 "드랙쇼 등 성소수자 문화 자체를 방종하고 저급한 것으로 취급했으며, 사실 관계가 검증되지 않은 주장 또는 명백한 허위 사실을 보도하며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감과 공포감을 조장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7월 열린 파리 올림픽의 개막식을 두고 쏟아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과 알제리 복싱 선수인 이마네 칼리프를 둘러싸고 벌어진 '성별 논란'을 다루는 언론의 태도를 지적한 것이다.
사루 위원장은 또한 "이러한 보도 행태는 신문법에 규정된 언론의 책임에 반하며, 언론인들이 스스로 정한 인권보도준칙에도 명백히 위배되는 것"이며, "언론이 만들어 낸 성소수자 혐오적인 여론으로 인해 성소수자, 특히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은 심각한 사회적 불안감과 고립감에 시달렸다"라며 진정 대상이 된 언론사들의 보도 행태를 규탄했다.
▲ 진정서를 제출하는 사루 위원장사루 노동당 성소수자위원장이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하고 있다 ⓒ 정석운
그러나 인권위 진정 이후의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월 취임한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이어가 논란이 있었고, 인권위 자체도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운영상의 난맥 등으로 인해 여러 인권단체들에게 우려를 사고 있다. 전망이 밝아보이지 않는다는 기자의 질문에 사루 위원장은 "인권위의 전향적 결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유감스럽지만, 언론의 성소수자 혐오적 보도 행태에 대한 문제제기를 드러내는 것이 진정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사루 위원장은 또한 "인권위원회는 제도의 영역 내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는 기관"이라며 "성소수자와 트랜스젠더에게 용기가 될 수 있는 결정을 해달라"라고 촉구했다.
약식 기자회견이 끝나고 노동당 활동가들은 11시 경 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는 "언론의 트랜스젠더 혐오에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라며 진정 이후에도 성소수자 친화적 언론 환경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이어갈 것임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정석운님은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의 회원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