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집회와 시위에 관한 자유, 이러한 기본권들은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적인 초석과도 같습니다. 표현과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지 못하는 사회는 죽음 사회와 마찬가지입니다. 평소에 우리는 그러한 기본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체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말하자면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이 공기와도 같습니다. "

20일 A4용지 크기의 고소장을 들고 부산지방검찰청 앞을 찾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김승유 변호사는 "대학생들의 표현, 정치적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미래가 망가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8일과 9일 사이 부산 국립부경대학교에서 벌어진 경찰력 투입 사태를 엄중하게 바라봤다.

김 변호사는 연행 과정의 문제를 제기하며 "1970, 1980년대와 지금의 차이는 집회 현장에 최루탄이 있느냐, 피가 터졌느냐 그러한 것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의 기본권, 자유, 인권, 이러한 가장 근본적인 권리들이 국가 공권력에 의해서 붕괴됐다는 점에서 과거 군부독재 시절이나 지금이나 본질은 똑같다"고 규정했다.

'윤 퇴진 농성' 연행사태, 결국 법적 대응으로 비화

'윤석열 대통령 퇴진 국민투표' 불허를 놓고 농성을 진행한 학생들이 해산하는 과정에서 경찰력이 투입된 가운데, 당시 연행된 학생들이 민변의 도움을 받아 법적인 대응에 나섰다.

20일 부산지검에 접수한 고소장에는 김수환 부산경찰청장과 현장 지휘관 및 체포 결정권자가 피고소인으로 기재됐다. 불법체포·감금(형법 124조) 혐의를 제기했고, 고소인으로는 7명이 참여했다. 김 변호사는 이들의 법률 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10월 말과 11월 초 국립부경대에서는 학교 측이 정치적 행사를 제한한 시설물 지침(학칙)을 들며 '윤석열 퇴진 투표'를 막아서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자 총장직무대리 면담을 요구하며 윤석열퇴진부산대학생행동(준)·부산대학생겨레하나 소속 학생들이 2박 3일 동안 농성에 들어갔고, 이후 해산 과정에 경찰이 동원됐다.

"윤석열 퇴진 외친 게 죄가 되느냐, 2024년의 대한민국이 맞느냐"


2주 전 주말인 9일 밤 농성 학생 8명(공동퇴거불응 혐의)과 이 사태에 항의하던 학생 1명(공무집행방해 혐의) 등 9명이 연행된 데 이어 같이 연대에 나섰던 시민사회단체 회원 1명도 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경찰은 조만간 이들을 입건한 뒤 조사할 예정이지만, 학생들은 고소로 맞대응에 들어갔다.

당사자인 이승민 부산대학생겨레하나 대표는 "미란다 원칙도, 체포 이유도 제대로 듣지 못한 채 경찰병력에 둘러싸여 진압당했다"라며 "처음에는 어떤 이유로 잡혀 왔는지 알지 못한 채 변호사가 와서야 혐의를 듣게 됐다"고 연행 과정을 떠올렸다. 이 대표는 "윤석열 퇴진을 외친 게 죄가 되느냐. 2024년의 대한민국이 맞느냐"며 참담함을 표현했다.

또 다른 연행자인 서아무개 학생도 준비한 회견문으로 입장을 대신했다. 그는 "권한 남용에도 사과하지 않는 경찰의 태도를 보면 언제든지 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우발적이거나 가벼운 일로 치부할 수 없다"고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민변 부산지부도 단체 차원으로 '위법한 체포'라고 목청을 키웠다. 부산지부의 류제성 변호사는 현행범 체포와 연관된 과거 대법원 판례를 들이밀며 "학생들이 점거를 풀고 퇴거의사를 밝혔고 3시간 가까이, 정문 개방을 요구했기에 퇴거불응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직후가 아니었다"고 경찰의 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검찰이 이를 제대로 수사해 공권력 남용의 반복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학생들의 고소장 제출에 별도의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이는 연행 과정이 적법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서 12일 부산경찰청은 "학교 측의 거듭된 퇴거요청에 응하지 않고 인적사항도 밝히지 않아 공동퇴거불응(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체포한 것"이라고 정당성을 강조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조지호 경찰청장의 말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11일 조 청장은 학교의 요구에 따라 기동경비대가 들어갔단 점을 설명하며 "일반적인 법 집행"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런 말을 들은 야당 의원들은 발끈했다. 민주당 소속인 신정훈 국회 행안위원장은 "대학에 이렇게 공권력을 투입한 사례는 일반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