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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학교비정규직 파업 "노동조건 전국 최하위"

대구시교육청과 2년 가까이 교섭 진행했지만 접점 못 찾아, 시교육청 "성실히 교섭 임할 것"

등록|2024.11.20 17:00 수정|2024.11.20 22:16

▲ 대구지역 노동시민단체들은 20일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비정규직 노조의 21, 22일 양일간 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 조정훈


대구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오는 21일과 22일 양일간 파업에 들어가기로 한 가운데 지역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지지하고 나섰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 전국여성노조 대구지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 등 3개 노조가 모인 '대구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대구시교육청과 지난 2022년 12월 27일부터 11차례 본교섭과 31차례 실무교섭을 진행했지만 단체협약을 합의하지 못했다.

노조는 조리실무원 증원 배치구간별 평균 110~120명 조정, 당직경비원 주1회 유급휴일 및 명절 연휴 전 기간 유급휴일, 상시근무자 방학 중 자율 연수 개설, 방학 중 비근무자 전 직종 상시 전환 로드맵 작성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대구시교육청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방학 중 비근무자의 방학 기간을 퇴직금 산정에서 제외하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교무실무사를 상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있다"며 "전국에서 대구의 방학 중 근무일수와 유급병가 일수가 가장 적다"고 지적했다.

또 당직경비원은 유급휴일이 노동절 하루뿐이고 영양사는 국회의 권고에도 식생활지도수당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유치원방과후전담사는 방학 중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고 있고 돌봄전담사는 행정업무를 할 시간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이뿐 아니라 학교급식실의 경우 급식종사자 1인당 식수인원이 100명을 넘는 학교가 81.3%에 달하지만 대구시교육청은 평균 92.7명이라는 자료만 내놓고 있다며 "고강도 노동으로 학교급식실 산재 건수가 매년 늘고 폐암까지 걸리고 있지만 교육청은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당직경비원 명절 6일 유급휴일 보장과 교육실무사 2028년 상시직 전환 외에 나머지 요구안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 대구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1일과 22일 양일간 파업에 들어가기로 한 가운데 20일 오전 대구시교육청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가려 했으나 교육청 직원들이 막아서면서 천막이 부서졌다. 노동자들은 부서진 천막에 앉아 대구시교육청을 규탄했다. ⓒ 조정훈


학비연대 노동자들은 오는 21일과 22일 양일간 파업을 결의하고 20일 오전 대구시교육청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노조가 이날 오전 천막을 설치하자 교육청 직원들이 이를 막는 과정에서 충돌이 일었고 일부 파손됐다. 노조는 새로운 천막을 치고 교섭이 타결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학비연대 노조가 천막농성에 들어가자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구경북진보연대 등 18개 단체는 이날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2년이 다 되어가는 기간 동안 책임 있게 교섭에 나서야 할 대구시교육청과 강은희 교육감은 제대로 된 안을 제시도 하지 않고 수용거부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전국 평균수준의 내용으로 합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수차례 양보를 하며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학비연대 노동자들의 요구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 노동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노동조건과 처우개선"이라며 "물가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인상률은 사실상 임금삭감이며 대구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동일노동을 하며 심각한 임금격차를 감내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와 진보정당 "노조 파업 지지"

전교조 대구지부도 성명을 통해 "대구교육청의 반노동적이고 불성실한 태도는 비단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전교조 대구지부도 2022년 9월 대구교육청과 2015단체교섭을 체결했지만 전국에서 제일 낮은 수준임에도 대구교육청은 기존 단협조차 제대로 준수하지 않거나 해태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생 교육환경 개선과 교육노동자의 처우개선에는 관심이 없고 각종 시범·공모사업 등 대구교육청 성과 만들기에만 매몰되어 학생과 교육노동자들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교육공공성을 강화하고 전체 교육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발판이라 믿는다"며 노조의 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역 진보정당도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고 나섰다. 진보당 대구시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노동자들의 요구는 거창한 것도 아니라 전국 최하위 수준만이라도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라며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는 당연한 것이지 예산절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폐암 등 다양한 산재로 '죽음의 급식실'로 불리는 환경이 덜 위험하냐 마냐가 아니라 안전한 곳이어야 한다"며 "대구교육청과 강은희 교육감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학교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교섭의 상대방으로 존중하는 것부터 배우라"고 일갈했다.

정의당 대구시당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환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은 학교 급식실"이라며 "대구학비연대에 따르면 지금까지 최소 11명의 폐암환자가 발생했으며 근골격계 질환도 74.4%가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교육청은 학교비정규직 처우가 전국 꼴찌임을 인정하면서도 '학생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수용불가'라는 해괴한 논리로 무시하고 있다"며 "원활하고 안정적인 교육환경을 위한 수많은 노동이 '학생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면 무엇이 도움이 되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대구시교육청, 노조 파업 앞두고 대체 급식 등 마련 "단체교섭 성실하게 임할 것"

학비연대 노조의 파업을 예고하자 대구시교육청은 교육청 상황실을 운영하고 급식과 돌봄 등 학생·학부모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교육청은 학교 급식의 경우 파업의 규모를 고려하여 빵과 우유 등 대체 급식을 실시하고 도시락 지참 등 학교별 여건에 맞게 운영하기로 했다. 초등 돌봄도 내부인력을 활용해 운영하는 등 돌봄 공백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대비하기로 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단체교섭이 원만히 타결될 수 있도록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것"이라며 "파업으로 학생들의 교육활동 및 학부모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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