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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비판하면 '가짜뉴스', 호응단체에 지원금 몰아준 언론재단

[언론장악카르텔 추적 18] 언론재단 지원 사실상 독식하는 '가짜뉴스 사업'

등록|2024.11.21 17:41 수정|2024.11.21 17:41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와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편집자말]

▲ 12일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 방지에 대해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 윤석열 유튜브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에 대한 비판 보도를 '가짜뉴스' 프레임으로 공격해왔다.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으로 불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보도, 윤석열 검사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검증 보도가 대표적이다. 해당 보도들에 대해 대통령실과 검찰 등은 '가짜뉴스'로 낙인을 찍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 본인도 수시로 '가짜뉴스' 척결을 부르짖으면서 비판 언론사를 향한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언론재단의 '가짜뉴스' 관련 사업 밀어주기

윤석열 정부의 '가짜뉴스 프레임'을 지원하는 병참기지로 지목받는 정부기관이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이다. 언론재단은 언론진흥을 위한 공익사업과 언론사 취재 보도 지원, 언론인 교육과 연수 지원 등 언론지원 업무를 전담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이다. 언론재단은 지난해부터 '가짜뉴스' 관련 사업 지원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공동취재팀이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2022∼2024 연도별 언론재단 단체지원 현황'을 보면, 언론재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5개 단체에 10개 사업을 지원했다. 이 중 절반인 5개 사업의 이름이 '가짜뉴스'와 직접적 관련이 있었다. 금액으로 보면 총 1억 4719만 원 중 9480만 원이 가짜뉴스 관련 사업이었다. 전체 지원 예산의 64%가 '가짜뉴스' 사업에 돌아간 것. 사업을 받아간 단체 대부분은 보수 언론 단체들이다.

각각의 지원 내역을 살펴보면 자유언론국민연합의 '대한민국 선거와 가짜뉴스 백서 편찬'(1400만 원), 공정미디어연대(공정언론국민연대 사업조직)의 '22대 총선 불공정방송 팩트체크 백서 발간'(1400만 원) 등이 대표적이다. 다음달 개최 예정인 자유언론국민연합의 '가짜뉴스 시상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000만 원을 지원받는데, 지난해 열린 가짜뉴스 시상식에선 MBC의 '윤 대통령 비속어(바이든-날리면) 보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보도' 등이 '10대 가짜뉴스'로 선정됐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 이정민


특히 올해 지원사업 예산을 보면, 보수언론단체가 사실상 독식하는 모양새다. 언론재단의 지원사업 예산 7억 9000만 원 중 1억 740만 원이 자유언론국민연합, 공정미디어연대 등 5개 보수 단체에 돌아갔다. 지원사업 예산의 상당 부분은 언론현업단체 정례행사와 학계 행사 지원에 투입되고, 사실상 시민단체 몫으로 남는 액수는 연평균 1억 원 정도인데, 올해는 이 금액을 모두 보수단체에 몰아준 것이다.

언론재단의 사업비 1980만 원을 지원 받아 지난 7일 열린 '제2회 대한민국언론인대상' 시상식에는 '언론장악 돌격대'라 불리는 공정언론국민연대, 보수 매체 펜앤드마이크를 비롯해, 방송사 보수 노조 인사들이 대거 상을 받았다. 시상식을 주최한 단체도 역시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였다.

언론 진흥을 위한 공적 자금이 정권 비판 언론사를 압박하고, '화이트리스트' 보수 단체를 지원하는 데 쓰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언론재단 내부에서도 가짜뉴스 사업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정파성 우려가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심사위원, 지원 단체 성격 우려 표명... 언론재단은 가짜뉴스 대응 강조

지난해 언론재단의 심사 회의록을 보면 '2023 가짜뉴스 시상식'에 대해 심사위원 A 교수는 "'가짜뉴스' 논의가 최근 정파적 단체에서 자의적으로 주장되는 경우가 있다, 재단에서 신청 단체가 정파성을 띠지 않는지 검증하고, '가짜뉴스 시상식'도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안내해주셔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언론재단 쪽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출신 남정호 미디어본부장(상임이사)은 당시 회의에서 "재단이 이러한 행사를 지원함으로써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고, 현 정부에서도 '가짜뉴스' 대응을 강조하는 터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교수는 공동취재팀과의 통화에서 "가짜뉴스를 주장하는 단체를 보니 편향성이 과도한 것 같아 '문제가 있다, 웹사이트를 보시라'라고 문제제기를 했는데, 토론 없이 넘어갔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윤석열 정부 초기까지 언론재단에서 근무한 김성재 전 언론재단 미디어본부장은 언론재단 심사와 관련해 "정치적 성향이 강한 행사, 단체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내부 기준이 있었다"고 했다. 언론재단의 인적 구성이 바뀌기 전인 2022년도 1차 심사 회의록에서도 한 심사위원이 "정파성 있는 사업은 최대한 배제했다"라고 말한 사실도 확인된다.

결국 언론재단의 언론 지원 사업마저 윤석열 정부 들어 '이념적' 성향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다. 민형배 의원은 "언론재단이 공적 자원을 특정 정파를 지원하고, 특정 언론을 공격하는 데 쓰고 있다는 건 국가 기능을 훼손하는 가장 못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남정호 본부장은 공동취재팀이 정파성 우려가 있는데도 특정 단체들에게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준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심사 신청자료로 판단했고 다른 이유는 없다"라고 밝혔다.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신상호(오마이뉴스) 문상현(시사IN) 박종화 연다혜(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박강수(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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