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대학가요제', 이게 아쉽습니다
[리뷰] TV조선 < TV조선 대학가요제 >
▲ < MBC대학가요제 > 출전 모습 ⓒ MBC
1980년대 가수 겸 명 MC 이택림씨가 진행하던 MBC 대학가요제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당시 중학생이던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이후 1999년 MBC 대학가요제에 출전해 기량을 뽐냈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미디 음악도 신시사이저 같은 악기도 스튜디오 녹음도 쉽게 하기 힘든 시대였다. 그저 동아리방에서 내가 입으로 흥얼거린 자작곡을 함께 음악하는 친구들과 악보에 적으며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서 MR을 만들었다. 그런 조악한 환경에서 녹음된 곡을 1차 서류 심사를 위해 방송국에 제출하고 그 심사가 통과되어야만 2차, 3차 실연 예선을 거쳐 본선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었다. 이 또한 한 해 딱 한 번 응시기회가 주어졌다.
음악 하기 좋은 시절
▲ 방송 장면 갈무리 ⓒ TV조선
이때를 생각하면 요즘은 음악 하기 좋은 시절이라는 생각도 든다. 먼저 여러 경연 프로그램이 있어 나이와 상관없이 응시할 수 있다. 또 음악을 만들기도 좀 더 쉬워졌다. 스마트폰에는 작곡 프로그램이 담겨 있어 악기 연주를 잘 못해도 곡 하나를 뚝딱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심지어 내가 만든 아마추어 음악을 장르별로 듣기 좋게 만들어주는 마스터링 과정도 있어 이를 활용하면 전문 음악가가 만든 음원처럼 들린다.
여러 생각을 하던 중 우연히 < TV 조선 대학가요제 >를 봤다. 이 프로그램은 '대학생들의 무한 가능성을 노래한다'라는 취지로, 전 세계에서 모여든 청춘들이 음악 열정을 뽐낸다. < MBC 대학가요제 >를 벤치마킹한 듯 보였지만 또 조금은 달라 보였다. 대학가요제보다는 앞서 JTBC에서 만든 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대학가요제만의 특징보다는 10대에서 20대 중반의 앳된 얼굴에 70~90 음악들로 향수를 자극하는 모습들이 이어졌다.
물론 현재 < TV조선 대학가요제 >에 출전한 대학생들의 열정이 과거< MBC 대학가요제 >시대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과거에는 대학생이 직접 만든 창작곡이 아니면 출전 자체가 불가능했는데, 지금은 창작곡은 물론 기성곡을 재편곡해서 출전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과 차별성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인지 과거 < MBC 대학가요제 >가 더 그리워졌다. < MBC 대학가요제 >는 1977년 첫 회를 시작으로 2012년까지 이어지며, 대한민국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대학생들의 열정과 자유를 상징하는 대표적 무대였다. 스스로 만든 곡에 가사를 붙여 떨리며 무대에 오른 청춘들, 이들의 긴장과 설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었다. 자기소개를 하고 바로 무대를 하기에 방송 자체는 투박하고 단순했지만, 새로운 음악을 만나고 미래의 가수들을 응원하는 마음도 들었다.
물론 2024년 부활한 < TV조선 대학가요제 >에서도 다양한 대학생 뮤지션들의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두 무대는 언뜻 보면 달라 보이지만, 청춘들에게 꿈을 실현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렇기에 < TV조선 대학가요제 >가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의 다른 정체성을 찾아나가기를 바란다. '대학가요제'라는 명칭이 제목에서만 담기지 않게, '대학가요제'만의 명성과 매력을 담아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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