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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청 앞 횡단보도 신설... 그렸다가 지웠다가 '황당'

현수막-화단에 막혀 하루 만에 제거, 도청 주변 문연로에 횡단보도만 4개

등록|2024.11.21 10:10 수정|2024.11.21 10:12

▲ 제주시가 현수막과 화단으로 가로막혀 통행이 불가능한 도로에 횡단보도를 그렸다가 다시 지우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 제주의소리


제주시가 현수막과 화단으로 가로막혀 통행이 불가능한 도로에 횡단보도를 그렸다가 다시 지우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20일 제주시에 따르면 연동에 위치한 제주도 본청사 정문 앞에 횡단보도를 설치했지만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하루 만인 19일 느닷없이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제주도교육청에서 제주도의회로 이어지는 문연로 구간에는 이미 3개의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다. 도청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의회나 교육청 앞 횡단보도를 이용해야 한다.

횡단보도 신설은 올해 7월 민원이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이에 제주자치경찰단은 8월 교통시설심의위원회를 열어 신설 안건을 가결시켰다. 이어 9월 제주시에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

사업비를 확보한 제주시는 이달 18일 현장을 찾아 도로시설 업체에 횡단보도를 그리도록 했다. 이를 위해 중앙선 일부를 제거하고 차량 대기선도 후퇴시켰다.

▲ 제주시가 현수막과 화단으로 가로막혀 통행이 불가능한 도로에 횡단보도를 그렸다가 다시 지우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 제주의소리


문제는 현수막과 화단으로 가로막혀 통행 자체가 불가능한 도로 노면에 횡단보도 표시를 먼저 했다는 점이다. 이에 보행자들이 차도를 돌아 인도로 진입하는 웃지 못할 일이 생겨났다.

도색에 앞서 현수막 철거와 화단 제거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하지만 이를 등한시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제주시는 다음날 부랴부랴 검정 페인트로 이를 감췄다.

화단보다 더 큰 장벽은 현수막이다. 공사를 위해서는 가로수에 설치된 현수막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 현재 도청과 의회 주변에는 정당과 각종 시민단체 현수막 20여개가 게시돼 있다.

▲ 제주시가 현수막과 화단으로 가로막혀 통행이 불가능한 도로에 횡단보도를 그렸다가 다시 지우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 제주의소리


특정 현수막을 제거할 경우 반발이 불가피해진다. 이에 제주시가 지도감독권을 가진 연동주민센터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난색을 표하면서 경찰서 문의까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제주지회가 이날 도청 맞은편에 천막까지 설치하면서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 이 단체는 이미 무기한 농성을 예고한 상태다.

제주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당일 현수막과 화단 철거가 동시에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에 횡단보도 도색을 했지만 안전문제가 제기돼 다음 날 지웠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현수막 철거 등과 관련해서는 추가적인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문제가 해결되면 예정대로 화단을 철거하고 횡단보도 도색도 다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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