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친일 독재 옹호 논란 교과서' 채택한 문명고 "선정은 교권"

검인정 문제는 교육부에 책임 돌리고 언론 보도에 "책임 묻겠다" 밝히기도

등록|2024.11.21 13:38 수정|2024.11.21 13:38

▲ 임준희 문명고 교장과 학교 관계자들이 21일 대신대학교 본관 세미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명고가 채택한 한국사 교과서가 편향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 조정훈


전국 교등학교 가운데 유일하게 '친일 독재 옹호 교과서'로 평가받는 한국학력평가원의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경북 경산 문명고등학교가 "교과서 선정은 교권"이라며 "부당한 외부의 정치적 공세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전국 유일 '친일 독재 옹호' 교과서 채택한 문명고... "정당한 교육")

임준희 문명고 교장은 21일 대신대학교 본관 세미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은 정치꾼들의 정치이념 공세에 시달리거나 영향 받지 않고 오로지 교육자의 양심에 따라 정치적 중립성의 원칙하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전교조와 지역 시민단체, 문명고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문명고 친일·독재미화 불량 한국사 교과서 채택 대응 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문명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일·독재 미화, 불량 한국사교육 시도를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교과서 선정은 교유권한, 불법부당 압력은 고발"

임 교장은 "검·인정 체제의 장점은 획일화된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한국사 교과서는 그동안 8종이 있었으나 이마저 편향된 것이라고 해서 이번에 1종이 추가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검정에 통과했다는 것은 검정 기준에 적합했다는 뜻"이라먀 "문제가 있다면 검정 기준을 올리면 된다. 그러면 문제되는 내용이 걸러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명고가 유일하게 선정한 교과서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는 "전문가 위원회가 판단한 교과서를 학교 차원에서 다시 판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우리 학교는 검정을 받은 9종의 교과서 중 어느 것을 채택할지를 관련 교과서 선정 매뉴얼에 따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 임준희 문명고 교장이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를 들어보이며 친일편향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 조정훈


임 교장은 편향된 교과서를 채택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팩트를 체크하지 않고 오보를 냈다고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그는 "일부 언론은 팩트 체크도 하지 않고 프레임을 정해놓고 오보를 내고 있다"며 '국정교과서와 검정교과서는 엄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국정교과서와 동일시하여 교묘히 과거 사건과 연결지어 악의적인 기사를 내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인정 체제에서 교과서 선정은 민간기업의 이익과 직결돼 정부는 특정교과서 채택에 개입하거나 압력을 가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며 "문명고에 불법부당한 압력과 개입을 한 일부 관계자와 언론에 대해서는 부조리 신고센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또 "검정 통과한 9종의 교과서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오로지 선생님의 교권이자 고유권한"이라며 "교과서 선정을 방해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교권침해행위로 고발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성년자인 학생들을 인터뷰해 편파적으로 보도한 언론과 근거 없는 친일 프레임으로 문명고의 명예를 훼손한 언론에 대해서는 형사고소와 함께 민사적 책임, 언론중재위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세부 내용 대해선 "검증 과정에서 논의할 사항"

임 교장은 그동안 언론 대응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학교가 정치논쟁에 휘말리지 않고 교육활동을 평온하게 하려는 이유였다"면서 "오늘 이후로 학교를 대상으로 더 이상 정치이념 공세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 교장은 "역사라는 것은 팩트와 주관이 많이 개입한다"며 "그래서 친일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어떤 부분이 친일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과서가 어떻게 집필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족문제연구소라는 단체가 300여 건의 오류가 있다고 하는데 저는 찾을 수 없다"며 "만약 그런 부분이 있다면 국가에서 하는 검증 절차에서 걸러져야 한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전문성을 믿고 원안대로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 문명고가 채택한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 ⓒ 조정훈


이승만 정권이 독재정권이 아닌 집권연장이라는 교과서 내용과 관련 임 교장은 "이승만 정권이 독재정권도 맞고 집권연장도 맞다"며 "집필자가 어느 단어를 쓸 것인가는 집필자의 재량"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권 회복을 위해 열악한 조건으로 일본군과 싸워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집필된 부분에 대해서는 "검증 과정에서 논의할 사항이지 학교에 질문할 사항은 아니다"라며 "해당 교과서를 채택하면서 집필 교사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를 집필한 문명고 소속 이병철 교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병철 교사가 뉴라이트 사관에 가깝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학교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 교장은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된다면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다른 학교는 부당한 외부 압력에 논란을 피하고 싶어 채택을 안 했을 뿐"이라며 "다른 교과서로 바꾸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