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대령 "우리 사회 정의가 살아있음을 증명할 시간"
[현장-박정훈 대령 10차 공판] 항명 결심 공판 앞서 시민들과 전우들에게 감사 인사
▲ 21일 오후 서울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서 결심 공판에 참석하는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에게 한 해병대예비역이 도토리묵을 건네고 있다. 몰상식과 불공정을 의미하는 묵을 박정훈 대령이 칼로 자르고 있다. ⓒ 권우성
"지난 1년 반을 지나오면서 채 상병 진실은 다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는 이 진실이 승리로 이어지고 우리 사회에 정말 정의로움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그 첫 발을, 실질적인 큰 발자국을 오늘 뗀다고 생각하고 저에게 주어진 최후 진술 그리고 검찰의 신문에 최선을 다해서 잘 호응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박정훈 대령
21일 오후 서울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 앞.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이날 열리는 자신의 결심 공판 출석에 앞서 시민들과 해병대 전우들 앞에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군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지 1년 3개월째, 군 형법상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대령은 지난해 12월 7일 첫 공판이 열린 후 지난 10월 29일까지 모두 9차례 공판에 참석했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보여주듯 박 대령은 다소 야윈 모습이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당당했다.
▲ 21일 오후 서울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서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해병대예비역들이 박 대령을 응원하고 있다. ⓒ 권우성
정원철 해병대 예비역연대 회장은 공판 전 열린 무죄 탄원 기자회견에서 "박정훈 대령은 1년 넘게 업무에서 배제되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항명한 적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며, 지금까지 성실하게 재판에 임했다"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그동안 숱한 진술과 증거가 추가로 제시되면서 박정훈 대령은 법리에 따라서 수사에 충실했을 뿐이라는 점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라면서 "오히려 말을 바꾸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 자들은 김계환 사령관을 비롯한 해병대 지휘부와 국방부 관계자들"이라고 주장했다.
▲ 21일 오후 서울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서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이날 열리는 자신의 결심 공판 출석에 앞서 시민들과 해병대 전우들 앞에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 권우성
그러면서 정 회장은 "박정훈 대령은 군사법원법에 따라 절차를 지켰을 뿐이며, 그렇기에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다"라면서 "군사법원이 진실을 외면하고 유죄 판결을 한다면 30년을 해병대에 몸담아 온 박정훈 대령이 추구해 온, 더 나아가 대한민국 사법부를 포함한 모든 권력기관이 추구해야 할 정의와 자유는 비웃음과 냉소의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역 장병 부모 모임인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 귀환 부모연대' 회장은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군에 보낸 자식들이 죽거나 다쳤을 때마다 왜 부모는 냉담한 국가의 지뢰밭에 갇혀 무능한 비애를 느껴야 하느냐"라면서 "그것은 국가의 무능이며 배신"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박정훈 대령은 군인 이전에 자식을 키운 부모로서, 명예로운 수사관으로서 원칙대로 수사했고, 소중한 가치를 지켰을 뿐임을 자식을 가진 사람들은 알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식과 정의는 박정훈 대령 편에 서 있다"라면서 "우리 아들, 딸들에게 한 것처럼 박 대령께 당부한다.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히 귀환하시길 바란다"라고 응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 기술을 이용해 억울한 사람의 진실을 밝혀주지 않은 형식에 그친 사법만능주의를 통한 독재, 이것이 독재의 평범성"이라면서 "우리는 그 덫에 걸려 있다. 바로 그 지독한 사례가 박정훈 대령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추 의원은 "그러나 우리는 진실과 정의가 무엇인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박정훈 대령이 겪는 고초가 결코 개인의 것이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 사회의 것이고, 이것을 밝혀내지 못하면 미래도 참담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와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골목대장과 그 수하와 쫄보들은 다 어디에 있느냐"
▲ 21일 오후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서울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 섰다. 이날 열리는 박 대령의 결심 공판 출석에 앞서 시민들과 해병대 전우들, 추미애·서영교·박주민·이성윤(더불어민주당), 조국·박은정(조국혁신당),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등 국회의원들도 함께했다. ⓒ 권우성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박 대령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는 동안 윤 대통령은 채 해병 특검법을 두 차례나 거부했다"라면서 "박 대령이 정의를 지키려고 묵묵히 버티는 동안 윤 대통령은 배우자와 권력을 지키려고 했다"라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제3자 특검법을 떠들어대다가 정작 제3자 특검이 본회의에 오르자 꼬리를 감췄다"라며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거들먹거리는 골목대장과 그 수하와 쫄보들은 다 어디에 있느냐"라고 일갈했다.
이날은 마침 박정훈 대령의 생일로 시민들은 "잘 태어나셨습니다" "(생일)선물은 명예회복!"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박 대령의 해병대 동기와 선·후배 5명으로 구성된 '팔각모 브라더스'는 해병대원들이 애창하는 사가 '묵사발가'를 부르면서 박 대령을 성원했다.
이날 공판에는 추미애·박주민·이성윤(더불어민주당), 조국·박은정(조국혁신당),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등 국회의원들이 함께했다. 박정훈 대령의 어머니도 이날 처음 공판 방청을 위해 상경했다고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전했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박 대령의 상관명예훼손과 항명 혐의에 관한 결심 공판을 연다. 이날 공판에서는 그동안 제기된 추가 쟁점에 대한 소명, 군 검찰의 최종의견 및 구형, 박 대령 측의 최종변론과 최후진술 등이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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