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설 히말라야 속깊은 곳에 무엇이 있을까?

[평범한 아줌마 선생의 인도여행 15] 히말라야에 갇히다

등록 2008.01.14 10:16수정 2008.01.1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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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6일 월] 노숙도 힘들었어요

 

너무 추워 오금이 저려온다. “아~아~츄~” 저 목소리는 정혁씨다. 감기 걸린 건가?

 

어제 늦게 이곳 킬롱에 도착한 후 운전사는 아무 설명 없이 휭하니 버스와 승객을 버리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잠자리란 세 면만 막혀 있고 한 면은 뻥하니 뚫려 있는 창고로, 도무지 노숙 같기만 한데 그나마 간이침대는 20여개뿐. 하나당 50루피로 늦게 도착한 여행자들에겐 차지가 돌아오기 어려웠다.

 

겨우 두 개를 얻었으나 남은 동행자들을 거리에 남기고 편안히 누울 순 없었다. 우리는 헤매다 결국 다시 버스 안으로 기어들어왔다. 설상가상으로 갖고 온 담요와 침낭 두 개가 저녁 무렵부터 쏟아진 장대비에 죄다 젖어버렸고, 남은 것은 겨우 두 개의 침낭과 비행기에서 들고 나온 숄 몇 장뿐이었다. 그것으로 다섯 명이 버스 의자에 누워 흥부네 가족처럼 하룻밤을 버텼다. 그래도 다행히 우리는 함께였다. 

 

“애~ 취~~!” 이러다 잠 다 깨우겠다. 아직 날이 밝으려면 한참인데, 좀 더 자둬야 하는데….
 
7시가 다 되어서 겨울잠 자는 번데기 모양으로 웅크려 있던 일행들이 부스스 담요를 들춰내고 일어난다. 다들 얼굴이 얼어붙어 있고 어깨가 굽어져 있다. 이번 여행에서 최악인 잠자리였을 터인데 불평 한마디 없다. 대단한 동행자들이다.

 

서로 바라보자, '풋~' 웃음이 나온다. 조금씩 웃음기가 돌아오고 있었다. 웃음은 묘한 마력이 있다. 생기도 돌아왔다. 우리는 밖으로 나와 뜨거운 짜이와 국물 국수를 시켜 그릇째 훌훌 훑어 먹었다. 국숫물의 뜨거운 김과 차가운 아침공기 두 기류의 혼이 서로를 부르는지 어지럽다. 약간의 현기증. ‘고도 탓일까?’
 
고도가 높아지다
 
고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파른 것은 더욱 가파르게, 휘어지는 길은 더욱 깊숙이 휘돌면서 버스는 사력을 다하듯 구르고 있다. 운전사는 자주 엑셀레이터를 밟아 급회전하는 때가 빈번해졌다. 앞으로 다가오는 대형트럭에게 길을 내주기 위해 후진하는 때도 많아지고, 마주 오는 차를 위해 한참 기다렸다가 다시 엔진을 걸기도 했다.

 

a 대형트럭 모두 한결같이 화려하게 꾸며져 있어 한 회사에서 만든 것 같아요. 히말라야 길목마다 이런 대형덤프트럭들이 끊임없이 왕복합니다. 잘 꾸며진 덩치 우람한 람보같은 이 녀석들이 이제 곧 도착할 '오래된 미래'의 마을 라다크를 변화시키는 다리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그 변화란 어떤 모습일까요?

대형트럭 모두 한결같이 화려하게 꾸며져 있어 한 회사에서 만든 것 같아요. 히말라야 길목마다 이런 대형덤프트럭들이 끊임없이 왕복합니다. 잘 꾸며진 덩치 우람한 람보같은 이 녀석들이 이제 곧 도착할 '오래된 미래'의 마을 라다크를 변화시키는 다리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그 변화란 어떤 모습일까요? ⓒ 신영미

▲ 대형트럭 모두 한결같이 화려하게 꾸며져 있어 한 회사에서 만든 것 같아요. 히말라야 길목마다 이런 대형덤프트럭들이 끊임없이 왕복합니다. 잘 꾸며진 덩치 우람한 람보같은 이 녀석들이 이제 곧 도착할 '오래된 미래'의 마을 라다크를 변화시키는 다리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그 변화란 어떤 모습일까요? ⓒ 신영미

 

코너에서 절벽 쪽으로 버스가 약간 기우뚱! 그 짧은 순간 눈이 마주친 연실씨와 무언의 소통을 벌써 끝냈다. 부르릉~ 하며 다시 정상궤도로 돌아왔지만 쓸어내려진 가슴은 아직 정상궤도로 돌아오지 않는다. 어쩌다 길가에 공룡의 시체처럼 드러누워 있는 대형화물트럭의 잔해들이 나타났다. 소름 끼치도록 스산했다. 우리는 그때마다 서로의 시선을 붙들어주고 다양한 방법으로 평정심을 지켜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a 히말라야 오르는 길 버스 대비 길의 폭은 상상에 맡깁니다.

히말라야 오르는 길 버스 대비 길의 폭은 상상에 맡깁니다. ⓒ 신영미

▲ 히말라야 오르는 길 버스 대비 길의 폭은 상상에 맡깁니다. ⓒ 신영미

 

조금씩 속이 불편해지고 있다. 고산증이 시작되려나 보다. 약간의 겁을 집어먹고, 레모나도 물, 과일도 약도 먹을 만큼 먹었지만 나아지기는커녕 그 도를 더해간다. 옆 사람들에게 다 들켜버렸다. 호흡이 점점 어려워지고 두통과 울렁거림, 복통을 동반하며 전천후로 날뛴다. 심각한 고산병 증세가 짓눌러오고 있었다.

 

나머지 일행들도 무풍지대일 리 없어 조금씩 힘들어하는 기색이었지만 애써 참아가며 침착하게 자리를 지키는 거 같다. 나이가 많은 자가 제일 난리법석인 꼴이어서 민망했지만 어쩔 도리 없고 하는 수도 없었다. 히말라야를 너무 얕본 걸까? 맥간과 마날리에서의 히말라야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이제 그 이름을 조금씩 새롭게 마음에 새기고 있다. ‘냉혹한 눈의 집!’

 

지금 보고 있는 것은 길들여지지 않은 야성의 히말라야일 것이다. 아니면 가려진 것들을 모두 걷어내고 난 후 본래 모습으로 돌아간 걸까? 아무튼 한순간 포효하듯 파도가 몰아치고 폭풍우가 한바탕 몰아쳐 간 후의 적막 같은 폐허가 되어버린 히말라야! 숨이 가쁘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손잡이에 온몸을 실어 기댄 채 헉헉거리고 있다. 가슴이 바위 아래 짓눌린 듯 새처럼 숨을 쉬는 것도 호사 같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설산이 나타나다

 

“오아아~ 설산이닷!” 누군가의 외침소리가 들려온다.

 

설산이라네.
만년설산이겠네.
이 여름에도 눈이
하얗게 쌓여 있단 말이지.
얼마나 굽이굽이
시리도록 깊었으면
한시도 털어내지 못하고
여태 하얗게 세도록
이고 있을까?
여보시게? 구경하는 님들
이 마음 그대들과
어이 이리 다른가?

    

a 히말라야 설산 원래는 파란 하늘아래 더욱 화려한 장관인데, 이 사진은 그 모습을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히말라야 설산 원래는 파란 하늘아래 더욱 화려한 장관인데, 이 사진은 그 모습을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 신영미

▲ 히말라야 설산 원래는 파란 하늘아래 더욱 화려한 장관인데, 이 사진은 그 모습을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 신영미

 

당신은 누구십니까?

 

실상 사막과도 같은 허허벌판에 몽골의 겔처럼 생긴 이동식 천막휴게소이다. 이런 천막휴게소에 정차하는 동안 여행자들은 간단한 음식을 먹거나, 짜이를 마시거나 간식거리와 물을 사고, 노상에서 대소변의 생리작용을 해결한다.

 

a 묻지마 화장실 누구나 곧 익숙해집니다. 이때 히말라야를 바라보는 기분이 매우 좋다고 합니다.

묻지마 화장실 누구나 곧 익숙해집니다. 이때 히말라야를 바라보는 기분이 매우 좋다고 합니다. ⓒ 신영미

▲ 묻지마 화장실 누구나 곧 익숙해집니다. 이때 히말라야를 바라보는 기분이 매우 좋다고 합니다. ⓒ 신영미

 

시원한 바람을 쐬면 좀 나아질는지. 버스에서 내리니 휘도는 거센 모랫바람이 삽시간에 몸의 균형을 흩뜨리고 오그라드는 추위에 숄을 턱 끝까지 잡아당겨 보지만 후들거리는 다리와 가쁜 호흡으로는 히말라야의 바람과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어서 금방 주저앉고 말았다. ‘너무 많이 벗어났구나….’


누군가 손을 이끌어 일으켜 세워주었다. 다시 버스로 돌아와 차창에 기대어 무거운 눈을 감아버렸다. 고통스러웠다.
 
버스는 쉼 없이 히말라야의 중턱을 지그재그로 기어오르고 취한 듯 내려간다. 잠시 잡아주는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던가? 누굴까? 흔들리는 버스에서 붙잡아주고 가슴에 품어 잠시나마 편안한 숨을 쉬도록 해준 당신은 누구십니까? 아주 짧은 시간 달콤한 잠을 허락한 당신은?

 

풍전 앞의 등불을 떠올렸다. 숨을 놓치면 안 되는데. 그 순간부터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이 시간이 짧게 끝날 거 같지 않아 두려웠다. 돌아서 내려갈 수도 없었다. 꼼짝없이 히말라야에 갇혔다. 오늘 밤이 되어야 이 버스는 나를 풀어줄 것이지만 히말라야는 나를 놓아주지 않을 것만 같았다. 앞으로도 고도는 계속 더 높아질 것이다. 어쩌랴.  
 
자연에도 모순이 있다

 

감긴 눈 사이로 살며시 창 밖을 내다보았다. ‘쪽…빛 파란…하늘! 어? 어? 어!’

 

어떻게? 이리 진저리가 쳐지도록 황량하고 척박한 산이, 저렇게? 순진하도록 맑은 원색의 파란 하늘을 만날 수 있을까? 뭔가 단단히 잘못되지 않고서는 저런 풍경을 만들어내진 못할 거 같았다. 이런 조합을 본 적이 없었다. 저리 맑은 티 한 조각 없이 새파란 하늘이라면, 하늘거리는 들꽃들이 땅을 이루고, 노란 잎들과 주홍빛 감과 빨간 고추잠자리가 하늘을 날아다녀야 했다.

 

뭘까? 이곳의 히말라야는 생명이 자라도록 허락하지 않는데. 흔한 풀 한 포기, 가시덤불조차 허락지 않겠다는 듯 흙바람과 모래, 돌과 바위로 단단히 뭉쳐져 있는데. 히말라야는 혼자 으스대며 위협하고 뭔가를 앗아갈 듯 위용만을 과시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히말라야가 받치고 서 있는 하늘이 어찌 저리도 티 없이 아름답고 청명할 수 있을까?

 

이건 뭐냐? 내가 보지 못하고 있는 건 도대체 뭐란 말인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물컹하고 북받쳐 올라왔다. 차창으로 고개를 돌려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끙끙거렸다. 눈물이 멈추지 않아 오래도록 소리를 죽이고 울었다. 나중에는 그냥 울도록 내버려 두었다.

 

황량한 곳에서 따뜻한 위로

 

희진씨도 심상치가 않다. 하얗게 얼굴이 질려 있고 고개를 들지 못한 채 헉헉거리고 있다. 대진씨도 구토증세가 점점 심해지고 있나 보다. 이제 누가 누구를 위로해야 할지를 모를 지경이 되어간다. 걱정이 되었지만 역시 어쩔 도리 없고 하는 수도 없었다. 버스 운전사가 이제 곧 평지로 구불한 고갯길은 거의 끝나간다는 말도 그리 위로가 되지 않았다.

 

다시 휴게소에 정차했다. 허허벌판에 칼바람이 매섭다. 속이 메스꺼워 온다. 속을 게워내야 했다. 누군가 등을 두드려주는 손길.

 

‘누구세요? 이토록 황량한 곳에서 따뜻한 위로를 제게 베풀어주시는 당신은?’

 

볼 일, 못 볼일 다 보고 난 후 일어나 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터벅터벅 버스 안으로 돌아와 보니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무심했다.

 

정차하면서 쉬는 시간조차 차츰 번거롭다. 한 시라도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여 뜨거운 차를 마시고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는 기절모드로 가고 싶단 생각뿐. 그럴수록 정차하는 시간이 지루하도록 길게만 느껴졌다.

 

‘얼마나 많은 짧은 꿈을 꿔야 긴 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지독한 현실감 부재의 현실.

 

대화

 

“난 도착하면, 먹고 싶은 걸 생각해놨다가 꼭 먹어볼 거야.”
“오늘밤은 배낭 속이 엉망일 테지만 빨래고 뭐고 없어. 우리 생활인을 포기하자.”


“희진 누나! 나, 김칫국물 확 푼 해장국 먹고 싶어. 흑흑….”
“정혁씨! 왜 이러나… 어린애처럼 칭얼거리긴… 그런데 우리 레에서 델리로 내려갈 땐 비행기 타고 가는 게 어때? 응? 응? 나 그러고 시퍼… 흑흑…”


“20만원인데… 넘 비싸….”
“아냐. 따져봐라. 마날리까지의 교통비, 숙박비, 식비, 다시 마날리에서 델리로 내려가는 교통비, 숙박비… 그리고 고생값을 쳐봐….”


“아무리 우리가 가난한 배낭여행자라도 이 소중한 여행 중에 돈 계산만으로 일정을 짤 순 없어. 레에서 잘 지내고 나면 고생값은 계산에 넣지도 않게 될지도 모르고… 마날리로 내려가는 길은 훨씬 순조로울 거야….”
“아까 대진형 토할 땐 겁나드라… 갓 제대한 단련된 군인 아저씨도 저런데….”


“바라나시에서 델리 올 때 17시간 기차여행도 엄청났는데, 그땐 이제 고생 끝이라 여겼어.”
“인생이란… 그래…. 하지만 이번 고비를 넘기고 나니깐 난 앞으로 더한 일이 일어난다 해도 이제 담담할 수 있을 거 같지 않니?”

 

타그랑 라(Taglang La)

 

운전사의 말처럼 이 높은 고도의 히말라야에 광활한 사막 같은 평지가 나타났다. 끝없이 긴 길이 곧바로 뻗어 나 있다. 이곳이 해발 5328m의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고속도로라는 ‘타그랑 라’이었다.

 

고속도로라지만 모래와 흙길이다. 앞선 차량들의 바퀴가 지날 때마다 뽀얗게 흙바람 먼지가 일어나 시야가 희미한데도 우리가 탄 버스는 대장정의 어딘가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이제는 히말라야의 광활함에 저항할 힘도 없다. 얕은 감상법도 무의미했다. 그저 맥 놓고 앞만 응시하며 먼지 안개를 바라보니 우주의 혹성 어딘가에 불시착한 듯한 몽롱함으로, 알 수 없는 신기루를 보는 거 같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만년설이 녹아 생명수를 만들다

 

물소리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 신기하게도 콸콸거리며 힘차게 흐르는 물소리였다. 물줄기의 흐름이 빠르고 에너지가 가득할 것만 같다. 돌이나 커다란 바위조차 개의치 않는 듯 거침이 없고 그 물소리로 보아 수량이 넉넉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줄기가 버스 안으로 흘러들어와 지치고 목마른 우리에게 산소호흡기라도 되어줄 거 같았다. 이 물줄기는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어떻게 갑자기 나타난 걸까? 당연, 그 물의 근원은 히말라야였다.

 

히말라야의 꼭대기 만년설에서 녹아 흐르는 물줄기! 대륙판의 이동 후 바다 밑 거대한 습곡이 뒤틀리면서 융기했다는 히말라야의 골골은 아직 그 오랜 전설을 잊지 않고 있었던가?


히말라야의 물줄기는 골짜기마다로 흘러내려와 큰 평지에서 하나가 되어 거대한 천연의 수로를 이루고, 굽이굽이 히말라야를 크게 감돌고 있었다. 물이 돌아오자 기름진 땅이 돌아오고, 다시 뭇 생명이 돌아오고 사람들은 그 곁에서 농사를 지었다. 저 아래 바둑판 모양의 초록 밭이 싱그럽다.
 
‘그래, 히말라야는 만년설로 거대한 물탱크를 지었다가 산 아래 생명들에게 생명수를 힘차게 흘려보내고 있었구나….’
   
 
정신이 돌아온 듯,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결코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구나! 히말라야는 살아 있었어.’

 

a 레 가는 길 저물어 가는 히말라야입니다. 차라리 어둠이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아무것도 보이지않고, 휴식같은 느낌이었으니까요.

레 가는 길 저물어 가는 히말라야입니다. 차라리 어둠이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아무것도 보이지않고, 휴식같은 느낌이었으니까요. ⓒ 신영미

▲ 레 가는 길 저물어 가는 히말라야입니다. 차라리 어둠이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아무것도 보이지않고, 휴식같은 느낌이었으니까요. ⓒ 신영미

어느 가을날의 회상

 

이곳은 지금 한창 가을이다. 아침마다 발아래 깔린 은행나무잎을 밟으며 출근하기에 허덕이며 늘 바쁘다. 그러나 불현듯 뭔가 이끌리듯이 하늘을 바라볼 때마다 그리고 구름 사이로 비행기의 굉음이 멀리 들릴 거 같을 때마다 그때를 자주 회상한다. 저 하늘길 어딘가에 있을 히말라야를 상상한다. 그 시간이 이제는 정말 꿈만 같다.

 

여기 감나무들과 단풍잎, 그리고 마지막 은행잎들마저 모두 떨어질 무렵, 그리고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거의 다 녹을 무렵이면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겨울이 오리란 걸 안다. 그 겨울에 히말라야는 또 수 천 년 거르지 않고 해온 것처럼 부지런히 자신을 얼어붙게 하리라. 만년설을 자신의 머리에 기꺼이 씌우리라.

덧붙이는 글 사실 이 사진들은 후에 레에서 마날리로 내려올 때 찍은 것임을 밝혀둡니다. 이 날은 사진찍을 기분이 아니었죠. 
#인도여행 #라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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