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과 효자손

등록 2008.01.30 15:34수정 2008.01.3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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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남편이 효자손과 함께 사 온 카네이션 한 묶음

남편이 효자손과 함께 사 온 카네이션 한 묶음 ⓒ 김정애


여자인 나보다도 더 여성스럽고 감성적인 남편은 식탁 위에 꽃이 시들 즈음이면 어김없이 꽃을 사 들고 온다. 지하철역의 북적거리는 소음과 함께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거나하게 취기가 도는 목소리, “여기 충무로역이야~ 곧 갈게” “네~ 조심해서 오세요~”  대충 언제 쯤 도착할지 시간 계산을 해 본다.  거의 예상에 맞춰 딩동~ “추운데 수고 많으셨어요~” 하며 남편을 맞는다.


오늘도 뒷짐을 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뭔가 사들고 온 게 분명하다. 아니나 다를까 한 묶음의 카네이션다발을 내민다. 장미나 프리지아에 비해 거의 향기가 없는 꽃이지만 기분이 좋은 건 마찬가지, 지루하지 않게 여러 가지를 골고루 바꿔가며 사오는 센스도 보인다.    

향이 짙고 샛노란 후리지아, 정열의 붉은 장미, 꽃망울이 작고 귀여운 들국화, 카네이션 외에도 이름 모를 가지가지 꽃들을 사 들고 오는 꽃을 든 남자. 그런데 오늘은 꽃 말고도 한 가지가 더 있었다. 다름 아닌 효자손. 이상하게도 겨울철이 되면서 손도 닿지 않는 등이 가려워 요 며칠 남편만 들어오면 긁어 달라고 했더니 자기가 없을 때 필요할 거 같아 사왔다며 꽃 묶음과 함께 대나무로 만든 효자손을 건넨다. 

a  혼자 있을 때 필요할 것 같아 사왔다며 내민 효자손.

혼자 있을 때 필요할 것 같아 사왔다며 내민 효자손. ⓒ 김정애


그걸 보는 순간 남편의 따뜻한 마음이 고맙기도 하고 왠지 노인이 계신 집에나 있을 법한  물건이라 웃음이 나왔다. 어쨌거나 아내를 위하는 마음에 감동을 하여 고맙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혼자 있을 땐 아무렇지도 않다가도 남편만 보면 가려워 긁어달라고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날 남편은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코를 골며 자고 있는데 손도 닿을 수 없는 곳이 또 가려웠다. 곤하게 자고 있는 사람을 깨울 수도 없고. 마침 효자손 생각이 나기에 얼른 가져다 긁어보니 시원하기는커녕 아프기만 하고 영~ 아니었다.

왜 그럴까~ 요리조리 살펴보니 피부에 닿는 끝부분이 마무리가 덜 되어 날카로운 상태 그대로였다. 그리고  'made in china'라고 쓰여진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이건 효자손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물건이었다.  


건조한 계절인 겨울철이 되면 민감성 피부나 노인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피부질환의 하나인 가려움증, 심한 경우 밤잠을 설칠 정도라고 한다.   

노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과도 같은 효자손, 그런데 이처럼 날림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구입을 할 때 잘 살펴보고 선택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사용도중 피부에 상처가 날 수도 있고 세균감염으로 인해 염증이 생겨 고생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가려움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는 상식을 십분 활용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수분부족으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과일이나 야채, 물 등을 충분히 섭취하고 내의는 가급적 면 종류를 입도록 하며 연고나 보습효과가 뛰어난 로션 등을 바르면 한결 상태가 좋아진다고 한다. 

그리고 실내가 건조하지 않도록 젖은 빨래를 널거나 수시로 환기를 시키는 것도 권장할 만한 방법이다.     

너무 뜨거운 물에 자주 목욕을 하는 것도 가려움증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짧은 시간에 따뜻한 물로 가볍게 하는 것이 좋으며 샤워 후에는 촉촉한 상태에서 보습제를 바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늦가을을 시작으로 건조한 계절이 되면 노인의 50% 이상이 가려움증을 호소하고 심한 경우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는데 노인이 계신 댁에선 설 명절 선물꾸러미에 품질 좋은 효자손과 연고나 보습제를 곁들인다면 금상첨화의 효도선물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카네이션 #효자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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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52세 주부입니다. 아직은 다듬어진 글이 아니라 여러분께 내놓기가 쑥스럽지만 좀 더 갈고 닦아 독자들의 가슴에 스며들 수 있는 혼이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특히 사는이야기나 인물 여행정보에 대한 글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곳에서 많을 것을 배울 수 있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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