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불량품' 판 한나라당은 이 난국에 책임 져라

촛불문화제를 보고서

등록 2008.06.12 10:37수정 2008.06.1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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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최근 쇠고기 파문에 유감을 표명하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최근 쇠고기 파문에 유감을 표명하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 청와대 제공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최근 쇠고기 파문에 유감을 표명하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 청와대 제공

후진성을 면치 못한 정치

 

몇 해 전, 집에서 오래 쓰고 있는 무선전화기를 리콜(recall)해 준다고 하기에 가까운 대리점에 들고 갔더니 군말 없이 새 제품으로 바꿔주었다. 우리 집에서 쓰던 무선전화기는 별 말썽이 없었는 데도, 회사는 새 모델 무선전화기로 바꿔줘서 참 우리나라 기업도 선진화되었음을 보고 매우 뿌듯하였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 이런저런 일로 미국 뉴욕과 워싱턴을 세 차례 다녀왔는데, 세계 최대 번화가인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서 한국제품 광고를 보고 얼마나 감격했던가.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95번 남북 관통 고속도로를 타고 돌아오면서, 띄엄띄엄 눈에 보이는 한국자동차를 보고는 눈을 몇 번이나 깜박거리며 확인하였다. 한국전쟁 직후에 미군들이 버린 군용 지프차에다가 드럼통을 두드려 시발택시를 만들었던 한국이 자동차의 종주국에 수출한다는 것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으로서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로, 꿈같은 현실이었다. 

 

해외에서 우리나라 제품이 세계인의 신뢰를 받고 있는 걸 볼 때마다 흐뭇함을 금할 수 없는데, 현지 동포들도 한국 상품에 대해 한결같이 자부심을 느끼지만 정치권 이야기만 나오면 정치는 삼류요, 아직도 후진국을 면치 못했다고 몹시 개탄하였다.

 

깃털 몇 개 뽑고서야

 

쇠고기 파동으로 벌어진 촛불집회는 그제(6·10)를 고비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정부 당국은 한숨을 돌리며, 그 후속대책으로 난국의 몸통은 그대로 둔 채, 불쌍한(?) 깃털 몇 개를 소모품 마냥 뽑는 걸로 유야무야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갈 속셈인가 보다.

 

나는 이 며칠 동안 산골에서 새 정부 출범 100일도 안 돼 총체적 난국을 맞게 한 가장 큰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곰곰이 따져보았다. 그 1차 책임은 이명박 후보를 공천한 한나라당에게 있었다. 한나라당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이라는 인물(상품)을 공천(공식적으로 추천)하여 국민에게 가장 믿을 수 있는 인물(제품)이라고, 온갖 감언이설로 판매하였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한나라당의 선전에 현혹되어 좀 더 깊이 헤아려보지 않고 그들의 말을 믿고 덥석 제품을 샀는데, 사고 보니 곧 형편없는 불량품으로 눈 멀거니 뜬 채 속았다는, 자기 손에 장을 지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스스로 선택한 잘못에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을 끓이고 있는데, 이를 눈치 챈 자녀들이 먼저 부모를 대신해 촛불을 들고서 불량 상품을 리콜해 달라고 거리로 나간 것이다.

 

아무튼 한나라당은 이즈음 국민 100명 가운데 80명이 속았다고 느끼는 형편없는 불량제품을 판 셈이다. 그래서 먼저 한나라당은 불량제품을 판 국민들에게 정중히 사과한 뒤, 그 책임을 지는 것과 아울러 국민들이 리콜을 원한다면 따라 주는 게 선진민주정당의 마땅한 도리일 것이다.

 

이 난국에 누가 책임져야 할까?

 

그 책임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정당을 해산하거나, 당대표를 비롯한 모든 당직자가 당직이나 공직에서 자진 사퇴하거나, 공천한 후보자를 당에서 제명하는 등,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겠다. 그것은 한나라당이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이것이 책임 있는 공당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국민은 그들이 책임지는 진정성을 지켜본 뒤, 다시 한나라당에게 정권을 계속 맡길 것인가를 냉정히 판단하는 게, 이 총체적 난국을 풀어가는 바른 해법이라고 산골 서생이 감히 충고하는 바다. 이는 마치 당랑거철(螳螂拒轍)인 버마제비처럼, 바위에 계란을 던지는 쓴 소리로 들릴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이 난국을 어물어물 적당히 넘어가다가는 우리 모두에게 더 큰 비극이 올 것이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그 책임을 묻고 싶지 않다. 원래 그런 인물인 줄 알고 있었으니까. 사실 한나라당 지도부도 이명박이라는 인물에 대해 다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굳이 호도(糊塗)하여, 결과적으로 어리석은 백성들을 속였다. 한나라당은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한나라당은 오늘의 총체적 난국에 대국민 사과를 하고 분명하고 확실하게 그 책임을 져라.

 

백성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그들이 이 난국에 책임지는 모습을 바로 본 뒤, 두 번 다시 똑같은 사술(詐術)에 속지 않아야 후세에 못난 조상으로 남지 않을 것이다. 

2008.06.12 10:37ⓒ 2008 OhmyNews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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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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