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풍습, 정월대보름의 진정한 의미는?

[시론]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등록 2009.02.07 14:27수정 2009.02.0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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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2월 9일은 무슨 날이지?”

“월요일요. 왜요?”
“중학교 배치고사 시험 치는 날이잖아요.”

“어머니께서 정월 대보름에 대해서 말씀 안 하시더냐?”
“아, 그거요. 호두만 까먹으면 된다고 하셨어요.”

“근데 오곡밥을 먹는다는 얘기는 안 들어봤어?”
”콩밥과 오색 나물을 먹는다고 들은 적이 있어요.“

토요일 아침 첫째 시간을 열면서 설핏 물어봤는데, 정월 대보름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드물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우리 고유의 세시풍습이 잊혀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아이들이 정월 대보름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게 없다는 것은 집안에서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증거다. 물론 설을 쇤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정월 대보름쯤이야 스쳐 지나면 그뿐이다. 하지만 계기교육을 해야 하는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결코 놓칠 수 없는 일이다.


잊혀져 가는 우리의 세시풍습

a 달맞이 정월대보름 달맞이를 하는데 맨먼저 본 사람에게 행운이 온다고 믿었다.

달맞이 정월대보름 달맞이를 하는데 맨먼저 본 사람에게 행운이 온다고 믿었다. ⓒ 이무성


“정월은 한해 처음 시작한은 달로서 그해를 설계하는 달이지. 특히 음력 1월 15일은 정월 대보름날로 일년 중 달이 가장 밝고 크게 뜨는 날이야. 또 대보름 전날인 음력 14일과 당일에는 각지에서 새해의 운수와 관련된 여러 가지 풍습들이 펼쳐지고 있어. 우리 지역의 ‘화왕산 억새 태우기’가 바로 그것이지.”


“억새 태우기요? 저도 가봤어요. 3년마다 하는 행사인데, 정말 굉장해요. 달집도 크지만 억새를 태울 때는 불꽃이 전봇대보다 더 높아요. 온 산이 불바다가 된 것 같았어요. 그런데 많은 행사를 하든대요?”

“언승이는 3년 전 억새 태우기가 퍽 인상에 남았던 것이로구나. 그렇단다. 보름은 2월 4일에서 3월 6일에 대보름이 포함된다. 대보름날의 풍습은 각 지방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행사 내용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그중 ‘보름새기’는 보름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고 하는데, 가족 중에 누군가 잠이 들면 장난삼아 밀가루 등으로 눈썹을 하얗게 칠해놓기도 하지. 또 ‘더위팔기’가 있는데, 보름날 해뜨기 전에는 다른 사람에게 한해 더위를 판단다.

그밖에도 ‘달맞이’ 행사로 초저녁에 높은 곳에 올라 달을 맞으면서 새해의 풍년을 점치고 행운을 빌며, 달집을 만들어 달이 떠오를 때에 태우면서 한해의 풍년을 비는 ‘달집태우기’를 하고, 땅에 놓여진 '다리'를 밟으면 밟는 사람의 '다리'가 튼튼해진다고 기대하며 다리를 밟는 풍습과 영남지방에서 농민들이 행렬을 이루어 집을 차례로 찾아가는 지신밟기가 있어.

그해의 액운을 멀리 날려 보낸다는 뜻으로 음력 정월 열 나흗날에 띄워 보내는 액막이연에는 이름, 생년월일을 적고 ‘송액영복’(送厄迎福)과 같은 글귀를 써서 하늘 높이 띄워 보내기도 하지.“

“그럼 선생님이 말씀 하신 것처럼 정월 대보름에는 어떤 음식을 먹어요?”
“질문 잘했다. 우리가 내일처럼 먹는 음식도 있지만, 특별한 행사나 특정한 때 먹는 음식이 다로 있단다. 설날에 떡국을 먹고, 추석에는 송편을 만들어 먹듯이 정월 대보름에는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음식을 먹어.

정월 보름날 새벽에는 부스럼이 생기지 말라는 의미에서 밤·잣·호두 등 단단한 견과류로 부럼을 먹는데, 이때 부럼(주로 밤)의 껍질을 직접 깨물어. 특히 보름날 새벽에 찬술을 남녀구별 없이 조금씩 마시는데, 이를 ‘귀밝이술’이라고 하지. 또 아침에는 쌀, 보리, 조, 수수, 팥 등의 다섯 가지 이상의 곡물을 섞어 지은 오곡밥을 먹어. 이때 진채식이라고 무, 오이, 호박, 박, 가지, 버섯, 고사리 등을 말려둔 것을 나물로 먹지. 여러 집에서 아홉 가지 나물을 아홉 번, 또는 열 가지 나물을 얻어먹기도 해.

또한 정월대보름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집안의 가축들에게도 보름맞이를 해주는데, ‘소밥주기’라고 해서 소한테 밥과 나물을 차려 주고, ‘개보름쇠기’라 해서 보름날에 밥을 주면 개가 마른다고 하여 달이 뜨는 저녁에 밥을 준단다. 찰밥을 지어 까마귀에 제를 지내. 약밥이나 나물을 까마귀에 던져 주기도 하는데 이를 ‘까마귀밥’이라고 해“

정월대보름에는 집안의 가축들에게도 보름맞이를 해줘

a 달집태우기 사진은 지난해 김해 봉화마을 달집 태우기 모습

달집태우기 사진은 지난해 김해 봉화마을 달집 태우기 모습 ⓒ 윤성효


“선생님, 추석과 설날에 하는 여려가지 놀이가 있잖아요. 근데 보름대보름에는 어떤 놀이를 하는가요?”
“응, 정월 대보름에도 추석과 설명절과 같이 많은 전래놀이가 있어. 대보름날 낮에 겨울 내내 띄우던 연을 날려 보내지. 앞에서도 얘기 했듯이 그해의 액운을 멀리 날려 보낸다는 뜻으로 음력 정월 열 나흗날에 띄워 보내는 ‘액막이연’이야.

또한 밤에는 논두렁에 쥐불을 놓아 벌레를 없애고, 두 마을이 다리를 사이에 두고 서로 횃불을 들고 ‘횃불싸움’을 하기도 했어. 이런 놀이들은 요즘에는 볼 수 없어. 더구나 정월대보름 밤에 널뛰기는 더욱, 설날쯤부터 시작한 널뛰기는 대보름 이후로는 하지 않아.

그리고 지방에 따라 머리에 사자 가면을 쓰고 농악을 울리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춤추는 ‘사자희’를 하거나 줄다리기, 석전, 고싸움 등의 놀이를 벌이기도 해.“

“집에 돌아가면 엄마한테 오곡밥 해 달라고 해야겠어요.”
“난 아빠랑 정월대보름 화왕산 억새 태우기 행사에 꼭 갈 거예요.”
“저는 주말에 순천 할머니 댁에 가는데 낙안읍성에 꼭 가 볼 거예요. 거기서 정월대보름 행사를 한다고 해요.”

우리의 좋은 습속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아이들을 통해서 더욱 역력하게 나타난다. 그렇지만 오늘 특설단원 수업을 통해서 정월대보름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아이들, 집에서 맞이하는 조그만 행사 하나에도 정월대보름을 맞는 의미를 다져보는 계기가 됐으면 싶다. 
#정월대보름 #달맞이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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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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