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어떻게 성취도평가 성적을 조작할 수 있을까?

교육과정 파행운영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등록 2009.02.19 10:07수정 2009.02.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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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과부는 왜 성취도 평가를 공개하나? 

 

  교과부가 전국단위로 실시한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공개하면서 온 나라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이틀동안 검색어 상위를 달리는가 싶더니, 사흘째인 18일에도 파장은 잠잠해 지지않고 있다. 첫째날이 간단한 브리핑 위주의 기사였다면 둘째날은 신뢰도에 대한 의혹제기와 교과부와 서울시교육청의 향후 정책 추진 방향기사가 다루어졌고, 셋째날에는 후일담들이 신문기사로 제시되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그동안 노무현 정권에서는 표집학교만을 대상으로 해서 성취도 평가가 이루어졌지만 평가결과는 일반인들에게 공개가 되지 않았다. 때로는 요구하는 국회의원에게 조차 공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성적공개에 신중했다. 그들이 평가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이러한 성적공개가 학교의 서열화를 고착화시킴으로써 각종 부작용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준화의 해체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들의 비공개가 성적이 공개되면 평준화가 깨질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으로 생각하였다. 

 

    노무현 정권이라고 전체학교를 대상으로 성취도 평가를 실시하기를 원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서투른 미국식 제도를 도입한다고 생각한 전교조의 극력반대로 성취도 평가를 표집으로 시도할 수 밖에 없었다. 전교조에 아무런 채무가 없는 한나라당은 최근 노무현 정권에서 추진하려고 했던 성취도 평가를 전집으로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학업성취도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은 이 평가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던지 여기에 반대하는 교사들을 무리하게 파면을 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정부와 여당이 이 학력평가 결과를 통해 평준화를 원하는 국민들을 설득해서 평준화 해체를 유도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데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한편 교과부는 이후 성적 결과를 비교하여 교육청에 차등 예산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하고 있으며, 서울시 교육청은 평가결과를 교장인사에 반영하겠다고 나섰다.

 

  그 동안 소수 정책입안자들만 공유하고 표집을 통해 전집의 모습을 추측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전집의 평가를 통해서 모든 것이 속속들이 비교될 수 있다는 것은 베일에 가려있던 모델을 홀딱 벗겨서 들여다 보는 것같은 적나라한 쾌감을 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호기심의 충족 이면에 존재하는 문제의 본질은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벌써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각종 언론을 통해 제기된 바 있으며 특히 시골에서 최상위를 기록한 임실교육청에 대해 찬사에 뒤이어 성적이 조작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마치 임실교육청 처럼 하면 모든 시골이 다 도시보다 공부를 잘 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의 빛까지 던져주는 사건이었기에 충격은 더 컸다.

 

  그러나 이런 일은 비단 임실교육청의 일만이 아니고, 이번 시험에도 크건 작건 일어났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며, 앞으로도 번번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는 것이 명백하다는 사실이다. 성적을 조작한 학교와 교육청에 정부가 상을 주고 그들이 국민의 찬사를 받는 아이러니컬한 코미디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아무도 장담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교장의 인사에 반영하다던가, 또 미진한 학교에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시험성적이 많이 향상된 곳에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했을 때 부작용이 더 심해질 것라는 것이 일반 현장교사들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더군다나 시험 실시과정의 파행도 파행이지만 교육과정을 파행적으로 운영하게 된다면 더욱 그 부작용과 파장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현장의 의견이다.  

 

  2. 교과부는 성적공개를 계속 강행할 것인가?

 

  정부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을 편다고 하더라도 모든 정책에는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 부작용을 최소화 시킴으로써 그 정책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도록 하는 것은 정부와 일선교육집행자들의 몫이다. 부작용을 예견하지 못함으로 인해 일어나는 정책의 파행을 대표하는 것이 논술시험이다. 논술시험은 독서와 논리력을 증가하려는 목적으로 시행되었지만 학교에서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대학은 연구도 없이 비전문인력으로 시행한 결과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켜 마침내 폐기되기에 이르렀다.

 

  좋은 정책도 이와같이 부작용을 블러일으키는데,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더 많은 부작용과 파장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설령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실시한다고 해도 그것을 정권이 바뀔 때 까지 그 부작용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일선 교육자들의 역할이다.  

 

  정부에서 미리 교육청별로 공개를 해보는 것은 낮은 단계로 실시해 보고 그 결과를 평가한 후 정책을 실시하기 위한 것인 듯 하다. 따라서 교과부의 정책 집행자들이 성취도 평가의 홈페이지 공개를 실시하지 않고 다른 형태의 낮은 단계에서 실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더 큰 가능성은 정부가 교육계와 언론들의 정당한 지적들을 무시하고 정책을 강행할 것이란 것에 존재하고 있다. 먼저 교과부의 이러한 정책은 교육계가 자신들의 집단 이기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일종의 담합을 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어긋난 잣대를 들이대서라도 교육계에 경쟁논리들 도입하고 마침내 평준화의 해체를 실현해 내기 위해 무리한 강행수를 둘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시험이란 것 자체가 인간의 아주 사소한 부분을 측정한다는 본질 뿐 아니라,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많은 부조리가 자행될 수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정부가 예의 주시하며 관찰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공개들이 우수한 학교로 우수한 학생들을 몰리게 만듦으로써 오히려 열악한 학교를 더욱 열악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 충분히 답변을 한 후에 이러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3. 예상되는 파행들을 교과부는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예상되는 파행1. 보고수치의 조작

  불법적인 파행을 통해 유발될 수 있는 것으로 학교관리자나 교육청 단위의 성적 조작등을 들 수 있다. 임실군의 경우는 워낙 특출한 사례로 주목을 받아서 오히려 집중포화를 당하고 있지만 특출하지 않아서 조작을 하고서도 드러나지 않은 많은 집단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정부에서 성취도평가의 신뢰도를 담보하기 위해 감사와 단속을 강화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집중적인 관심을 받지 않는다면 여기저기에 공문 보내느라고 날을 새는 교과부 그리고 교육청 직원들이 그 학교들을 모두 감시하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보고수치의 조작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전담팀을 새로 구성해서 일년 내내 일을 맡기지 않는 이상 모든 파행들 잡아낼 수는 없다.

 

  예상되는 파행2. 채점과정의 파행 

 

  보고수치의 조작 외에 채점과정에서 많은 조작이 일어날 수 있다. 채점과정의 조작은 채점자가 답을 지우고 바꿔쓴다던가, 맞은 답을 몇개씩 슬그머니 오채점한다던가, 하는 행위를 포함할 수 있다. 특히 답을 쓰지 않는 학생의 시험지에 답을 쓴다던가 하는 방식 또한 예상해 볼 수 있는 사항이다.

 

  예상되는 파행3. 시험과정의 파행 

 

  시험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파행으로 시간 더 주기, 답 가르쳐 주기, 힌트주기 등의 비리가 저질러 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성적이 낮은 아동 학교에 못나오게 하기, 컨닝행위 방관하기, 시험감독 태만하게 하기 등의 행동이 예상될 수 있다.

 

  예상되는 파행4 시험 전의 파행

 

  시험 전의 파행으로 문제 가르쳐 주기, 문제 암시하기, 유사문제 다루기, 예상문제 찍어주기, 수업시간에 수업 안하고 시험문제 풀기, 학생들 들 볶기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예상되는 파행5 공교육의 심각한 후퇴

 

  위의 네가지 파행보다 가장 위험한 파행은 교사들이 교육과정대로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고 입시위주의 수업을 전개하게 될 위험성이다. 이것은 획일적인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회귀를 의미하는 것으로 그렇게 될 때 대한민국의 교육은 심각한 후퇴를 경험할 수 밖에 없다. 글짓기 교육도 토론교육도 탐구교육이나 창의성 교육도 하지 않고, 그저 시험스타일과 관련된 것만을 가르치도록 강요하게 될 것이란 것이다. 이러한 가장 위험한 파행에 대한 아무 대비책도 없으면서 단순히 객관적으로 교육을 측정한다는 명분으로 아마츄어들의 입장에서 밑도 끝도 없는 정책을 강행한다면 그것은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가?

 

4. 교육과정 파행 운영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오늘 점심 식사를 하면서 성취도 평가 공개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나의 주장은 늘 이것이다. 먼저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행해 학생들을 즐겁게 가르치고, 그리고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만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나서 시험기간에 즈음해서 충분히 복습을 시키는 것이 좋은 성적의 비결이다. 물론 나의 주장이 과학적인 근거를 가진 것은 아니다. 단순히 시험에 학부모들이 관심이 높은 지역에 와서 성적에 매달려서 공부를 시켰더니 수업도 더 미궁에 빠져들고, 성적이 오히려 떨어졌던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터득한 것이다.

 

  그러나 일반 교사와 학교관리자들의 생각은 나의 생각과 많이 다를 것이다. 서울시에서 유일하게 한학기에 1번만 시험을 보고도 오히려 다른 곳보다 성적이 좋았다는 우리 교육청, 그러나 학부모나 학교관리자들은 시험공부를 하는 동안은 교육과정이 파행운영된다는 사실도 모른채 시험을 더 많이 보게 해야 한다고 주장을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해되지도 않은 요점들을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들들 볶아댈지도 모른다. 이런 죽은 지식의 강요가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일어난다면 교과부와 여당은 대한민국의 모든 산맥을 파 내고 오염된 호수를 만드는 것보다 엄청난 만행을 저지는 일을 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교과부는 평준화 해체를 시도하고, 불평등한(비사회주의적인?) 학교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무리하게 철학도 없이 미국의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교육자들은 이제 교육철학을 잃고 죽은 지식을 암기시키거나 아니면 성취도 평가에 맞춘 교육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것이야 말로 작은 침대를 위해 큰 사람의 팔과 다리를 짤라내는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어리석고 편협한 잣대를 교육에 들이대서는 안된다.  학생은 물건이 아니며 학교는  공장이 아니다.

2009.02.19 10:07ⓒ 2009 OhmyNews
#학력성취도 결과공개 #미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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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공간에서 3자녀를 키우며 살아가면서 4차원적 사고를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3차원 공간 속에서 4차원적인 문제발견력과 문제해결력으로 수학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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