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부모 1435명, 일제고사 거부 체험학습 강행

대다수 신청서 반려... "법률지원단 구성해 교육선택권 지킬 것"

등록 2009.03.30 14:08수정 2009.03.3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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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5개 학부모단체 등으로 구성된 '일제고사 폐지 전국시민모임'이 30일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 1435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오는 31일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교과학습 진단평가시험 대신 체험학습을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5개 학부모단체 등으로 구성된 '일제고사 폐지 전국시민모임'이 30일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 1435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오는 31일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교과학습 진단평가시험 대신 체험학습을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이경태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5개 학부모단체 등으로 구성된 '일제고사 폐지 전국시민모임'(이하 전국시민모임)이 30일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 1435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오는 31일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교과학습 진단평가시험(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전국 학부모 9985명이 서명에 동참한 '일제고사 반대 학부모 선언'을 발표하고 "학부모들은 더 이상 학생과 학부모를 고통으로 내모는 교육을 지켜보기만 할 수 없다"며 "일제고사 강행 시 학생과 학부모의 자기결정권을 행사해 체험학습, 대체수업 요구, 등교 거부 등 모든 행동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윤숙자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정책위원장은 "전날 집계 인원(1370명)보다 100명 가까이 늘었다"며 "지금도 체험학습을 신청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31일 일제고사를 반대하며 체험학습을 떠나는 인원은 약 1500명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이 1500명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며 "체험학습 반려 및 학교 측의 압박 등을 우려해 함께 하진 못하지만 일제고사에 반대하며 가정학습 등에 나서는 개별학생 수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국시민모임은 이날 체험학습과 관련된 교육당국의 위법부당행위에 적극 대처하기 위한 법률지원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윤 정책위원장은 "우리의 행동은 학생과 학부모의 당연한 교육 선택권인데 교육당국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하겠다'며 벌써부터 학교에서 체험학습 신청서를 반려하거나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여러 방법으로 압력을 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체험학습에 참여한 학부모에게 각서를 쓰게 한다든가 학생에게 직접 불이익을 느끼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길 간절히 바라며 법률지원단을 구성했음을 알린다"고 덧붙였다.


체험학습 불허·무단결석 처리 '협박'... "창피한 엄마 안 되련다"

a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제고사가 치러진 작년 10월 8일 오전 서울 미동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시험 시작 전 배포된 문제지를 보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제고사가 치러진 작년 10월 8일 오전 서울 미동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시험 시작 전 배포된 문제지를 보고 있다. ⓒ 권우성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학부모들 대다수가 체험학습 신청 때문에 학교로부터 전화를 받은 상태였다.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박현미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와 논의해 체험학습을 신청했는데 지난 27일 학교 측에서 '무단결석으로 처리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와 아이가 갈등 끝에 시험을 보기로 했다"며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이 없다는 투의 공문이 왔을 때 아이와 나는 협박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엄마로서 아이의 결정을 존중하고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알고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지만 마음은 아팠다. 이것은 정말 교육이 아니다. 성적 조작 파문 때문인지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를 시험감독으로 세우겠다고 연락이 왔다. 아이들은 컨닝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데 무엇을 정확하게 판단하겠다고 학부모를 시험감독으로 세워야 하나. 국가의 이런 발상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정영미씨도 "체험학습 신청으로 인해 자녀의 담임교사로부터 이날 오전에만 네 차례의 전화를 받았다"며 "체험학습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무단결석으로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아이에게 창피한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아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지금의 방식으로 무한 경쟁을 재촉하게 되면 야만적인 교육현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지난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며 "교과부는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좀 더 올바른 철학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평등교육학부모회 김태균 상임대표는 "이곳에 오는 길에도 체험학습 신청을 반려할 것을 요청하는 담임교사의 전화를 받았지만 거절했다"며 "학부모들이 단지 일제고사만을 반대해 체험학습을 가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자율형 사립고, 고교등급제 부활, 대입자율화 등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의 완결판이 일제고사다. 더구나 시간도 없다. 매월 매시 성적 때문에 아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한다. 이는 일제고사 그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미친 교육에 대한 반대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현 정부가 포기하고 있는 제대로 된 공교육을 바로 세우고자 한다."
#일제고사 #체험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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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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