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찰 특공대원 여러분께

쌍용자동차노조 파업농성 진압을 보고

등록 2009.08.10 19:18수정 2009.08.1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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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일선 경찰의 최 정예부대라 할 수 있는 특공대의 지휘관과 대원 여러분께 이 글을 드립니다. 나는 평범한 시민입니다. 문인 명색을 지니고 소설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글을 쓰면서, 우리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나름대로 고민도 하고 애를 쓰며 사는 사람입니다.

 

 최근 여러분들의 괄목할만한 활약상을 익히 보았고 잘 알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안에서 파업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의 '저항'을 '진압'하는 여러분들의 용맹하고 극적인 작전 실태를 보며 경찰 특공대의 실체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그 날 현장에 가지 못했지만, 텔레비전 보도로, 또 널리 유포되는 동영상들을 통해 여러분들의 모습을 생생히 접할 수 있었습니다. 착잡한 심정이었습니다. 무섭고도 슬펐습니다. '왜?'라는 의문부호를 무겁게 메고, 의문부호의 울울창창하고 광활한 밀림 속을 막막한 심정으로 헤매는 기분이기도 했습니다.

 

 그 의문부호가 너무도 무거워 여러분께 편지 쓸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심신이 몹시 지쳐 있을 터이기에, 또 격앙된 기운이 가시지 않았을 터이기에 며칠 미루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여러분의 심정도 어느 정도 안정되어 있고 이성의 기운도 자리할 터이기에 오늘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나는 군대 시절 논산훈련소 조교 노릇을 하면서 수많은 훈련병들에게 겁을 주고 얼어붙게 하고 '대가리 박는' 기압도 주고 때로는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던 사람입니다. 베트남 전장에서는 이국의 전장이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폭력을 접하지도 행하지도 않았지만, 귀국하여 최전방 DMZ 철책선 근무를 할 때는 같은 아군인 수색중대원들과의 이상한 알력 속에서 생활하며 그들의 폭력에 저항하기도 했던 사람입니다.

 

 일찍부터 개인의 폭력성과 집단의 폭력성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의 상관성에 대해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훈련소 조교 시절, 조직과 관계되는 어떤 목적을 위해 훈련병들을 상대로 '기름 짜기'를 실시하면서, 다시 말해 조직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을 행사하면서 그 폭력이 가져다주었던 이상한 쾌감과 성과를 오늘에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더 나아가 어떤 반성의 기반 위에서, 폭력에 대한 혐오감을 잘 챙기고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나는 국가 조직인 군대가 적극 개입하여 국민들을 상대로 저질렀던 만행도 잘 기억하는 사람입니다. '부마항쟁'과 '광주민주화운동'을 회억할 때마다 집단(조직)의 폭력성이 얼마나 개인의 폭력성을 극대화할 수 있고, 개인의 폭력성이 집단의 폭력성을 얼마나 배가시킬 수 있나, 그것의 상관성이나 상호 작용에 대해 오늘도 많은 생각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 군대 시절에 행했던 '필요 이상'의 폭력들에 대해서 수십 년이 지난 오늘에도 많이 반성하고 후회합니다. 까마득히 멀어진 일이지만, 어쩌면 여러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지도 모를 내 훈련소 조교 시절의 폭력에 대해, 이름도 얼굴도 기억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적어도 그런 마음으로 살며, 살고자 합니다.

 

 내가 경찰 특공대의 실체를 최초로 확실하게 접한 때는 지난 1월입니다. 서울 용산에서였습니다. '용산참사' 현장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화면을 통해 경찰 특공대의 존재를 내 뇌리에 각인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때 철거민 희생자 다섯 명과 함께 숨진 여러분의 동료 김남훈 경사를 나는 잘 기억합니다. 나는 그때 김남훈 경사를 위해서도 기도했고, 위령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천주교 신자인 나는 철거민 희생자 다섯 분과 함께 김남훈 경사의 이름도 예물봉투에 적어서, 정성껏 마련한 예물로 이곳 태안본당에서 여섯 영혼을 위한 연미사를 봉헌했던 것입니다.

 

 나는 '용산미사'에 자주 가는 편입니다. 용산에 갈 적마다 철거민 희생자 다섯 분을 추모하면서 연도를 바치고 미사를 지내지만, 나는 늘 김남훈 경사도 기도 중에 기억하곤 합니다. 내년 1월 20일에는 철거민 희생자 다섯 분과 경찰 특공대 희생자 김남훈 경사, 그 여섯 영혼을 위한 연미사를 다시 봉헌할 생각입니다. 또 해마다 1월 20일에는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나는 최근의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사태 때도 경찰 특공대의 존재와 활약상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막바지 극한 상황 속에서 노사간 극적 타결이 이루어져 큰 불상사 없이 상황이 종료된 6일 저녁, 최근에 경찰서장 직에서 명예 퇴직한 지인 한 분과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경찰 특공대원들의 연령대를 물었습니다. 나는 용산사건 때 숨진 김남훈 경사가 30대 초반이었음을 기억하고 있어서, 뭔가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경찰 특공대는 병역의무를 필하기 위해 입대한 20대 초반 청년들이 아니고, 직업 경찰로 30대에서 40대 연령층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무술 능력과 담력은 기본이고, 군 특수부대와 맞먹는 '실력'과 '정신무장'을 갖추었다는 말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는 경찰 특공대원들의 연령대를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확인하니 조금은 충격적인 느낌이었습니다. 3·40대라면 세상을 보는 안목이 어느 정도 확대될 나이입니다. 분별의 눈도 커지고, 도리에 대한 자각이며 인정 같은 것도 자리잡힐 나이입니다.

 

 또 대개는 가정도 이루고, 가정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가운데서 자식들 기르는 재미도 느끼고 즐기며 살 시기입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 인간에 대한 예의, 약자에 대한 동정심, 역지사지에 대한 사고(思考) 따위도 챙길 수 있는 나이인 것입니다.

 

 그런데 노조원들을 상대로 진압작전을 전개하는 일부 특공대원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미안한 말이지만 '야수'의 모습 그것이었습니다. 너무도 끔찍하고 무서웠습니다. 왜 그리 무자비하게 사람을 팹니까? 이미 저항 능력을 상실한 사람을, 쓰러져 있는 사람을 왜 그렇게 방패로 찍고, 군화발로 밟아대고, 곤봉으로 마구 난타를 합니까?

 

 나는 당신들의 분기를 이해합니다. 적개심과 분기가 치솟아서 그런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여러분 역시 얼마나 심신이 고달프겠습니까. 무더운 여름 한철에 무거운 갑옷을 두르고 투구를 쓰고, 노조원들이 쏘아대는 볼트 새총과 화염병 투척을 피하자니, 또 노조원들의 죽봉과 쇠파이프를 방패로 막아내며 돌진을 하자니 얼마나 화가 나겠습니까.

 

 내가 노조원들의 무력 저항을 두둔하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나는 노조원들의 저항을 한계가 빤한 행위로 봅니다. 그들이 아무리 저항을 해봤자 그것은 갇힌 곳에서의 저항일 뿐입니다. 벼랑 앞에서의 몸부림일 뿐입니다. 엄청난 위력의 공권력 앞에서 노조원들의 저항은 무모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생존권 수호를 위해서 그런 행동을 벌였습니다. 벼랑 앞에서 살려달라는 절규를 하기 위해 그런 투쟁을 선택했습니다. 그 사람들은 얼마나 고생이 컸겠습니까. 무더운 여름 한철에 전기도 수도도 끊긴 도장공장, 그 갇힌 공간에서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불안감과 슬픔이며, 포위망을 좁혀오는 무자비한 공권력에 대한 공포감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그들이 옥상에서 어떻게 저항을 제대로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경찰 특공대원 당신들은 도장공장 옥상에서 손쉽게 제압한 노조원들을, 쓰러져서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는 노조원들을 무자비하게 난타했습니다. 나는 당신들의 고생과 분기를 이해하더라도 그 잔인성과 무자비함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나는 특공대원 당신들이 받은 '정신교육'과 노조원들에 대한 적개심 속에 비틀린 인식이 자리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파업농성 노조원들과 집회와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척결'해야 할 '적'으로 간주하는 것은 아닐까 심히 우려합니다. 옛날 친일 세력이 경찰의 수뇌부를 장악하고 오히려 애국 지사들을 탄압하고 박해했던 그 전통(?)과 관성이 오늘에도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요즘엔 '민주경찰'이니, '민중의 지팡이'니 하는 말을 잘 쓰지 않습니다만, 대한민국의 경찰은 국민의 경찰이지 어느 정권의 하수인이 아닙니다. 소통의 공간을 보호하는 경찰이 되어야지 소통을 차단하는 경찰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것이 경찰만의 의지로 가능한 일은 아니더라도, 소통을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됩니다. 국가폭력 안에 존재하는 경찰 개개인의 폭력은 당사자의 비인간성을 더욱 심화시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경찰 특공대원 여러분의 가슴 한구석에 인간적인 온정이 자리해 있기를 빕니다. 파업농성중인 노조원들이나 집회와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상대할 때, 진압작전의 개념 속에서 행동을 하더라도, 타인에 대한 배려, 인간에 대한 예의, 약자에 대한 동정심, 역지사지에 대한 사고(思考) 등을 조금이라도 지니기를 빕니다. 저항 능력을 상실하고 쓰러져 있는 사람을 다시는 무자비하게 난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 사람의 가정, 그 사람의 부모와 처자식도 생각하는 여유를 갖기 바랍니다.

 

 상황이 끝났는데도 항복한 노조원들을 확인 사살이라도 하는 듯이 노조 흠집내기와 책임 떠넘기기에 광분하고 있는 저 수구족벌 언론들의 치졸하고 비겁한 '먹물'들을 닮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들은 가방 끈이 길뿐이고 처세술만 배웠을 뿐이지 인간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어지간히 나이들을 먹었지만 나잇값을 못하는 위인들입니다.

 

 그들이 분별 없이 내갈기는 더러운 글들에 현혹되거나 부화뇌동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저항 능력을 상실한 채 이미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마구 난타했던 당신들의 행동을 반성하고, 뼈가 부러지는 아픔과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을 감내했던 사람들, 또 그 상황을 화면으로 지켜본 가족들의 아픔과 슬픔을 헤아리며 한 순간이라도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기를 바라고 빕니다.

2009.08.10 19:18ⓒ 2009 OhmyNews
#쌍용자동차 #노조파업 #경찰특공대 #진압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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