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황제의 여자, 그녀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등록 2009.08.12 11:35수정 2009.08.1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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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서 진심으로 저희 자매를 아끼신다면 허미인이 낳은 아이를 죽이라고 명을 내려주세요."

한(漢조)나라 제9대 황제인 성제의 소의(황후 다음의 직급)인 조합덕(趙合德)은 황제에게 황제의 아들을 죽여 달라 부탁한다. 한성제는 자매인 조비연(趙飛燕), 조합덕을 부인으로 맞아 남달리 총애했다. 그녀의 환심을 사고 싶었던 한성제는 자식에 대한 정이나 나라, 황가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의 아들을 죽였다. 조합덕의 말은 중국 역사 속 궁궐 여인들 간의 피비린내 나는 경쟁을 집약시켜 놓은 듯하다.


황제의 사랑을  받았던 그녀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나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황궁의 성>(씨앙스 지음, 미다스북스 펴냄)을 보니 이 대답에 확신이 든다.

a  황궁의 성(씨앙스 지음, 미다스북스 펴냄)

황궁의 성(씨앙스 지음, 미다스북스 펴냄) ⓒ 미다스북스


중국의 밤의 역사는 전쟁터보다 더 혹사했다. <황궁의 성(性)> 속에서 빚어지는 인간 본연의 욕망과 권력의 암투는 끊임없었다. 궐이라는 집약적인 곳에서 한 남자의 사랑을 얻기 위한 끊임없는 경쟁을 해야 했다. 이 남자는 평범한 남자가 아니다. 권력과 재물을 모두 가진 황제이다. 그녀들은 그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었다. 결국 자신이 죽지 않으면, 누구를 죽여야 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 승자가 되면 왕의 사랑을 잠깐이나마 얻고 권력을 움켜질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 자신도 자신이 죽인 패배자처럼 처참하게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끊임없는 암투는 궁궐내의 싸움에서 살기위한 몸부림이었다.

황제는 수많은 여인들과 관계를 하고, 발뺌하는 경우도 있었다. 황제와의 밤에 나눈 사랑은 기록되었다. 명대 후궁전에의 문서방(文書房) 환관들은 황제가 매일 밤 누구의 침소를 들었는지 기록하고, 연관 동사(彤史)는 황제와 잠자리를 한 후비나 궁녀들을 기록했다. 혹 임신을 한 경우에는 침소를 든 날짜 기록을 확인 후, 임신을 인정했다.

후궁전에서 황제와의 잠자리를 갖는데도 오대 후량(後梁)의 국자박사(國子博士) 최령은(崔靈恩)은 아래와 같은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후비들이 황제를 모시는 것은 15일을 주기로 가장 낮은 지위의 궁녀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매월 초에 가장 작은 모양에서 시작해 점점 커지는 달 모양의 변화와도 잘 어울린다."

"빈 이하 어녀 이상은 황제와 보낸 밤이 50일이 되면 더 이상 황제의 잠자리 시중을 들 수 없지만 세 명의 부인과 황후는 예외다."


물론 고대 황제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황제들에게 이 견해를 지키라고 했다면, 수많은 여인들과 사랑을 했던 황제들에게는 고역이었을 것이다. 당 현종은 중국 역사상 최고 기록인 4만 명의 여인을 거느렸다.

황제가 죽은 후, 사랑을 받던 여인들의 운명은?

명대 비빈들은 순장되어야 했다. 선덕(宣德)10년에 곽애(郭愛)는 궁에 들어왔다. 뛰어난 미모로 입궁 후 곧바로 빈(嬪)에 봉해졌지만, 입궁한지 20여 일이 지났을 무렵 황제는 붕어했다. 곽애는 황제의 사랑과 부귀영화를 누려보지도 못하고 다른 비빈들과 함께 순장되었다.

비극적인 죽음을 많이 한 황제의 여인은 또 있었다. 한의 유방은 척부인을 누구보다 사랑했다. 그의 아들 여의를 태자로 삼으려고 할 지경이었다. 유방의 사랑에 힘입어 척부인 역시 황후의 자리를 넘보았다. 그녀의 뜻은 이뤄지지 않았고, 유방이 죽은 후 유방의 부인인 여후에게 손과 발이 잘리고 눈과 귀가 멀었다. 악취나는 화장실에 갇힌 척부인은 '사람돼지'라 불리며 쓸쓸하게 생을 마감해야했다.

왕의 마음만 사로잡으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었던 시대

만약 궁궐의 여인들이 황제의 사랑받지 못했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밤낮 외로워했을 것이다. 중국은 하(夏)왕조가 세워진 이래 1911년 동안 군주제도를 택해 왔고, 진(秦)나라부터 황제제도가 시작됐다. 봉건 절대 군주 통치시대였다. 즉, 황제가 죽은 후 황제의 권력을 이어 받을 태자가 필요하다. 자손번성을 빌미로 중국의 황제들은 수많은 여자들을 탐닉했다. 그 구실로 성적 쾌락에 즐겼지만 쾌락의 끝은 모두 다 '행복'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황궁의 성>은 다른 역사서에 접할 수 있는 역사가 아니라, 야사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이다. 중국 황실 역사 전문가인 시앙쓰가 '성'을 주제로 황실의 이야기를 펴냈다. 씨앙스는 1979년 우한(武漢)대학을 졸업했으며, 현재 베이징 고궁박물관 연구원 겸 도서관 부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 책은 황실에서 태자에게 시킨 성교육, 황제의 혼전 성생활, 황제의 동성 연인, 궁중 내시인 환관의 역할, 황실의 문화생활, 미인을 한 기준이 되었던 전족에 대해서 기술했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의 본능이라고 불리는 성(性)이 권력과 어떤 상관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이다.

황궁의 성 - 치정과 암투가 빚어낸 밤의 중국사

시앙쓰 지음, 강성애 옮김, 허동현 감수,
미다스북스, 2009


#황궁의 성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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