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대책 없는 도시축전 강제 동원 논란

학생·공무원 축전 참가 독려... 인천시 "축전장 어느 곳보다 안전하다"

등록 2009.08.27 18:22수정 2009.08.27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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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인천세계도시축전이 개막됐다. 세계도시관을 찾은 많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사진출처:2009 인천세계도시축전 조직위원회)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인천세계도시축전이 개막됐다. 세계도시관을 찾은 많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사진출처:2009 인천세계도시축전 조직위원회) ⓒ 한만송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인천세계도시축전이 개막됐다. 세계도시관을 찾은 많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사진출처:2009 인천세계도시축전 조직위원회) ⓒ 한만송

인천시가 1360억원을 투입해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2009 인천 세계도시축전'에 학생, 공무원과 그의 가족 등을 동원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신종플루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수립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현장체험 명목으로 학생들을 참여시켜 시민단체를 비롯한 정치권으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인천지역 시민단체, 학부모 단체를 중심으로 신종플루에 대한 대책 수립과 함께 도시축전 전면 재조정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일선 학부모도 도시축전 참가를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도시 축전을 통해 인천의 미래상을 제시하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치적을 알리려 했던 안상수 시장이 오히려 도시축전과 신종플루로 인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국적으로 학교들이 신종플로 인해 단축수업과 임시 휴교해 도시축전 행사를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는 우려가 지역사회에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인천시와 교육청은 2학기에 관내 450개 학교에서 25만여명을 체험학습 명목으로 축전에 참여 시킬 계획이다.

 

지금 도시축전 현장은 신종플루 감염에 안전지대가 아니라 위험성이 높은 지대로 드러났다. 이미 도시축전 개막식에도 참석했던 걸스카우트 국제야영대회에 참가한 태국인 여학생 2명이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아 출국조치 됐다.

 

또한 최근 축전에 참가한 경북 안동의 한 초등학생이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았고, 급기야 지난 18일 송도컨벤시아에서 개최된 세계도시물포럼 행사 준비에 투입된 N 구청 행정인턴 3명이 신종플루에 감염됐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a  인천시가 도시축전 참가를 독려하기 위해 계획한 '도시축전 시민 감사의 날' 운영과 관련해 각 지자체에 내려 보낸 공문

인천시가 도시축전 참가를 독려하기 위해 계획한 '도시축전 시민 감사의 날' 운영과 관련해 각 지자체에 내려 보낸 공문 ⓒ 한만송

인천시가 도시축전 참가를 독려하기 위해 계획한 '도시축전 시민 감사의 날' 운영과 관련해 각 지자체에 내려 보낸 공문 ⓒ 한만송

그럼에도 인천시는 29, 30일 주말에 학생, 공무원과 가족 등을 도시축전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시 교육청을 통해 일선 학교에 체험학습 명목으로 도시축전에 학생들의 동원을 독려했다. 금주 29일 토요일에 애초 계획되었던 10개교 7120명의 학생들의 참관 외에 더 많은 참관을 시교육청이 요구했다.

 

시 교육청은 '일정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자, 시교육청 공무원 및 그 가족들의 동원을 목적으로 입장권 상당량을 소화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 교육청에서는 이 중 일부인 5천매 정도를 수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인천시는 도시축전 '시민 감사의 날'을 29일부터 2일간 실시할 예정이다. 시민 감사의 날에 도시 축전에 참여하는 인천시 산하 구군 공무원과 구민에 대해서는 입장권이 지원된다. 인천시는 각 지자체에 28일 오전까지 실수요자를 파악해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인천 정치권 "신종플루 대책 없는 도시축전 강제 동원 중단"

 

민주당 인천시당은 27일 '신종플루 대책 없는 학생·어린이들의 도시축전 단체 관람 전면 중단'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민주당은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도시축전 행사가 원만하게 치루어져야 한다는 민주당의 입장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인천시가 신종플루에 대한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충분한 대책 없이 관람객 동원에만 매달리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천시는 지금이라도 도시축전에 대한 시민의 안전이 완벽히 확보될 때까지 학생과 어린이의 관람 동원을 즉각 중단 또는 유보해야 하며, 교육청도 안전성이 보장되지 못한 도시축전 현장에 일선 학교 및 유치원, 어린이집을 동원해 학생들을 참여하게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인천시당은 한 발 더 나가 신종플루 확산을 막기 위해 인천세계도시축전 중단을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인천시당은 이날 "인천시와 교육당국이 이미 투입된 예산이나 도시 이미지에 연연해 돌이킬 수 없는 화를 초래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인천세계도시축전 행사를 연기 또는 취소할 것에 대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빠른 전파 속도에다 찬바람까지 불기 시작하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종플루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태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치르고 있다. 주목할 점은 해외경험도 없고 접촉 경위도 파악할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환자들이 늘고 있다"면서 "각 지자체에서는 각 종 행사를 줄줄이 취소하고 이는 상황인 만큼 도시축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선 학부모 반발 움직임 본격화

 

신종플루가 외국 여행 등을 다녀온 사람들로부터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내국인 등을 통해서도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신종플루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시와 교육청에서 추진하는 도시축전 현장 체험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발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인천 부평의 A 초등학교는 학부모 운영위원회 4일 운영위원회 회의를 통해 도시축전 참여를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고 입장권 환불을 교육청에 요구하는 방향으로 학부모들이 입장을 조율하고 있는 상태다.

 

이외에도 부평지역의 B,C,D 초등학교 학부모 운영위원회는 이말 말과 다음 초 예정된 운영위원회 회의를 통해 도시축전 참가 여부를 결정하는 긴급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학부모들은 한결같이 "안전 대책이 확보되지 않은 도시 축전에 학생들을 강제로 동원하는 것은 묵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 최혜경 부지부장은 "대표적 전시 행정인 인천세계도시축전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는 안상수 시장이 자신의 치적을 과시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학부모들 사이에선 도시축전과 신종플루 미온적 대처로 인해 반 안상수 정서가 확산되는 거 같다"고 학부모들 분위기를 전했다.

 

홍종일 인천시 정부 부시장은 <부평신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소풍이나, 야외 수업 등 다른 어떠한 현장 체험 수업보다도 도시 축전 현장 체험이 안전하게 진행 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 "다른 곳보다도 도시 축전장이 더 안전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일부에서 제기되는 축전에 대한 재조정 여부는 전혀 고려 사항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8.27 18:22ⓒ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 인천세계도시축전 #신종플루 #참교육학부모회 #홍종일 인천시 정무부시장 #체험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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