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악'이 학생, 학부모, 선생 하나로 엮는다

교육 공동체가 만든 지구촌 첫 전통 가곡창 '교원자생연구회 연합페스티벌'

등록 2009.12.21 17:53수정 2009.12.2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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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국악으로 어우러지는 교육 공동체 22일(화) 창원 성산아트홀 소극장에서 열리는 '교원자생연구회 연합페스티벌'이 그것

국악으로 어우러지는 교육 공동체 22일(화) 창원 성산아트홀 소극장에서 열리는 '교원자생연구회 연합페스티벌'이 그것 ⓒ 이종찬


우리 전통 노래, 춤, 음악이 학생과 학부모, 선생을 빛이 반짝반짝 나는 구슬처럼 하나로 엮는다. 이게 무슨 말이냐구? 우리 전통 노래와 춤, 음악을, 학생들은 '문화재 전수학교'를 통해 배우고, 교원 학부모들은 '가곡 교실'을 통해 서로 주고받으며 참된 교육 공동체를 이룬다는 그 말이다.

이 교육 공동체는 지난해부터 경남 진해에 있는 자그마한 초등학교에서 시작되었다. 용원초등학교 이정희(59,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선생이 그야말로 '지구촌에서는 처음'으로 시작한 것. 여기서 '지구촌에서는 처음'이라고 하니까 '에이~'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몰라 설명을 살짝 곁들인다.

그동안 노래, 춤, 음악이 한데 어우러지는 우리 국악은 지구촌 곳곳에 널리 알려져 있고, 수많은 공연도 했다. 하지만 국악을 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 선생이 한데 어우러져 함께 배운 뒤 관객 앞에서 함께 공연하는 것은 지구촌 그 어디에서도 없었다. 까닭에 '교육 공동체가 만든 지구촌 첫 전통 가곡창'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이다.

a 국악과 어우러지는 교육 공동체 이번 공연 특징은 편수대엽 첫째바탕 '모란을~'과 둘째바탕 '모시를~'이 함께 어우러진다는 점이다.

국악과 어우러지는 교육 공동체 이번 공연 특징은 편수대엽 첫째바탕 '모란을~'과 둘째바탕 '모시를~'이 함께 어우러진다는 점이다. ⓒ 이종찬


 
매서운 바람도 국악 열풍에 'KO'패

"매서운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지만 공연을 준비하는 학생, 학부모, 선생의 눈빛 속에서는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작년에 이어 지난 1년 동안 '가(歌), 무(舞), 악(樂)이 어우러진 국악교육'이라는 주제로 학생과 학부모, 선생이 함께 땀 흘려온 초등학교 특성화 교육활동이 결실을 맺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인사말 몇 토막


학생, 학부모, 선생이 한 몸이 된 교육 공동체가 꾸리는 우리 국악 한마당이 영하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칼바람을 가르며 무대에 오른다. 22일(화) 창원 성산아트홀 소극장에서 열리는 '교원자생연구회 연합페스티벌'이 그것. 경상남도교육청이 주최하며, 경남교육연구정보원이 주관한다. 후원은 박은혜 춤패 '뉘 무용단'.

이번 공연에는 용원초등학교 김한솔, 김민종, 정민준, 송민지, 김현선, 전유이, 함도균, 최지환(4학년), 김성결, 김우빈, 조민영, 송다혜, 이기임, 홍유림, 박선영, 진유진(5학년) 등 초등학생 16명이 참가한다. 여기에 학부모 4명과 중요무형문화재 30호 가곡 이수자이자 직접 가르친 이정희(여창가곡연구회장) 선생과 선생 6명도 함께 무대에 선다.

국악은 관현반주정음연주단(가곡전수관)에서 맡았으며, 박은혜(춤패 뉘 대표)가 안무를 맡아 특별 출연한다.

이번 공연 특징은 편수대엽 첫째바탕 '모란을~'과 둘째바탕 '모시를~'이 함께 어우러진다는 점이다. 이정희 선생은 "편수대엽을 공연하다 보면 학생, 학부모, 선생들이 그동안 우리 음악을 배워오면서 느꼈던 수많은 어려움들이 보람으로 바뀌고, 우리 국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우리 국악 통해 참교육과 가까워질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모란은 화중왕(花中王)이요(초장)
향일화(向日化)는 충신(忠臣)이로다(2장)
연화(蓮花)는 군자(君子)요 행화(杏花) 소인(小人)이라
국화(菊花)는 은일사(隱逸士)요, 매화(梅花) 한사(寒士)로다
박꽃은 노인(老人)이요, 석죽화(石竹花)는 소년(少年)이라
규화(葵花) 무당(巫堂)이요, 해당화(海棠花)는 창녀(娼女)로다(3장)
이 중에(4장)
이화(梨花) 시객(詩客)이요
홍도(紅桃) 벽도(碧桃) 삼색도(三色挑)는 풍류랑인가 하노라(5장)-첫째바탕 노랫말(시조)

모시를 이리저리 삼아(1장)
두루삼아 감삼다가(2장)
가다가 한 가운데 뚝 끊쳐 지옵거든 호치단순(皓齒丹脣)으로 흠빨며 감빨아 섬섬옥수(纖纖玉手)로 마조잡아 배붙여 이으리라, 저 모시를(3장)
우리도(4장)
사랑 그쳐 갈제 저 모시 같이 이으리라(5장)-둘째바탕 노랫말(시조)

둘째바탕 노랫말에서 '호치단순'은 '흰 이빨 붉은 입술'을, '흠빨며'는 '훅 들여 빨며'란 뜻이다. '감빨아'는 '입으로 감아서 쪽 빨아'란 뜻이며, '섬섬옥수'는 '부드럽고 고운 여자의 손'을, '배붙여'는 '바비작 거리어 비비여'란 뜻이다.

a 이정희 선생 "우리 전통의 소중한 국악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전통가곡을 학생, 학부모, 교원이 함께 지난 2년간 배우고 익히며 땀 흘려왔다"

이정희 선생 "우리 전통의 소중한 국악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전통가곡을 학생, 학부모, 교원이 함께 지난 2년간 배우고 익히며 땀 흘려왔다" ⓒ 이종찬

이정희 선생은 "우리 전통의 소중한 국악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전통가곡을 학생, 학부모, 교원이 함께 지난 2년간 배우고 익히며 땀 흘려왔다"고 말한다. 그는 "이번 공연을 위해 학생들은 문화재전수학교를 통해 매주 2시간씩 전통가곡을 공부했으며, 학부모와 교원들은 '가곡교실'을 통해 매주 1시간씩 우리 국악을 배웠다"고 설명한다.

그는 "학생들은 '자신들이 공부한 우리 국악을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고, 남들과 다른 특기를 키울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며 밝은 얼굴로 웃었다"라며 "학부모들은 '우리 국악의 저변을 더욱 넓히는 장이 되었다는 것이 너무 기쁘고, 우리 국악을 통해 학생, 선생님들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어 더욱 뜻 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 이제 우리 교육은 학생, 학부모, 선생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한다. 교육 공동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경남 진해라는 작은 도시 한 초등학교에서 만든 교육 공동체가 일으키는 우리 국악 바람. 이 바람이 국악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 분야를 교육 공동체란 태풍으로 이끄는 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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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공동체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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