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고향(빈집에 돌아와)

등록 2010.03.09 10:24수정 2010.03.0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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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고향 길 내가 살았던 고향길입니다.

고향 길 내가 살았던 고향길입니다. ⓒ 김정관


                      고향(빈집에 돌아와)


               마음속 고향 풍경은 가을로 접어들고

               겨울에 쓸쓸함이 배어납니다.

               휑한 길목과 논두렁 흙길 따라

               낮은 바람 노을지는 저녁엔

               광열이 어머니가 부르시는


               옛 노래 구슬프게 흘러나옵니다.

               가슴속 깊숙한 곳에


               추억을 담아두었던 고향에 그리움이

               쓸쓸하게 고여 있는 얼굴들을 기억하고는

               오래전에 버리고 떠났던 고향

               이제야 내 살던 옛 집에 돌아와

               그리움에 쌓이고 쌓여있던

               꿈꾸는 현실 속에 마루를 닦아봅니다.

               여기 내일에 또 다른 기쁨을 살았던 가족들은

               녹슨 밥솥만 남기고 어디로 갔을까.

               어느 곳, 산 000번지에서

               거칠고 힘든 길을 걸어가고 있을까.

               허물어진 벽, 스멀거리는 돌담이며

               잡초가 무성한 어머니 발자국 없는 텃밭.

               깨진 슬레이트 조각 사이로 서까래가 보이고

               어머니 넘나들던 장독대 남겨두고

               어느 회색도시에 살고 있을까.

               잡초 무성한 빈집에는

               빈 흙마루 위로 세월에 먼지만 쌓여 있고

               마당에 피어나던 탐스러운 꽃들은

               어느 곳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지.

               내가 살던 옛 집은 한마디 말. 없지만

               빈 맘 달래려고 왜 울고 있는지

               집이 우는지를 미처 몰랐습니다.

               버리고 떠나버린 가족 때문에

               저리도 서글피 집이 운다는 것을

               왜 듣지 못했는지.

               빈집 돌담 위로 조용히 흐르는 안개

               자욱이 피어오를 때면

               안개 품고는. 아침이 올 때까지

               옛집에 쓸쓸함을 지우고 싶습니다.

               빈집을 부둥켜안고 울고 싶습니다.

               고향 빈집에 돌아와

               뿌리 내리는 터질듯한 그리움으로

               내일에 또 다른 꿈을 비워두고 싶습니다.

a 고향 집 내가 살았던 고향집입니다.

고향 집 내가 살았던 고향집입니다. ⓒ 김정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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