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인프라 그리고 한국과 중국의 문화 공존

인천이라는 도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등록 2010.03.23 11:46수정 2010.03.2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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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진솔하게 교류하는 중국통인 친구의 중국 친구가 인천을 방문하여 송도신도시에 위치한 경제자유구역청 갯벌타워에 함께 들렀다. 그곳에서 필자와 친구는 그 중국인과 인천광역시 홍보물을 보고 경제자유인 송도지구와 청라지구, 영종지구 등도 두루두루 둘러보았다.

필자가 이삼일에 걸쳐 생동하는 인천의 경제구역을 다녀 본 소감을 한 마디 이야기 해 달라고 중국인에게 부탁하자, 그는 하드웨어는 필요충분조건을 채우고도 남는 것 같은데 넓은 하드웨어에 채워 넣을 소프트웨어의 부재는 아쉽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의 지적을 듣는 순간 필자는 현재 인천이라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 불편했다. 외국인들은 한번 보고 알 수 있는 것을 왜 우리 도시의 정책 당사자들은 모르고 있는 것일까.

갯벌 타워에서 바라보니 이미 완성된 빌딩도 많고, 버즈 두바이보다는 못하지만 앞으로 더 높고 보기 좋은 빌딩도 계속 짓는다고 하는데, 과연 그 빌딩 군에 입주할 경제상들은 누가 될 것인가. 인천에서 가장 값이 나가는 아파트 거주 주민들을 제외한 다른 기반 시설은 또 어떻게 장만할 것인가.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영종지구도 앞으로 인구가 50만 되는 자족도시를 만든다며 기반 시설공사가 한창이고, 청라지구의 아파트 공사도 활발하다. 또한 가까운 섬인 용유도와 무의도에서는 관광 및 레저 타운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한창 현재 진행형이다.

송도신도시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지는 오래이나 외국자본, 특히 미국자본의 유입은 미미한 편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손쉬운 말로 타인의 나라 안에 설치되는 경제자유구역이 아무리 매력적이라 해도 투자의 상식은 반대급부에 있지 않은가. 즉, 돈을 대면 투자 후에 뭔가 들어오는 것이 많아야 투자자로서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잉여자본을 공여하기 마련인데, 인천 경제자유구역에는 이익이 될 만한 매력 상품이 별로 없어 외국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미국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중국을 방문하여 중국 최고 지도자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장면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몇 년 전에 부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였을 때하고는 완전히 상반된 분위기다.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자 세계의 보안관으로 자처하는 미국의 수반인 오바마가 왜 중국을 향하여 고개를 숙이는가. 답은 자명하다. 아쉬운 일이 있다는 얘기다. 세계 최고의 나라 미국도 이제는 중국의 눈치를 볼 만큼 중국이라는 나라의 위상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거대해졌다는 반증이다.

대한민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이고, OECD 선진국의 일원이다. 한국은 물론 동양 3국인 일본이나 중국보다는 못하지만 세계가 인정해주는 강대국으로 선진한국의 품격을 높여가고 있다. 그럼 인구 규모로 대한민국의 세 번째 도시인 인천은 어떤가.


동북아의 허브공항인 세계가 인정하는 인천공항에서 세계무역의 상당분의 물동량이 거쳐 세계로 나간다. 범위를 좁혀 중국과의 국가 간 교역이나 보따리상으로 대표되는 개인 무역도 인천이 교두보다. 그러나 세계의 관문도시를 자칭하는 인천이 동북아 시대의 최강자인 중국과의 관계에도 설익은 자세로 일관하면서 과연 세계가 인정하는 도시를 지향할 수 있을까?

21세기, 세계가 인정하는 거대 대륙 중국의 시대를 맞이하여 인천은 중국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비단 관치행정으로 형식적인 각 지자체 간 교류도시 협정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우리 일반 시민들에게 문화, 사회, 경제적인 도움을 줄 만한 실질적인 교류가 선행되어야 한다. 행정이 우선되는 교류는 당국자끼리 만나 협정을 맺은 후 사진 좀 찍고 저녁에 회식하고 나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율곡 이이선생이 임진왜란 전에 전쟁에 대비하기 위하여 십만양병설을 주장한 적이 있다. 지금 세계로 뻗어나갈 자주적인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 인천은 세계의 축소판인 중국을 상대로 이이 선생의 십만양병설에 버금가는 준비를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천에는 국제적인 항만과 세계에서 인정하는 최고의 공항을 가지고 있으며, 역사적으로도 중국과 밀접한 관계로 중국인 거리인 차이나타운도 품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천혜의 조건을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활용하여 중국과의 교류에 임한다면 보이지 않던 소프트웨어의 꼬리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힘들여서 저 먼 유럽이나 미주에서 멀리서 희망을 찾으려고 할 필요가 없이 이웃 중국에서 인천의 미래를 찾자. 송도에 지었거나 짓고 있는 빌딩에 내용물이 있어야 하듯이 현재까지 이루어진 형식적인 지자체간의 교류를 지양하고 앞으로는 실질적인 교류가 되도록 민과 관이 함께 나서서 현미경의 조도를 높이자. 각 지자체의 장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인 중국을 상대로 세일즈맨이 되어야 한다. 비행기만 타고 중국을 갈 것이 아니라 카페리를 타고 가면서 중국을 상대로 보따리 무역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귀 기울여 들어가면서 말이다.

그러한 바탕위에 중국의 여러 도시에 가서 인천의 장점을 잘 설명하고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또한 중국 당국이나 도시의 지도자들이 인천을 방문할 때 어떻게 하면 이들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를 이해하게 해서 다시 방문할 수 있도록 감동을 줄 수 있는지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오바마처럼 고개를 숙일 필요는 없다. 중국인들은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고 해서 원하는 것을 해주는 사람들도 아니다. 개인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국가도 이루어지듯이 진지하게 노력하고 친구가 되는 자세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현대는 조직화된 정보의 시대다. 그동안 인천 사회 각 기관과 교류하고 경제자유구역을 방문한 중국인만 해도 100만 명은 족히 넘을 것이다. 이들은 중국에 가서 인천을 홍보하고 우리의 발전상을 알려 줄 도우미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들에게 인천의 미래에 대한 답이 있다. 굳이 하나의 방법을 제시한다면 인천을 처음 방문하는 중국인에게 그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한번 물어보라는 것이다.

쇼핑을 하고 싶다면 방문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박물관을 가고 싶다면 안내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면 좋은 식당으로 안내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충분하게 훈련된 많은 인력이 있다. 중국에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다녀온 사람도 많고 비즈니스 차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 또한 많다. 중국 사람들은 여행을 가게 되면 여행을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항상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상례화 되어 있어서 문화 충돌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인천의 전략 파트너를 만드는 간단한 방법이 아닌가.

지금은 만들어진 하드웨어에 내용이 충실한 소프트웨어를 무한 공급할 때다. 멈추지 않으려면 제때 주유를 해주어야만 추진력을 얻는 자동차처럼 활력이 있는 인천사회는 충실한 소프트웨어 위에서 성장한다. 우리는 지금 동북아 관문도시에 걸 맞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를 살고 있다.

인천의 미래는 무한하고 동반 성장을 해야 하는 이웃 중국 시장은 광대하고 넓다. 우리가 사고의 패러다임만 바꿀 수 있다면 21세기 세계의 주역은 비단 중국과 중국의 거대 도시들만은 아닐 것이다. 중국의 전설적인 성군(聖君) 요 임금 시절에 불렸던 '격양가擊壤歌'를 부를 날이 멀지 않았다는 중국이다. 인천이 그들과 동반하여 문화경제 블록을 형성한다면 세계 속의 인천으로 우뚝 설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중국문화읽기 3


덧붙이는 글 *중국문화읽기 3
#중국 #격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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