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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수첩이 그들이 있는 곳으로 키를 잡은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산촌에서 시를 쓰며 사는 자유인, 내가 본 그들의 삶은 평안과 당당함 그 자체였다.
절대로 멈출 수 없었던 발걸음을 따라 지난 24일, 경북 김천의 오지마을인 증산면으로 몸과 마음을 내딛었다. 때론 이러한 행동이 자연과 홀연히 섞이고 싶어서 일지도 모르겠으나 가끔 산을 보면서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의 만남에서 내 마음의 변화를 간략하게 적어놓는 여행수첩에 또 한 줄의 메모를 끼워놓는 것은 정말이지 형언할 수 없는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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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산채원 정경 해발 600m의 산과 산, 그 사이에 시인 산채원이 존재한다. ⓒ 장동언
▲ 시인 산채원 정경 해발 600m의 산과 산, 그 사이에 시인 산채원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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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6년 전부터 산나물을 가꾸면서 살고 있다. 우연히 수도산에 올랐다가 청정의 먹거리인 산나물에 반해 눌러앉았다는 정경임 시인, 그녀는 현재 일천여 평의 산채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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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나물의 제왕 참취 시인 산채원에서 재배되고 있는 산나물 ⓒ 장동언
▲ 산나물의 제왕 참취 시인 산채원에서 재배되고 있는 산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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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엔 각종 무기질과 칼슘 그리고 비타민 등이 일반 채소보다 월등히 많이 함유되어있다. 특이나 각종 암을 예방하는 항암물질이 풍부히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성인병예방과 노화방지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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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나물의 여왕 곰취 시인 산채원에서 재배되고 있는 산나물 ⓒ 장동언
▲ 산나물의 여왕 곰취 시인 산채원에서 재배되고 있는 산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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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산나물은 이른 봄에 먹어야 제격이지만 이젠 계절과 관계없이 어느 때나 먹을 수 있다. 그만큼 재배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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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산을 닮은 우산나물 시인 산채원에서 재배되고 있는 산나물 ⓒ 장동언
▲ 우산을 닮은 우산나물 시인 산채원에서 재배되고 있는 산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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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산채원을 찾아 산나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것들을 보며 시를 건져내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시인, 그녀도 지금의 봄과 불륜을 나누고 있는 듯했다. 아니 어쩌면 불륜처럼 신선한 것이 봄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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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의 결정 곤드레나물 시인 산채원에서 재배되고 있는 산나물 ⓒ 장동언
▲ 맛의 결정 곤드레나물 시인 산채원에서 재배되고 있는 산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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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산채원의 작은 원두막에 앉아 잃었던 감각을 건져 올려 시를 쓴다. 그러고 보면 버릴 줄 아는 자만이 새로운 것을 가질 수 있다고 했던가. 시내에 아파트가 있으면서도 굳이 산촌의 낡은 저택에서 남편인 장 시인과 행복한 고락을 함께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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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조의 표상 명이 시인 산채원에서 재배되고 있는 산나물 ⓒ 장동언
▲ 지조의 표상 명이 시인 산채원에서 재배되고 있는 산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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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더군요. 그래서 남편과 함께 돈과 명예에 집착하는 씁쓸한 마음을 비우기로 했습니다."
말이 채 끝나기가 분주하게 낡아서 듣기 좋은, 그녀는 최백호 님의 '낭만에 대해서'를 허밍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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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가지 색의 삼백초 시인 산채원에서 재배되고 있는 산약초 ⓒ 장동언
▲ 세가지 색의 삼백초 시인 산채원에서 재배되고 있는 산약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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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입, 그들은 <흔적을 되새기며>란 부부시집을 상재했다. 참으로 부러운 부부다. 책을 통틀어 읽어주고 그 안에 박혀있는 시를 틈틈이 낭송해주는 성우의 목소리를 아침마다 들으면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낭송에, 그 대수롭지 않은 것에 날개를 달고 의미를 부여하기나 할까. 시침이 막 정오를 알리려 할 때 나는 한 젊은 시인이 낭송하는 시 한편을 눈을 감고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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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모밀이라 불리는 어성초 시인 산채원에서 재배되고 있는 산약초 ⓒ 장동언
▲ 약모밀이라 불리는 어성초 시인 산채원에서 재배되고 있는 산약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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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비닐하우스에 들면 / 나는 꽃이 된다. / 참나물 꽃이 곰취 꽃이 / 그리고 줄지어 피는 미나리취 꽃망울 되어 / 맑은 물방울들을 톡톡 입에 털어 넣는다. / 언제부턴가 나의 길에 / 꽃가루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 묵직한 평온도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 내 반나절을 꽃으로 노출하는 방 / 초록의 시선이 몰린 손금사이를 / 즐겁게 걷다보면 / 어느새 나는 / 국적이 살아있는 바람꽃이 된다. - 정경임 시인의 '비닐하우스에 들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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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채원 연못 비가 내리는 가운데 원두막에 앉아 바라 본 연못 ⓒ 장동언
▲ 산채원 연못 비가 내리는 가운데 원두막에 앉아 바라 본 연못
ⓒ 장동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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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산채원'이란 이름도 그녀가 지었다고 한다. 특이나 이곳에서 재배되는 10여 가지 산나물과 산약초, 그리고 야생차의 주재료들은 산 속에서 자란 자연산 산나물처럼 재배되고 있다고 자랑이다. 이유인즉 거름으로 산에서 채취한 부엽토가 90%, 그리고 나머지 10%도 친환경 비료를 스스로 만들어 시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남편인 장 시인은 지금도 꾸준히 본초학을 공부하고 있지만, 실상 정 시인은 산나물 보다는 야생茶(차)에 관심이 더 많다. 그만큼 차공부도 많이 했으며, 하여 스스로 다인이라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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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비빔국수곤달비쌈 시인의 저택에서 맛 본 별미 ⓒ 장동언
▲ 맛있는 비빔국수곤달비쌈 시인의 저택에서 맛 본 별미
ⓒ 장동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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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그들이 거주하고 있는 저택을 방문, 비빔국수곤달비쌈에 점심을 곁들이고 혹 잊어버릴까 마을의 이름인 원평촌을 수첩에 다소곳이 적어 두었다. 또한 다음의 취재 목적지인 모티길 동반을 허락받고 나서야 비로소 허접한 메모수첩을 덮었다. 그래, 모쪼록 다음에 만날 때도 오늘처럼 편안한 모습 그대로를 대할 수 있었으면….
덧붙이는 글 | 시인 산채원은 시인부부가 가꾸어 가는 산나물과 산약초재배의 전당인데, 소재는 경북 김천시 증산면 평촌리에 존재한다.
2010.05.25 10:46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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