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담기조차 싫었던 죽음, 말하기 시작하다

[유경의 죽음준비학교] 영화, 죽음을 말하다(6) - 제1회 웰다잉 영화제 폐막 세미나

등록 2010.09.06 09:14수정 2010.09.0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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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웰다잉 영화제>를 마무리하는 폐막 세미나가 4일(토) 오후 5시, '웰다잉 문화의 흐름과 방향'이란 주제로 각당복지재단 강당에서 열렸다.

a <제1회 웰다잉 영화제>  폐막 세미나

<제1회 웰다잉 영화제> 폐막 세미나 ⓒ 유경


김옥라 각당복지재단 이사장의 인사말에 이어, 첫 발표에 나선 강진구 고신대 컴퓨터영상선교학과 교수(영화평론가)는 <악마를 보았다>나 <아저씨> 같은 잔인한 살해장면이 들어있는 영화가 흥행되는 문화 속에서 죽음에 대한 우리 인식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확산'과 '죽음에 대한 무관심'으로 나뉠 수밖에 없다고 했다.


a <제1회 웰다잉 영화제>  세미나 발표자 강진구 고신대 교수

<제1회 웰다잉 영화제> 세미나 발표자 강진구 고신대 교수 ⓒ 유경


강 교수는 자극을 원하는 이런 시대에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웰다잉 문화라며, 웰다잉 문화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무관심을 벗어나 죽음을 통해 인생을 새롭게 조명하고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는 건강한 사회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의미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발표자인 연극인 장두이 교수(서울예술대학)는 자신은 '연극을 통해 죽음을 알고, 죽음을 배웠다'며, 어느 민족에게나 죽음은 화두이고 명제로 전해 내려오고 있으므로 어린시절부터 놀이를 통해 죽음을 이야기하고 가르쳐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a <제1회 웰다잉 영화제>  세미나 발표자 장두이 교수

<제1회 웰다잉 영화제> 세미나 발표자 장두이 교수 ⓒ 유경


한편, 국민일보 이지현 기자(책 <잘 살고 잘 죽는 법> 저자)는 '웰빙은 웰다잉으로 완성된다'며 생명보험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감정의 보험'을 들 것과 자신의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적어 볼 것을 권했다.  

참석자들의 질의응답까지 포함해 이날 세미나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정리하면, 우리나라 웰다잉 문화의 현실은 여전히 깨우쳐야 하는 교육 중심, 계몽 중심의 문화이므로 좀 더 폭넓은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대부분 장년층 이상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을 젊은 연령대까지 확산할 수 있는 방법과 종교성을 뛰어넘는 일반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웰다잉(well-dying), 해피다잉(happy-dying), 품위있는 죽음, 존엄한 죽음, 아름다운 죽음 등의 용어를 정리할 때가 되었다.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죽음의 방식은 비단 물질의 나눔만이 아닌 정신과 영혼의 성숙까지도 일컫는 것이므로 그 모두를 포함한 용어의 정의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웰다잉 문화의 확산 속에서 사생체험, 임종체험, 임사체험 등의 이름으로 이벤트가 많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 부분은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 죽음 준비의 한 과정으로 제대로만 한다면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상업적인 목적에 휘둘려 본래의 목표를 상실할 수 있고 오히려 죽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의 개입을 통해 체험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a <제1회 웰다잉 영화제>  '웰다잉 문화의 흐름과 방향' 세미나

<제1회 웰다잉 영화제> '웰다잉 문화의 흐름과 방향' 세미나 ⓒ 유경


나흘 동안 열린 <웰다잉 영화제> 전체를 지켜보고 참여하면서 세상의 변화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죽음 이야기는 입에 올리기조차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은 죽음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고 궁금해 한다.


이번 영화제에 쏟아진 관심은 숫자로도 알 수 있어서, 총 8편의 영화 상영이 있었는데 한 영화를 평균 100명 정도가 관람했고, 특별강연회에는 50명에서 70명 그리고 마지막 날 세미나에는 90명 정도가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유명인의 강연회에 몇 백명이 몰리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주제가 죽음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변화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친근한 매체인 영화를 통해 죽음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눈 <웰다잉 영화제>는 막을 내렸지만, 우리의 일상 속에서 죽음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 모두 삶의 마지막 단계인 죽음을 향해 한시도 쉬지 않고 걸어가고 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죽음이 우리 곁에서 일어나며, 죽음은 일상 속에 늘 우리와 함께 있다.

작고 소박하게 기획된 영화제였으나 나름 의미있는 자리였다고 평가하며, 아쉬운 점은 영화 상영에 적합하지 않은 공간의 문제였다. 관람객들은 앞과 뒤가 평평한 강의실 형태의 강당에 앉아 영화를 보느라 앞사람의 머리를 피해 이리 저리 고개를 빼야 했고, 음향시설 또한 강의실 수준이어서 소리가 울리고 영화 속 음악에는 몰입하기 어려웠다.

부디 다음 <웰다잉 영화제>는 영화 상영에 적합한 공간에서 열려 큰 화면과 잘 들리는 소리, 가슴으로 스며드는 영화 음악을 맘껏 누리며 죽음을 생각하고 느끼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제1회 웰다잉 영화제> 9/1-9/4, 각당복지재단 강당


덧붙이는 글 <제1회 웰다잉 영화제> 9/1-9/4, 각당복지재단 강당
#죽음 #죽음준비 #웰다잉 #웰다잉 영화제 #영화 속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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