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유재석·박명수, 솔직한 게 두렵나?

[TV리뷰] 편안했던 <해피투게더>를 망치는 코너 '소문과 진실'

등록 2011.06.03 15:39수정 2011.06.03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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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토크쇼로서 KBS <해피투게더>의 장점은 실제 목욕탕이라는 공간적 배경에서 오는 편안함에 있다.

토크쇼로서 KBS <해피투게더>의 장점은 실제 목욕탕이라는 공간적 배경에서 오는 편안함에 있다. ⓒ KBS 화면캡쳐


토크쇼로서, KBS <해피투게더>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편안함에서 오는 자연스러움이다. 실제 목욕탕에서 진행되는 녹화는 그것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다. 친한 친구들과 함께 마음껏 수다를 떨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하는 목욕탕은 이보다 더 적합할 수 없는 최적의 장소다. 그곳에서 게스트는 미리 준비된 찜질복으로 갈아입고 협소한 목욕탕 구석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MC들의 조합도 게스트의 부담을 덜어주기에 충분하다. 유재석은 녹화가 재밌게 진행될 땐 최대한 게스트의 이야기를 들어주지만 분위기를 봐서 나서야 할 때라고 판단되면 주저 없이 나서서 흥을 돋운다. 게스트의 이야기라면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유심히 듣고 있다가 재미가 있다고 판단되면 콕 집어 살려낸다.

게스트의 토크는 그 자체로 맛있는 음식일 수 있지만 때론 날 것 그대로의 재료이기도 하다. 예능감이 있는 게스트라면 재료를 요리해 내보낼 줄 알지만 모든 게스트가 그렇지는 않기에, 박명수와 박미선은 날 것 그대로의 토크를 자신들의 재주로 요리한다. 강하게 나가야 할 땐 박명수는 호통을 치고 박미선은 빈정대지만, 반대의 경우엔 자신들의 가정사와 나이를 희화화해 굴욕을 자처한다.

반면 신봉선은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남자 게스트들에게 매번 딱지를 맞으면서도 그녀는 결코 들이대는 캐릭터를 포기하지 않는다. 남희석이 지어준 '드록바' 별명도 처음엔 굴욕적으로 받아들이다가, 이젠 드록'바' 아이스크림 광고까지 노리고 나선다. 거기에 타고난 신체조건과 웬만한 댄스가수 못지 않은 춤 실력으로 몸으로 웃기는 것도 가능하니, 가히 올라운드 플레이어라고 할 만 있다.

각종 홍보의 장으로 전락한 토크쇼... <해피투게더>의 전략은?

a  토크쇼는 각종 홍보의 장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사진은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KBS 수목드라마 <로맨스타운>의 주연배우들.

토크쇼는 각종 홍보의 장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사진은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KBS 수목드라마 <로맨스타운>의 주연배우들. ⓒ KBS 화면캡쳐


많은 토크쇼가 그렇듯 <해피투게더> 역시 각종 홍보의 장으로 이용될 때가 많다. 곧 시작될 자사 드라마의 출연배우들이 드라마 홍보를 위해 출연하고, 얼마 후 개봉될 영화의 주연배우들이 영화 홍보를 위해 출연해 "그런데 이분들이 이번에 작품을 함께 찍으셨다면서요?"라는 유재석의 천연덕스러운 질문에, "네, 저희가 이번에……"하며 홍보하는 풍경은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그 노골적인 홍보 목적 너머의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일이다. 그것은 재미일 수도 있고 감동일 수도 있다. 예컨대 MBC <놀러와>는 기획력으로 포장한다. 드라마나 영화 홍보를 위해 출연한 게스트 외에도 그들과 친분이 있거나 공통점이 있는 연예인 몇 명을 더 추가로 섭외해 전혀 다른 특집을 만들어낸다. 그리하여 시청자로 하여금 빤하지 않는 방송으로 느끼게 한다.


SBS <강심장>의 경우 토크 대결이라는 구도를 명확하게 하여 게스트들의 강도 높은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게스트들의 이야기 안에 재미가 있고 감동이 있으며, 웃음이 있고 눈물이 있다. 가히 토크 종합선물세트 수준으로, 그것이 무엇이 됐든 다른 게스트의 이야기가 주는 임팩트를 넘어서야 이기고 주목받을 수 있기에, 때때로 <강심장>은 폭로의 장이 될 만큼 강한 이야기가 오고간다.

이런 경쟁 프로에 비해 <해피투게더>는 꾸미지 않고 자연스러운 방송 스타일을 고수한다. 홍보를 목적으로 나왔다면 특별히 그것을 애써 포장하려 들지 않는다. 박미선은 노골적으로 '홍보하러 왔냐' 묻고, 게스트들은 때론 얼굴 붉히며, 때론 당당하게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박명수는 '홍보도 중요하지만 웃겨야 한다'고 압박한다. 게스트는 난감해한다. 그러나 <해피투게더>는 그들에게 지닌 것 이상의 웃음을 요구하지 않는다.


게스트가 웃기지 못한다면 MC들이 나서서 웃기면 된다. 그것이 <해피투게더>의 마인드다. 유재석은 박명수를 놀리고, 박명수는 유재석에게 받아치며 상황극을 만든다. 박명수는 박미선을 구박하고, 박미선은 속상해한다. 그 때 신봉선이 끼어들며, 두 여자 MC는 동변상련의 처지를 나눈다. 4명의 MC는 그들만으로도 충분히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 능숙하고, 서로에 익숙하다.

설사 고정 MC가 웃기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그럴 땐 틀림없이 김준호나 전현무, 박휘순 같이 예능감 좋은 일일 MC들이 활약한다. 게스트들은 김준호의 8단 저음이나 전현무의 7단 고음을 보고 깔깔대며, 웃겨야 한다는 부담에서 자유로워진다. 그리고 그럴 때 담담하게 풀어내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의외의 힘을 발휘한다.

MC가 감당 못 할 코너는 하지 않는 게 낫다

a  진실을 감당할 자세조차 안 되어 있으면서 소문에 대한 진위여부를 물어보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진실을 감당할 자세조차 안 되어 있으면서 소문에 대한 진위여부를 물어보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 KBS 화면캡쳐


그런데 최근 들어 이 특유의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가 망가지고 어색해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바로 '스타의 소문과 진실' 코너 때문이다. 제목 그대로 방송가, 혹은 인터넷에 떠도는 게스트에 대한 소문, 루머 등에 대해 물어보고 그들에게 답을 구하는 코너다. 그런데  대부분은 소문일 뿐이라며 게스트가 해명하고 MC들이 고개를 끄덕이지만 간혹 게스트가 그것을 사실로 인정할 때 문제가 생긴다.

기본적으로 <해피투게더>의 MC들은 게스트를 강하게 압박하고 몰아가 그들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이야기를 토해내게 하는 부류의 예능인이 아니다. 박명수가 그 중 가장 강한 모습을 보이긴 하나 그 역시 어느 선을 넘어서면 오히려 게스트보다 그가 더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모른다. 유재석은 게스트가 난감해하면 그것을 즐기고 몰아가기보다는 어떻게든 그 상태를 풀어주려 애쓴다. 박미선과 신봉선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게스트가 루머를 사실로 인정하거나 약간의 곤혹스러운 태도만 보여도 MC들은 금세 쩔쩔맨다. 어색한 침묵이 녹화장을 감돌고, 분위기는 삽시간에 다운된다. 5월 5일 방송에서 민효린이 모습이 그 단적이 예다. 질문에 당혹해하는 게스트, 그것을 보며 더 당황하는 MC. 재미있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망가지고, 그것을 보는 시청자는 민망함에 채널을 돌리고 싶어진다.

그래서 결국 어제(2일) 방송은 아예 코너를 시작하기 전에 유재석과 박명수가 "소문에 대해 맞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우리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니 되도록 아니라고 말해 달라"고 말하는 웃지 못 할 촌극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날 게스트로 나온 이들의 백지영이 이들의 부탁(?)에도 자신의 루머에 대해 사실이라고 인정하자, MC들은 "그만 얘기하자"며 이야기를 서둘러 종결시켰다. 옆에서 천명훈과 유리가 거들어 살려내지 않았다면, 아마 편집 당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MC들은 당황해하며 이야기를 진행해나가지 못했다.

유재석은 "백지영씨가 굉장히 솔직해서 우리가 더 물어보면 다 얘기할 것"이라며 이야기를 애써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루머에 대해 사실이냐 아니냐를 물어놓고 솔직함을 이유로 듣기를 주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MC들이 감당 못 할 솔직함을 주저한다면 애초에 그런 질문을 안 하면 된다. 그런데 질문은 던져놓고, 게스트가 대답하려니 부담스럽다는 식으로 나오니, 이런 무책임한 경우가 또 어디 있을까.

앞서 말했듯 <해피투게더>의 장점은 편안함에서 오는 자연스러움이다. 루머에 대해 해명할 기회를 주는 것은 <황금어장> '무릎팍도사'나 '라디오스타'에 맡기면 된다. 오랜 시간 반복된 포맷으로 방송에 변화를 줘야 할 때가 온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자신만의 색깔을 버리면서까지 무리하게 변할 필요는 없다. 제작진은 그것이 결코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해피투게더 #유재석 #박명수 #백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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