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본격적 이념논쟁 처음... 원희룡 안타깝다"

[한나라당 대표후보 인터뷰③] 남경필 "소장파, 당권놓고 일합 겨룰 정도로 성장"

등록 2011.06.24 09:58수정 2011.06.2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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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나라당 차기 당대표에 도전하는 남경필 의원이 23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나라당 차기 당대표에 도전하는 남경필 의원이 23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7.4 한나라당 당대표 선거가 정책논쟁, 이념논쟁이 시작된 데는 남경필, 유승민 의원이 공이 크다. 이전부터 감세철회와 복지확대를 주장해온 남 의원은 경선이 본격화하면서 '대학등록금 45%' 지원 등 친서민정책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보수의 적자' 유 의원이 뜻밖에도 무상급식·무상보육찬성,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징벌적 배상제 등의 정책을 들고 나서자 당내 우파들이 '포퓰리즘'이라고 반박하는 등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남 의원은 23일 인터뷰에서도 대선출마를 염두에 두고 고민했다는 '2022년까지 정년 63세 법제화·고교무상교육 완성' 등의 공약을 내놨다. 그러면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본격적인 이념논쟁, 정책논쟁은 처음 있는 일인데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자신과 함께 '원조 소장파'의 쌍두마차였던 원희룡 의원과 '적'으로 맞서고 있다. 그는 원 의원에 대해 "이명박 정부에서 권력을 좇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 김민석의 전철을 가지말라"고 했던 권영세 의원의 말에 공감한다고 했다. "개혁아이콘으로서 끝까지 함께 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주장이나 행보를 보면 그런 전철을 밟을까봐 안타깝다"는 것이었다.

역으로 그는 여전히 '소장개혁파'이면서 이상득, 정몽준, 홍사덕 등 4선 의원 이상만 들어가는 중진연석회의 멤버이기도 하다. 이런 불일치는 그가 제대로 진화하지 못한 징표가 아닐까. 그는 "어떤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번 도전은 주장만 하는 게 아니라 주체가 돼서 이뤄내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소장파는 '젊은 사람들의 철없는 목소리'에서 이제 당권을 놓고 일합을 겨루는 세력으로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남경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

"이명박 대통령에게 탈당 요구하지 않을 것"

- 임기말 청와대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정책에 대해서는 세게 붙을 것이다. MB노믹스를 확 바꿔야 한다. 국민성공시대, 친서민 정책 구호를 내세웠지만 실제 정책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국민이 안 믿는 것이다. 정치적인 면에서는 지나친 차별화보다는 포용하고 대화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므로  탈당요구 이런 것 없이 소통하고 갈 것이다."


- '친박 단일후보' 유승민 의원에게 정책연대를 제안한 것은 박근혜계에 손을 내민 것인가.
"유 의원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답한 것이고, 권영세 의원도 정책에 유사성이 많아 연대할 수 있는 후보로 본다. 당 대표와 박 전 대표는 구애하거나 매달리는 관계가 아니라 윈윈해야 한다. 한나라당의 위기의 본질은 무슨 얘기를 해도 국민이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신뢰 이미지가 있다. 반면 당 대표와 당은 수도권 젊은이들에게 확장력이 약한 박 전 대표의 한계를 메워줘야 한다. 이렇게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것이 다음 대선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데, 그 열쇠가 남경필이라고 생각한다."

- 후보들의 좌클릭이 두드러진다. 만족하나.
"이뤄내야죠. 그런데 계파 바람이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상득, 이재오, 안상수, 정몽준 의원이 만나 원희룡 의원을 밀자고 합의했다는) 하얏트 회동설이 사실은 아니더라도 그런 걸 획책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본격적인 이념논쟁·정책논쟁은 처음인데.
"그렇다. 노선 경쟁이 있는 것은 바람직하고 기쁜 일이다. 쇄신그룹이 주장해왔던 것이 이슈가 되고 있다. 구체적인 정책을 놓고 노선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유승민 의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이에 대해 중진들이 반격하고 이런 모습이 좋다. 내 비판을 많이 하는데 그동안 늘 그래서 별 느낌은 없다. 비판 못이기고 주류로 변신한 사람도 있고 처음부터 온실 화초처럼 커 온 분도 있고, 때에 따라 왔다갔다한 분들도 있고.

소장파는 '철부지'나 '젊은 사람들의 철없는 목소리'에서 이제 일합을 겨루는 전력으로 성장했다. 지금 절반쯤 왔다. 나머지 절반을 해내느냐 마느냐를 이번 전당대회에서 판가름하는 상황으로 왔다. 내가 당대표가 되면 정말 상전벽해하는 것이다."

"2022년까지 고교무상교육 완료"

a  한나라당 차기 당대표에 도전하는 남경필 의원

한나라당 차기 당대표에 도전하는 남경필 의원 ⓒ 남소연


- 한나라당이 내년에 재정 1조5천억 원과 대학이 조성하는 장학금 5천억 원을 투입해 명목등록금을 15%낮추고 이렇게 해서 2014년까지 30%이상을 낮추겠다는 안을 발표했다. '내년 대학등록금 45% 지원'을 공약한 입장에서 어떻게 보나.
"좀 더 가야한다고 보고, 여력이 있다고 본다. 재정이 모자라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1조5천억 이상은 넣기 어렵다고 얘길 해왔다. 당에선 최대 2조5천억을 말했고, 나는 3조를 넣자고 했다. 세계잉여금이 있고 감세효과가 확실히 나타나기 때문에 내후년에는 더 여유가 있다. 대표가 되면 내가 주장한 대책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고교의무교육 9700억원도 들어가야 한다. 대학등록금을 지원하면서 고등학교 의무교육을 안 한다는 게 말이 되나. 내년부터 10년 목표로 2022년까지 고교무상교육 100%를 목표로 내년에 50%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대학등록금도 내년 45% 지원부터 시작해 매년 5%씩 올려서 2022년까지 75%를 지원하자는 것이다. 돈은 있다. 4대강, SOC, 토목공사용 재정지출은 최대한 줄이고 교육 청년일자리 사회적 일자리에 집어넣으면 된다."

- 일자리 관련해서는 어떤 대책을 구상하고 있나.
"정년을 법제화해야 한다. 2022년에 63세까지를 정년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여기에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은 보장하는) 임금피크제도 도입해야 한다.  또 300인 이상 사업장이 매년 2.5%를 더 고용하면 내년부터 청년일자리 10만 개를 만들 수 있다. 기업과 정부가 반반씩 부담하면 65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그리고 2년 뒤에 정규직화하고, 앞으로 5년이 가장 힘들기 때문에 이 기간동안 한시적으로 하자는 게 내 생각이다. 원래 대선공약으로 준비한 것인데, 당 대표 되면 드라이브 걸 것이다."

- 반값등록금, 복지확대 문제에 대해 정몽준, 김무성 의원 등 당내에서는 물론이고 허창수 전경련 회장까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있는데.
"국민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을 포퓰리즘이라고 한다면, 이념, 정체성을 강화하고 대기업만 잘 되게 하자는 그 사람들이 역포퓰리즘을 쓰는 것이다."

"대기업만 잘 되게 하자는 것이 역포퓰리즘"

- 김무성 의원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반대하는 것은 한나라당 간판을 내려야 할 일이라고 한다.
"선배들의 걱정을 이해한다. 다만 표현은 참 부적절하다. 정몽준 전 대표가 중산층과 서민에게 다가가려는 노력하는 황우여 원내대표를 망국노라고 했는데 이런 게 포퓰리즘이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가 낙동강 전투라는 표현을 썼는데 아이들 밥먹이자는데 웬 낙동강 전투인가, 전투를 하려면 수도권과 중도를 장악하는 인천상륙작전을 해야지. 정체성 강화는 소수민족이나 야당이 하는 것이다. 로마제국은 포용을 통해 외연을 확대했다. "

- 권영세 의원이 원희룡 의원에게 "김민석의 전철을 가지말라"고 했다. "개혁아이콘이었던 그가 이명박 정부에서 권력을 좇는 듯한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건데.
"공감한다. (원 의원이) 아쉽다. 개혁아이콘으로서 끝까지 함께 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주장이나 행보를 보면 그런 전철을 밟을까봐 안타깝다."

- 역으로 남 의원은 4선 의원인데 아직도 소장파로 불린다. 진화하지 못한 것 아닌가.
"어떤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주장은 했지만 실력이 없어서 당의 주인이 되지 못했다. 이번 도전은 그동안의 꾸준한 성장을 바탕으로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것이다. 주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가 돼서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 이번 선거 도전자들이 굉장히 젊어졌다.
"그렇다. 그런데 젊다고 다 변화인가. 애늙은이 정치인이 많다. 어느 젊은이가 (당 대표가) 되면 그 뒤에 친이가 있고, 또 어느 젊은이가 되면 친박한테 구애해서 되는 것, 이런 건 아니라고 본다. 일관되게 쇄신을 위해 노력해왔고, 이번에도 당 대표가 되면 이렇게 하겠다고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한 사람들이 당의 얼굴이 돼야 한다. 최소한 당 간판만큼은 과거의 세력들과 주장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나라당을 화끈하게 남경필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의 정당으로 만드는 것이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는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하다."

a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이 1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이 1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 후보등록일인 현재 판세는 어떻게 보나.
"혼전이라고 본다. 초반 여론조사는 홍준표, 나경원 의원이 앞서가는 모양새였는데 1인 2표제가 되면서 여론조사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저와 원희룡 의원까지 4명, 당내 역학까지 넣으면 유승민 의원까지 5명이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전상황이라고 본다. 또 계파 선거가 나타나는 것에 대한 거부감, 실패하고 사표낸 사람들이 출마한 구태에 대해 최소한 당 대표만큼은 새로운 사람, 세력이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혼전양상으로 가고 있다. 이번 주말을 고비로 '남경필 대표'가 가시화할 것으로 본다."

- 현재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위협적으로 느껴지나.
"거기도 중원에 답이 있는 것 아닌가. 중원으로 자신 있게 못 나오고 있다. 중도를 잡을 수 있는 이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들까지 흔들 수 있는 손 대표 특유의 맛과 색깔이 있는데, 당내 강경한 목소리에 주춤하면서 대표된 이후엔 전혀 그런 위협을 못 주고 있다. FTA 문제도 자기 목소리 못냈고, 등록금 문제도 촛불 현장 갔다 와서 준비되지 않은 즉흥적인 공약을 냈다. 준비됐다는 느낌이 없어 보인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남경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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