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기자님 요즘 기사가 잘 안 올라오데요"

북구 명촌 한 식당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울산모임

등록 2011.07.24 13:47수정 2011.07.2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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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울산 명촌의 한 식당에서 가진 오마이뉴스 울산모임 잘 꾸려진 고급 식당이었고 방이 있어 모임하기에 좋은 장소 였습니다.

울산 명촌의 한 식당에서 가진 오마이뉴스 울산모임 잘 꾸려진 고급 식당이었고 방이 있어 모임하기에 좋은 장소 였습니다. ⓒ 변창기

▲ 울산 명촌의 한 식당에서 가진 오마이뉴스 울산모임 잘 꾸려진 고급 식당이었고 방이 있어 모임하기에 좋은 장소 였습니다. ⓒ 변창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 투어 1박 2일'

 

한 달 전부터 알게 되었던 내용입니다. 허지만 저는 고민이었습니다.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그것이 문제였습니다. 오늘(23일) 오후 4시 명촌에 있는 한 식당에서 모임이 있다고 했습니다. 가기 직전까지 저는 고민을 해야만 했습니다. 요즘 사는 형편이 또는 궁핍한 정도가 말이 아니어서 고민을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회비 1만원. 그것은 저에게 상당히 큰 액수입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로 10년째 일하다 작년 3월 중순경 정리해고 당한 후 마땅히 돈벌이 없이 1년이 지났습니다. 아내 말로는 1천여 만 원 빚이 졌다 합니다. 가장으로서 상당히 무거운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 난지도 1년이 다되어 가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태고 비정규직 노조는 비리에 연류되어 전원 사퇴와 동시에 새 지도부 구성이 안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억울해서라도 비정규직 노조 투쟁에 가담해야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급선무라 집회 참석도 그동안 해오던 1인 시위도 못하고 있습니다.

왕복 차비 2천 원이라도 아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와중에 오마이뉴스에서 시민기자 1박 2일 모임을 한다고 했습니다. 가보고는 싶은데 1만 원이라는 거금이 들어야 하는 상황이 참석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놓고 고민에 빠진 것입니다. 오후 3시경 집을 나섰습니다. 공과금 내려고 농협에 넣어둔 돈 중에 1만 원을 찾았습니다. 부족한 1만 원은 다음 달에 이자 붙여 낼 수밖에요. 얼마 전 농협에서 자동이체 3건 이상하면 10KG 쌀을 준다고 해서 전기세랑 나와 딸 휴대폰을 자동이체 신청해 둔 상태입니다.

 

남목서 삼산가는 버스타고 가다가 명촌 정류장에서 내려 오라는 식당을 찾아 갔습니다. 식당은 오리요리 전문점이었습니다. 이미 서울 오마이뉴스 상근기자와 본부장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울산과 경주에서 활동하는 여러 시민기자 분들도 보였습니다. 다 모였는지 우리는 서로 서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안면 있는 분도 계시고 처음 보는 분도 계셨습니다.

 

"이번에 울산 모임은 처음입니다. 제주도 갔다가 대구 갔다가 울산에 도착 했습니다. 시민기자와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도 나누고 보다 발전하는 오마이뉴스를 만들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오마이뉴스 본부장님 인사말씀을 듣고 여러 분들의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조를 나누어 기사 합평회라는 것을 했습니다. 합평회가 무엇인지 몰라서 물어보니 서로 돌아가며 평가해 보는 것이라 했습니다. 1조엔 시민기자 김동일,김종득,박석철,이상홍님과 상근기자 김미선,박상규 님이 2조엔 시민기자 변창기,김태남,이선이,최완 님과 상근기자 박수원,최규화,김병기 님이 함께 했습니다.

 

a 참석자 선물들 책도 주시고 컵도 주시고 수첩도 주시고

참석자 선물들 책도 주시고 컵도 주시고 수첩도 주시고 ⓒ 변창기

▲ 참석자 선물들 책도 주시고 컵도 주시고 수첩도 주시고 ⓒ 변창기

저는 2조에 소속되었습니다. 서울서 오신 상근기자님이 합평회 할 기사 글을 인쇄하여 나누어 주었습니다. 제가 쓴 '아무쪼록 용기 잃지마라는 말 듣기 싫습니다'는 기사가 먼저 도마에 올랐습니다. 저는 합평회 할 능력은 못 되는 거 같았습니다.  돈 드는 모임엔 그 어디도 가지 않지만 이번에 오마이뉴스 모임에 간 것은 듣고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여러 기자님과 서울서 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니 참 좋았습니다.

 

두번째로 합평회 한 기사글이 '이 기사는 보도할 가치가 없나요?' 라는 울산노동법률원 공인노무사이신 이선이님의 글이었습니다. 쓴 날을 보니 2002년 4월 24일자였습니다. 벌써 10여년이 되어가는 지난 글이었습니다. 돌아가면서 평가를 했습니다. 저는 읽고 가지 않아 그 자리 앉아서 읽어 보았습니다. 분노가 느껴지는 글이라 소개했습니다. 어느 분은 "분노하지 않는 자가 어떻게 기자생활 하느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참 멋진 표현 같았습니다.

 

세번째로 최완이라는 분이 쓴 "한국노총 울산본부 한나라당 후보 지지한다"는 내용의 글을 평가했습니다. 그 기사 글은 2006년 5월 19일자로 올려진 글이었습니다. 저는 그 내용의 글을 보면서 현대중공업 오종쇄 노조 위원장이 생각난다고 했습니다. 지난 4월 하순경 울산 동구청장을 새로 뽑는 선거를 치렀습니다. 그 때 오종쇄 위원장은 공개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었습니다.

 

네번째로 김태남이라는 분이 써 올린 "내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에 입문하는 이유"라는 글을 평가했습니다. 저는 보수와 진보는 따로 있지 않다는 표현이 좋았다고 했습니다. 그분은 글에서 오마이뉴스를 처음엔 탐탁지 않게 생각했으나 요즘은 꽤 괜찮은 언론으로 평가한다는 내용과 박석철 기자님에게 직접 글을 써올려 보라는 권유를 받고 써 본 내용이라고 소개 했습니다.

 

짧지만 호소력 있는 내용의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현실에 대한 박식함을 갖추고 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좋은 글 기대해도 좋을 거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태남 시민기자님은 경주에서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분이셨습니다.

 

a 모임에 오신 시민기자와 상근기자님 가족적인 분위기라 참 좋았습니다. 진지하고 흥미있었습니다.

모임에 오신 시민기자와 상근기자님 가족적인 분위기라 참 좋았습니다. 진지하고 흥미있었습니다. ⓒ 변창기

▲ 모임에 오신 시민기자와 상근기자님 가족적인 분위기라 참 좋았습니다. 진지하고 흥미있었습니다. ⓒ 변창기

합평회가 끝나고 질문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오름에 오르려면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물어 보았습니다. 본부장님은 좋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오늘도 수많은 글이 쏟아져 올라 옵니다. 좋은 기사는 4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좋은 기사는 새로워야 합니다. 좋은 기사는 남달라야 합니다. 좋은 기사는 정보성이 있어야 합니다. 좋은 기사는 재미 있어야 합니다. 열정이 넘치고 애정이 넘치는 글이어야 합니다. 세상과 소통하고 다른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켜야 하며 감동을 주어야 합니다"

 

기사글의 기본원칙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기사글은 사실이어야 하고 정확성을 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참 쉽고도 어려운 이야기 였습니다.

 

합평회가 끝나고 우리는 저녁을 푸짐하게 먹으며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각자 살아가는 이야기 하며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서울서 오신 상근기자님은 울산에서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곳이라며 그 때 생각이 나서 잠시 정신이 혼미해졌다 합니다. 그래서 길을 잃고 헤맸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우린 깔깔 거리며 웃었습니다. 4대강 문제에 대해 파헤치고 있는 최병성 목사님도 함께해서 좋았습니다.

 

"변 기자님 요즘 기사가 잘 안 올라오데요. 기사 좀 자주 올리세요."

 

잘먹고 좋은 말씀 잘 듣고 밖에서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 가려는데 뒤에서 박석철 기자님이 한마디 했습니다. 가슴이 뜨끔 했습니다. 별로 글재주 없는 저에게 기자란 칭호를 들을 수 있는 곳. 오마이뉴스. 먹고 살기 힘들지라도 오마이뉴스에 기사 글 자주 올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따뜻한 죽비소리 같이 들렸습니다. 모두 고맙고요. 서울서 오신 상근기자님들 서울 잘 올라 가셨는지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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