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 진짜 싸우는 사람들의 움직임!

여름 시작과 끝을 함께한 희망버스

등록 2011.08.30 16:03수정 2011.08.3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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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7~28일  4차 희망 버스는 서울에서 진행되었다. 여름의 시작을 1차 희망버스와 함께 했는데, 여름의 마지막도 4차 희망버스와 함께 한 것이다. 1~4차 희망버스에 참가하며 이전의 노동운동에서 볼 수 없었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진짜 싸우는 사람들', '크레인 농성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에 대한 진정성' 등을 진짜 실천하는 사람들이었다.


희망버스 길거리 노숙은 필수

a  2차 희망버스 밤을 새거나 노숙을 하고 맞이한 아침

2차 희망버스 밤을 새거나 노숙을 하고 맞이한 아침 ⓒ 배성민


다른 노동조합 집회나 노동절, 전국노동자대회의 경우 오후에 시작해서 저녁 늦게 끝이 난다. 사전에 짜놓은 집회 순서와 행진 그리고 해산, 딱 이 순서로 모든 집회가 끝난다. 그리고 집회가 끝나면 노동자들은 퇴근을 하여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며 하루를 마감한다. 기존 노동자들의 투쟁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틀에 박힌 집회는 참가자들에게 지루함을 준다.

하지만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퇴근을 하지 않는다. 저녁 집회가 끝나도 집에 가지 않고 밤을 꼬박 새어 지칠 때까지 싸운다. 1차 희망버스 때는 전국 각지 사람들이 오후 6시까지 부산에 집결해 새벽 1~2시까지 한진중공업에 진입하기 위한 실랑이를 벌였다. 무사히 한진중공업에 들어온 참가자들은 잠을 청하지 않고 85크레인 앞에서 김진숙 지도위원과 새벽 4~5시까지 문화제를 했다. 그것이 끝이 아니다. 삼삼오오 모여 한진중공업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향후 어떻게 해야 할지 토론도 한다. 그러다 길바닥에서 노숙을 하고 아침 9시가 되지 않는 시간에 일어나 마무리 일정을 소화했다.

2~3차 때도 마찬가지였다. 두 번 모두 한진중공업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경찰과 밤새도록 실랑이를 벌였다. 밤을 꼬박 새고 길거리에 노숙을 하며 뜨거운 햇살에 눈을 떠야만 했다. 참가자들은 외롭게 투쟁하는 김진숙 지도위원과 한진 노동조합 조합원들을 만나기 위해 진짜 싸우는 사람들이었다.   

"지침이 있어야지 움직이지"


a  3차 희망버스 영도 모든 통로를 막고 있는 경찰

3차 희망버스 영도 모든 통로를 막고 있는 경찰 ⓒ 배성민


4차 희망버스 때는 등산 일정이 있었다. 청와대 근처 인왕산과 안산에 올라가 "정리해고 철회하라!"라는 플래카드를 걸어 이명박 대통령이 보고 들을 수 있게 구호를 외쳤다. 그리고 깔깔깔 웃으면 참가자들의 이후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의를 보여줬다.

참가자들은 경찰의 삼엄한 경계를 피해 삼삼오오 흩어져 산에 올랐다. 예상 했던 일정 시작 시간이 오전 10시였고 경찰들이 등산 출입을 막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뜻밖에 충돌이 없어 쉽게 올라 갈 수 있었다. 미리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는데 노동조합에 활동 하는 사람들의 대화가 인상 깊어 잊을 수 없었다.


상황은 일정 시작 시간이 2시간이나 남았는데 한 사람은 약수터에 갔다가 쉬고 오자 라는 의견을 냈다. 그러자 한 노동조합 한 분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 시간도 남았는데 저기 약수터나 갔다 옵시다."
"지침이 있어야지 움직이지!"
"형님 희망버스 처음 타보죠? 촌스럽게 무슨 지침입니까."
"아니 그래도 중앙 기획단에서 무슨 얘기가 있어야 움직이지."
"희망버스는 그런 게 아니에요. 자유롭게 있다가 활동 시작할 때 모이면 돼요."

기존의 노동조합 운동에선 개인행동을 삼가고 오로지 지도부의 지침으로 사람들이 움직인다. 물론 이런 문화는 삼엄한 80년대 군사정권 분위기 속에 일사분란 하게 움직여 사람들이 다치거나 잡히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것이 현재에도 관성과 같이 남아 있다. 하지만 현재 21세기 투쟁에서는 이런 원칙을 지키는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진지함은 촌스럽다고 놀림 받게 되었다.

희망버스는 기획단이 존재하며 주어진 일정이 있다. 그러나 모든 개인의 활동 하나하나를 지침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또한 그렇게 할 수 없는 집단이기도 하다. 한 집단의 힘으로 모인 투쟁이 아니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에 뿔이 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투쟁이기 때문이다.

a  2차 희망버스. 한진중공업 근처. 차벽으로 희망버스 참가자를 막고 있다.

2차 희망버스. 한진중공업 근처. 차벽으로 희망버스 참가자를 막고 있다. ⓒ 배성민


SNS로 투쟁하고 조직한다

a  1차 희망버스 당시 한진 정문 봉쇄

1차 희망버스 당시 한진 정문 봉쇄 ⓒ 배성민


희망버스의 힘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트위터를 꼽는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외롭게 크레인에 올라 트위터로 세상과 소통하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얘기를 했다. 그 과정은 배우 김여진과 수많은 트위터리언들이 정리해고의 부당함에 함께 싸우는 계기가 되었다. 트위터가 사람들을 조직하여 한진중공업 투쟁에 참여하게 만든 것이다.

현장에서도 트위터 힘은 빛이 났다. 3차 희망버스 때 부터는 @hopebus 라는 트위터 공식 계정이 만들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트위터를 하고 있어서 희망버스 기획단에서 만든 계정이었다. 이 계정은 현장에서 유용했다.

어떤 단체에 소속되지 않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과 기획단의 긴급 정보 같은 것을 쉽게 공유 할 수 있게 되었다. 집회 판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 할 때 '어디어디로 모입니다.' 라는 트윗을 날리면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이동하였다. 그리고 연행자들 소식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면서 함께 집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근황이 참가자들 모두에게 빠르게 전달되었다. 트위터가 예전 노동조합 투쟁에서 말하는 지침과 택(tactics 전술, 전략)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재밌는 여담은, 사측에서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희망버스 현장에 거짓 정보를 흘려 참가자들을 분산 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끝임 없이 한진 희망버스가 지역경제를 파괴한다며 트윗을 날리는 계정들이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졌다. 그 중에는 트위터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제대로 모르고 끝임 없이 트윗만 날리는 계정도 있었다.

"트위터 팔로우가 0인 계정이 희망버스 욕하는 트윗을 계속 올려요. 트위터 교육 제대로 안 받았나 봐요. 트위터 할 거면 제대로 하지."

"끝까지 웃으며 함께 투쟁!"

a  3차 희망버스 때 날린 희망 등불

3차 희망버스 때 날린 희망 등불 ⓒ 배성민


4차 희망버스 마지막 정리 집회는 28일 한진중공업 서울 본사 앞에서 진행되었다. 합법적인 신고 절차를 거친 후의 집회였는데 경찰은 물대포를 쏘며 참가자들을 분산시키려 했다. 이것에 굴하지 않고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4차 희망버스 활동을 끝까지 마무리 하고 다음 5차 희망버스를 약속하며 전국으로 흩어졌다.

혹자는 희망버스 투쟁으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진 문제는 희망버스와 같은 계급투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정치인들의 몫이라는 사람도 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로 시작된 희망버스 투쟁은 절망의 시대에 희망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몸부림이다. 한국사회 시민들은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고 언제나 불안한 일자리에서 일해야 하고 경제적 문제로 결혼, 육아 등을 포기해야 한다. 이런 시대에서 우린 더 이상 정부의 정책에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시민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야 하는데, 그걸 이뤄줄 수 있는 게 희망버스다.

한진중공업 85크레인에 올라간 김진숙 지도위원의 말처럼 한국 사회의 시민들이 경제적 문제로 절망하지 않는 시기가 오는 날까지 "끝까지 웃으며 함께 투쟁" 하는 것이 희망버스이다. 이후 5차, 6차 그리고 한진 중공업 정리해고 문제가 철회가 되더라도 또 다른 사회의 폭력 속에 삶을 빼앗긴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하기 위해 희망버스는 달려 갈 것이다.

"희망버스 부릉부릉~"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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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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