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그랜저 '땜질 처방'... 정몽구 회장 때문?

현대차, 리콜 아닌 부품교환에 그쳐... 토요타 리콜사태 반면교사 삼아야

등록 2011.11.09 15:43수정 2011.11.11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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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신형 그랜저.

신형 그랜저. ⓒ 현대자동차


올해 초 현대차가 내놓은 '신형 그랜저(HG)'에서 배기가스가 차 내부로 들어오는 등 안전성 논란이 여전하다. 현대차가 뒤늦게 무상교체에 나서는 등 후속조치에 나섰지만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운전자 등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도 관련 부품만 무상교환해 주는 것은 국내 소비자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 그랜저 소비자들은 부품 무상 교체가 아닌 '리콜'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신형 그랜저의 초기 제품 완성도에 믿음이 안 간다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줄곧 강조해온 '품질경영'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그랜저 후폭풍이 향후 내수판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형그랜저, 안전성 논란 계속... 현대차 "부품 교환 후 문제 없다"

그랜저 차내 배기가스 유입 문제는 지난 8월부터 인터넷 그랜저 동호회 회원들에 의해 제기됐다. 시속 110㎞ 이상 주행 중 머플러(환기구)로 빠져 나가야 할 일산화탄소가 트렁크와 실내로 들어와 운전자와 탑승자 모두 머리가 아파오는 현상을 느꼈다는 것.

동호회 회원들은 중저속 구간보다는 고속주행이나 급가속일 경우에 더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일산화탄소는 냄새가 없어 금방 감지가 안 된다. 오랜 시간 방치해 두면 두통을 일으키고 중추신경장애를 가져와 생명을 잃게 된다는 것이 전문의 소견이다. 

현대차는 이에 따라 지난 10월 출시 차량부터 신형 그랜저의 환기장치(익스트랙터 그릴) 부품을 교환해줬다. 이미 출고된 차량에 대해서는 고객들이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면 관련 부품을 교체해준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그랜저 배기구에는 큰 문제가 없다"면서 "자체 검사결과 익스트랙터 그릴을 교환하면 배기가스 유입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조치는 리콜보다는 부품 결함을 사전에 확인하고 교체해 주는 무상점검 수준으로 보면 된다"며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최선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품을 교체하고도 같은 상황이 일어나자 현대차는 지난 4일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에 위치한 시화 서비스센터에서 4개의 주요 그랜저 동호회 운영자 8명을 대상으로 '그랜저 배기부 기능 개선' 작업 및 시연회를 열었다.

이날 참가한 그랜저 동호회 운영자에 따르면 개선조치 전과 후의 일산화탄소 배출량은 법적 허용기준치인 10ppm 이하로 측정됐다. 테스트 결과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워했지만 그래도 불안한 맘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자동차성능연구소 관계자는 "현대차가 자체 조사를 통해 조치를 취하고 있고 개선 이후에도 배기가스 유입이 동일하게 진행되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면서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연말까지 철저한 조사를 통해 리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콜' 논란... 정몽구 회장 품질경영 브레이크?

a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차 체코공장을 방문해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품질을 점검한 뒤 현지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차 체코공장을 방문해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품질을 점검한 뒤 현지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 정영창


현대차는 올 들어 리콜 조치를 한 번도 시행하지 않았다. 문제가 되는 차량에 대해서는 무상수리를 통해 해결했다. 이는 정몽구 회장이 연이어 강조해온 '품질론' 메시지 덕이다. 리콜이 늘어나고 있는 수입차와는 대조적이다. 수입차 품질이 결코 떨어져서가 아니다. 제품에 하자가 없는데 굳이 제조사의 과실을 인정하는 리콜을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가 마치 과잉충성(?) 때문이라면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현대기아차가 8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소비자들의 러브콜 덕이다. 품질 경영도 소비자들이 있어 가능하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토요타가 대규모 리콜사태로 글로벌 시장서 외면당했던 사건에 대해 곱씹을 필요가 있다"면서 "소비자의 눈과 귀를 무시한 결과가 얼마나 비참했는지 토요타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정영창 기자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 취재부장입니다. 이 기사는 오토모닝에도 동시에 게재됩니다.
#정영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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