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기싸움, 힘든 부분도 있지만..."

양성필과 함께하는 사랑방풍류음악회 눈길

등록 2011.11.20 13:44수정 2011.11.20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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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된 예술적 재능을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예술인의 사회적 책임이라면 지금부터 초라한 사랑방에서나마 실천하고자 합니다." -양성필 풍류방 초대글 중에서.

지난 19일 국악 풍류방 수오제(남구 봉덕동 501-4번지)에서는 양성필과 함께하는 풀뿌리 문화운동의 마지막 순서인 최고의 1인 종합예술 '판소리' 오영지 국악인의 공연이 있었다.


a 수오제에서 공연하고 있는 오영지 국악인 양성필과 함께하는 풀뿌리 문화운동에서 마지막 공연 순서인 오영지씨가 열심히 흥보가를 불러주고 있다.

수오제에서 공연하고 있는 오영지 국악인 양성필과 함께하는 풀뿌리 문화운동에서 마지막 공연 순서인 오영지씨가 열심히 흥보가를 불러주고 있다. ⓒ 김용한


기획과 해설은 양성필씨가 맡았고 사랑방에 초대된 몇몇의 관객들은 손님이 돼 우리의 전통 판소리를 감상했다.

이날 펼쳐진 공연은 대금연주자인 양성필씨가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음악활동 공간이자 연습공간인 수오제에서 지난 4월 30일 첫 공연 영산회상(靈山會相, 重光之曲)을 시작으로 했다. 총 6회의 공연까지 여러 장르의 연주자들과 국안인들이 무대를 꾸몄다.

가야금 김은주, 피리 김복희, 아쟁 권혜영, 거문고 김순녀, 장고 신재승 등은 우리의 소리와 우리의 문화를 전승하고자 하는 양승필 연주자의 풀뿌리 문화운동의 시작을 함께 하고 있었다.

a 해설하고 있는 양성필씨 대금연주자이자 퓨전연주가이기도 한 양성필씨가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수오제에서 우리의 전통국악을 알리는 작은 무대를 마련했다.

해설하고 있는 양성필씨 대금연주자이자 퓨전연주가이기도 한 양성필씨가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수오제에서 우리의 전통국악을 알리는 작은 무대를 마련했다. ⓒ 김용한

우리의 전통 소리와 문화를 보급하고자 하는 그의 작은 몸짓이자 시위이기도 했다. 기자가 찾아간 곳은 길가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쉽사리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 찾기에는 발길이 닿지 않는 공간이었다. 그런데도 공연이 펼쳐진 수오제에는 이미 사전 예약된 관객들의 관심이 높았다.

이날 공연은 양성필 해설, 신재승 고수(장단), 오영지의 소리꾼 공연으로 1년 농사를 마무리하는 날이었다. 판소리꾼 오영지는 서울대학교 국악학과 졸업, 21C한국음악 프로젝트 월드뮤직상을 수상한바 있고 박동실제 판소리 보존회 대구지부장, 경상북도무형문화재 34호 흥보가 전수생이다.


"좋다, 그렇지~ 잘한다"라는 추임새가 이어졌다. 관객들 코앞에서 공연을 하는 국악인 오영지씨는 자신의 공연을 보러온 관객들을 위해 2시간 넘게 걸리는 흥부가의 느낌을 살려 중요한 대목만을 골라 선보였다.

이날 공연에서는 흥부가의 판소리 부분 중 놀부 심술부리는 대목, 흥부 쫓겨나는 대목, 흥부가 놀부에게 맞는 장면, 흥부 박타는 대목까지 가장 극적이고도 재미난 부분을 추려 공연했다.


공연장은 5-6평 남짓되는 데 옛날 온돌방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드 음식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특색있었다.

오영지씨는 공연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관객들 가까이에 있으면 제 모습, 숨소리까지 들키는 기분이어서 관객과 기싸움을 하듯 공연을 펼쳐야하기 때문에 힘든 부분도 있다"고 대답하면서 "판소리는 재미없어, 지겨워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흥부가를 들으면서 우리 국악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기회와 연희자와 관객과의 거리가 좁혀질 수 있어 보람된다"고 말했다.

말미에 오영지씨는 "우리의 소리, 우리의 국악을 알리는 국악전문홀이 대구에는 없는데 이런 작은 공간(전용 국악극장)들이 많이 생겨 자주 공연을 펼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양성필 퓨전연주자이자 대금연주자인 그는 "비록 개인이 기획하고 펼친 공연이지만 이것이 풀뿌리 문화운동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며 "공간 자체가 주는 느낌(정식공연장이 아닌 공간, 작업공간이 아닌)과 해설이 따라붙는 이 공연을 통해 우리의 국악에 대해 이해가 높아지고 풀뿌리 문화운동의 확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기분 좋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공연 기획에 대해 "매년 봉사도 하고 소외계층도 찾아가서 공연도 펼치면서 향후에는 강의도 하고 장소협찬이 있으면 그곳에서도 쉽고 편하게 공연을 펼치고 싶다"는 소감을 전하면서 "돈을 벌어서 반듯한 극장을 갖고 싶었는데, 그 꿈은 언제 이뤄질지 모르지만 꼭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고 밝혔다.

a 젊은 국악인 오영지의 흥보가를 열창하고 있는 모습 수오제에서 1년 농사를 마무리하는 공연 순서에 초대된 오영지씨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젊은 국악인 오영지의 흥보가를 열창하고 있는 모습 수오제에서 1년 농사를 마무리하는 공연 순서에 초대된 오영지씨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 김용한


자녀가 국악을 배우고 있기에 이곳을 처음 방문했다는 정경선씨는 "공연을 펼치는 사람의 모습이나 소리를 가까이서 들을 수 있어 좋았고, 이런 공연을 쉽사리 접할 수 없는데 소규모 공연일지라도 이와 비슷한 공연이 자주 열려 판소리 문화를 쉽게 접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판소리 공연을 처음 접해본다는 이혜선(포스텍 산업교육과 연구교수)씨도 "직접 들어보니깐 진짜 판소리의 느낌도 살아나고 방송에서 듣는 것보다 생생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양성필 대금연주자는 주체와 객체, 무대와 객석이라는 경계를 무너뜨리기 위한 사랑방 풍류음악회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는 포부다.
#양성필 #수오제 #오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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