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민주 교장에 항의했다고 파면이라니"

[인터뷰] 박춘배 인천외국어고등학교 해직 교사...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

등록 2011.12.06 20:09수정 2011.12.0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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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박춘배 인천외고 해직교사.

박춘배 인천외고 해직교사. ⓒ 장호영

"2003년 2학기 갑작스럽게 학교장이 바뀌면서 우열반과 벌점제도가 만들어졌다. 학교장은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을 동질집단, 못하는 학생들을 이질집단이라고 지칭하며 갈라놓았다.

성적우수 학생은 별도의 도서관에서 좋은 의자에 앉아 공부를 하게 했고 나머지 학생들은 일반 교실에서 공부를 하게 했다. 평균 점수가 60점이 안 되면 진급이 안 되는 유급제도도 도입했다.

매점 밖에서 취식을 하면 벌점 10점, 학내에서 이성끼리 손을 잡으면 벌점 50점 등 벌점제도를 도입해 벌점이 높은 학생을 학교에서 쫓아냈다. 특히 흡연 단속을 한다며 불특정 다수의 학생에게 흡연 측정기를 불게 하거나 소변 측정을 하는 행위는 학생들의 큰 반발을 불렀다"

2004년 4월 25일 사립학교인 인천외국어고등학교에서 파면 징계를 받아 해직된 박춘배(45)씨는 당시 학교와 학교장의 비민주적인 학사 운영과 학생 인권 침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근 인천지역에선 인천외고 해직교사의 복직 문제가 다시 수면에 떠오르고 있다. 최근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인천외고 완전 해결을 위한 해직교사 복직대책위원회'를 꾸려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5일 박춘배 해직교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춘배 교사는 현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본부 법률지원팀장을 맡고 있다.

1993년 영일실업고(현 인천외고) 영어교사로 임명됐던 박씨는 2003년 2학기 신임 학교장의 교권 침해와 학생인권 침해, 비민주적 학사운영 등에 맞서다 이주용 교사와 함께 파면됐다. 이에 해당 교사들은 수개월 동안 농성과 투쟁을 벌였고, 학생들도 수업거부로 투쟁에 함께 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수업거부로 인천 최초로 학교휴업령이 내려져 전국적 이슈가 됐다.

박씨는 "당시 학교장은 직원회의에 행정실 직원을 데리고 들어와 캠코더로 회의 장면을 촬영해 교사들이 문제제기를 하기 어렵도록 했고, 나중에는 아예 직원회의를 조회라고 바꾸고 '조회는 행정업무를 전달하고 듣는 것이기에 직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을 중심으로 '민주적 학사 운영' 패찰을 차고 수업을 진행하고 직원회의를 거부하는 등 투쟁을 벌였다"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런 이유로 박씨 등 투쟁에 참가한 교사들에게 총 90여장의 경고장을 보냈고 결국 두 교사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이에 두 교사는 학교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단식과 삭발투쟁이 이어졌다. 교사와 학생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지지를 보냈으며 수업을 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이 학교 출입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교사들은 학교에서 쫓겨나 학교 정문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당시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도 함께 농성에 참가하고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의원들도 학교를 방문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섰으나,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해당 교사들과 당시 전교조 인천외고 분회장 등 3명이 구속되며 농성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이후 파면된 교사 2명은 기나긴 법정 싸움에 들어갔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판결을 얻어 패소했으나, '파면 무효' 소송을 제기해 서울중앙법원 2심에서 2012년 7월까지 다른 학교로 전직이나 파견교사로 길을 열어 놓는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현재까지 인천시교육청이나 인천외고 사학재단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이들은 2012년 7월까지 복직이 되지 않으면 교단에 다시 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인천지역시민사회단체들은 최근 '인천외고 완전 해결을 위한 해직교사 복직대책위원회'를 꾸려 이들의 복직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박씨는 끝으로 이렇게 말했다.

"인천외고 사건은 2004년 노무현 정부의 사립학교법 민주적 개정 작업에 큰 배경으로 작용한 사건이다. 비민주적이고 교권과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학교장에 대항해서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파면' 징계한 것은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 당시 했던 일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요즘 교단에 들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꿈을 많이 꾼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다. 하루라도 빨리 교단에 돌아가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인천외고 #박춘배 #사립학교 #인천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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