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농부의 텃밭 도전기

가뭄으로 실패한 봄농사!

등록 2012.06.26 15:15수정 2012.06.2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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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밭농사는 그야말로 물과의 전쟁이다. 작물재배에 꼭 필요한 것은 물, 햇빛, 바람이라고 한다. 햇빛과 바람은 봄철 충분히 넘쳐났다. 하지만 물은 극심한 봄가뭄으로 모듯 곳에서 어려움을 격었을 것이다. 초보농부라면 이런 어려움은 더 큰 고난으로 다가 왔다.
 
지난 4월 텃밭농사에 처음 도전했다. 부모님의 농사를 도와주며 소싯적을 보낸 후 호기 좋게 시작한 텃밭농사는 봄철 가뭄에 맥없이 무너졌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의 텃밭선생님 교육을 이수하고, 대전환경운동연합의 주산동 텃밭을 분양받아 시작한 텃밭농사의 이론과 실제는 너무나 달랐다. 유기농과 친환환경농법을 실현하기 위한 첫번째 봄농사는 결과적으로 망쳤다.


a 지난 4월 파종을 마친 상추등 입채소 4월 파종을 한 모습! 건강하게 자라주기를 바랬는데. 실제는 그렇지 못했다.

지난 4월 파종을 마친 상추등 입채소 4월 파종을 한 모습! 건강하게 자라주기를 바랬는데. 실제는 그렇지 못했다. ⓒ 대전환경연합 이경호


배운대로 여러 작물을 혼작한 후 작물이 건강하게 자라, 병충해는 없었다. 하지만 복병은 따로 있었다. 극심한 봄철 가뭄에 심어 놓은 잎채소는 물이 없어서 성장하지 못했다. 다른 밭에서는 잘 자라났지만, 내 밭에서는 너무나 더디게 자랐다. 다행히 자란 상추는 두 번의 수확을 통해 사무실 식구들과 나누어 먹을 수 있었다. 덕분에 사무실에서 밥을 함께 먹으며 어깨에 힘주며 유기농에 대한 이야기와 작물재배에 대한 일장연설을 늘어 놓았다. 다른 상추에 비해 작았고 가끔 벌레도 보였지만, 유기농 상추라서일까, 아니면 직접 재배한 상추라서일까 너무나 맛있게 먹었다.

a 매마른 땅에 자란 상추와 입채소들 다행히, 우리가족과 일부 나눠줄 수 있을 정도로 자라주었다.

매마른 땅에 자란 상추와 입채소들 다행히, 우리가족과 일부 나눠줄 수 있을 정도로 자라주었다. ⓒ 대전환경연합 이경호


반면 직파했던 시금치와 열무는 수확을 하지도 못한 채 밭을 정리했다. 너무 가물어서 발아가 늦어졌다. 농부의 마음이 이럴까. 발아가 늦어져 크지 못한 시금치 밭을 갈아엎는 것은 너무나 큰 고통이었다. 죄책감이 들 정도였다. 더 큰 문제는 하지감자는 씨감자보다 적은 감자가 수확될 판이라는 것이다. 아직 수확을 안 했지만 물을 많이 먹고 자란 감자에 비해 너무나 초라한 모습이다. 적당한 시기에 물을 공급하지 못한 초보농부의 좌절감은 커져만 간다. 가뭄이 준 상처는 초보농부에게 큰 좌절을 주었다.

a 수확한 입채소들 한끼정도는 충분히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라서, 동료들과 나눠먹고 집에서 아이와 함께 쌈을 먹을 수 있었다.

수확한 입채소들 한끼정도는 충분히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라서, 동료들과 나눠먹고 집에서 아이와 함께 쌈을 먹을 수 있었다. ⓒ 대전환경연합 이경호


하지만 이대로 좌절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처음 시작한 농사를 이대로 끝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다시 가을 농사를 준비하려고 한다. 다시 콩을 심고, 들깨를 심었다. 가을, 풍성한 수확을 기대해본다. 주변에 물을 확보할 곳을 마련했다. 장마기가 시작되는 시점에서야 물을 고민하는 초보농보의 실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었다. 가을 작물을 준비하면서 농사일지 작성도 시작했다. 앞으로도 이런 시련과 시행착오는 계속 격게 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시행착오에 대한 기록을 통해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호기 좋게 시작한 농부에게 닥친 첫 번째 시련이, 훌륭한 농부가 되는 밑거름이 되기를 꿈꾸면서.
#텃밭도전기 #봄가뭄 #텃밭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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