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째 직진중' 이젠 그만 하시죠

수능 그후를 준비하며... 수험생·부모님 모두 수고하셨어요

등록 2012.11.08 18:39수정 2012.11.0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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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 번 온 나라가 들썩이는 수학능력시험 날입니다. 이날을 위해 고생한 수험생 여러분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냅니다. 수험생 자녀를 두고 노심초사하고 계신 부모님께도 격려의 말을 올립니다.

a  수험생은 모두 초보운전자입니다.

수험생은 모두 초보운전자입니다. ⓒ 최육상


이제 막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은 운전자로 치면 초보운전자라 할 수 있겠지요. 대학을 진학하든 사회로 진출하든 초보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듭니다. 왼쪽 깜빡이를 켜야 할지 우회전을 해야 할지 모든 판단은 어렵기만 할 것입니다. 삶의 진로를 조정하는 운전대 역시 버거울 테고요.

'나 초보입니다'... 부끄러운 일 아닙니다

a  초보라서 힘들면 '나 초보다'라고 도움을 구하세요.

초보라서 힘들면 '나 초보다'라고 도움을 구하세요. ⓒ 최육상


그래요. 힘이 들면 '나 초보다'라고 알려도 좋습니다. 초보가 괜히 초보겠어요. 여러분보다 먼저 인생을 앞서 간 어른들도 그렇게 초보부터 시작해 세상살이를 하고 있답니다. 대형 사고를 내기보다는 모르면 모른다고 주위의 도움을 구하는 것도 슬기로운 일입니다.

a  수능 점수가 덜 나왔다고,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고 너무 까칠해지지는 마세요.

수능 점수가 덜 나왔다고,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고 너무 까칠해지지는 마세요. ⓒ 최육상


수능을 마친 뒤 '점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또는 '대입이라는 첫 관문에 실패했다'고 까칠해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너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는 마세요. 함께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이 당신의 까칠함 때문에 불편해지거나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운전자가 흥분하면 사고를 낼 확률은 높아진답니다.

a  수험생 여러분을 돌보느나 부모님은 매일 새벽에 일어나 따뜻한 밥을 지었을 겁니다. 부모님의 노고를 헤아려보길 바랍니다.

수험생 여러분을 돌보느나 부모님은 매일 새벽에 일어나 따뜻한 밥을 지었을 겁니다. 부모님의 노고를 헤아려보길 바랍니다. ⓒ 최육상


수험생을 '모시는' 부모님들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고 합니다. 부모님들은 수험생보다 일찍 일어나 따뜻한 밥을 챙기시느라 한시도 편한 아침을 보내지 못하셨을 겁니다. 수험생 여러분, 시험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면 한번쯤 부모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으면 좋겠습니다.

a  인생에는 직진 길만 있지 않습니다. 수능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젠 조금 쉬면서 주변을 둘러보세요.

인생에는 직진 길만 있지 않습니다. 수능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젠 조금 쉬면서 주변을 둘러보세요. ⓒ 최육상


대학 입시를 위해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겠지요. 직진 또 직진. 직진만 하다 보면 주변을 둘러보기 어렵습니다. 이제 여유를 좀 가지고 자신을 둘러보길 권합니다. 인생은 직선길로만 이뤄져 있지는 않으니까요.


a  성적도 중요하지만, 살다보면 인성과 창의력이 더욱 중요할 겁니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살다보면 인성과 창의력이 더욱 중요할 겁니다. ⓒ 최육상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성적순으로 대학의 간판이 달라지고 그 간판에 따라 삶의 질이 상당 부분 영향을 받는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 시험도 끝났겠다, 지금부터는 자신의 삶을 위해 '인성'과 '창의력'을 생각해보세요. 사회는 학교와는 또 다르답니다.

a  빨리 높이 올라가야만 좋은 건 아닐 겁니다. 조금 늦더라도 함께 어울리면서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빨리 높이 올라가야만 좋은 건 아닐 겁니다. 조금 늦더라도 함께 어울리면서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 최육상


모든 시험이 그렇지만 끝나고 나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조금 더 좋은 점수를 받아서 조금 더 원하는 대학과 사회로 빠르게 갈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이죠. 그러나 빨리, 높이 가야만 좋은 건 아닐 겁니다. 조금 늦더라도 사람들과 더불어 한 걸음 한 걸음 가는 것도 멋진 일이 될 겁니다.


귀한 분들, 똥차 가득 운수대통하시길

a  소중하지 않은 목숨은 없습니다. 수능 점수에 비관해 목숨을 끊는 일이 올해는 없기를 바랍니다.

소중하지 않은 목숨은 없습니다. 수능 점수에 비관해 목숨을 끊는 일이 올해는 없기를 바랍니다. ⓒ 최육상


어떤 목숨이든 소중하지 않은 게 있을까요. 비록 점수에 따라 수험생 여러분의 대학과 사회 진출이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여러분은 모두 다 귀한 분들이라는 겁니다. 비록 초보 운전을 하더라도 자신의 소중함을 잊으면 안 됩니다. 매년 수능이 끝나고 들려오는 자살 소식 같은 소식이 없기를 바랍니다.

여기 차 한 대가 있습니다. 아파트가 밀집된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정화조 청소 차량입니다. 흔히들 '똥차'라고 하지요. 수능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경기도 파주 시내 골목길을 걷다가 똥차와 마주쳤습니다. 순간, 옆에 같이 계신 지인을 보며 "어, 똥차 보면 아주 운수대통한다고 그랬는데요"라고 말하자 지인은 껄껄껄 웃으며 "맞아요"라고 화답했습니다.

a  정화조 차량, 일명 '똥차'입니다. 이 차를 보면 운수대통한다고 합니다.

정화조 차량, 일명 '똥차'입니다. 이 차를 보면 운수대통한다고 합니다. ⓒ 최육상


여러분이 초보 운전으로 몰기 시작하는 차가 어떤 것일지는 모릅니다. 누군가는 이 똥차를 몰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가장 원초적인 똥차에는 큰 행운이 담겨 있답니다. 삶은 그렇게 차량의 용도가 다르듯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질 겁니다.

고등학교를 벗어나는 마지막 관문, 대학 입시를 앞두고 치른 수능 시험 성적에 너무 연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여러분에게는 누구도 짐작할 수 없는 멋진 앞날이 펼쳐질 테니까요. 수험생과 부모님,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부디 똥차 가득 운수대통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수능 #수험생 #초보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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