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양보론' '신당 창당설'... "합의정신 파기" 발끈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회동 후 또 다시 충돌... 단일화 주도권 기싸움(?)

등록 2012.11.08 20:59수정 2012.11.08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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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문재인 캠프 박광온(왼쪽), 안철수 캠프 유민영 대변인이 6일 저녁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단일화 회동을 앞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캠프 박광온(왼쪽), 안철수 캠프 유민영 대변인이 6일 저녁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단일화 회동을 앞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왜곡된 정보가 언론에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것은 합의의 정신이 아니다."

8일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선대위의 유민영 대변인이 한 말이다. '안철수 양보론', '신당 창당설' 등이 언론에 보도된 것과 관련, 안철수 후보 쪽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쪽에게 단일화 합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며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안 후보와 문 후보가 지난 6일 단독 회담을 가진 후 이틀 만에 또 다시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문재인 후보 쪽은 "(단일화) 파트너로서 (안 후보 쪽을) 존중하고 있다"며 급히 수습에 나섰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11·6 단일화 합의'에서 나온 국민연대가 신당의 전 단계가 아니냐는 해석이 계속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 회동 결과와 후속 대응을 놓고 두 진영이 기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언론플레이로 국민 마음 얻어지나?" vs. "경쟁 상대이지만 연대할 파트너"

유민영 대변인은 이날 공평동 캠프 브리핑에서 "두 분 회동 당시 상황이나 합의에 관해 사실이 아닌 내용이 민주당 발로 보도되고 있다"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단독 회동 이후 '안철수 양보론', '신당 창당설' 등이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항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안 후보의 조광희 비서실장은 이날까지 사흘 연속 문재인 후보의 노영민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유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대변인은 "왜곡된 내용이 언론에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것은 합의 정신이 아니다"면서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합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민의 마음이 언론플레이로 얻어질지 의문"이라고 민주당을 꼬집은 뒤, "진정성과 신뢰, 상호존중이 모든 협력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변인은 어떤 보도가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지칭하진 않았다. 그러나 "안 후보가 양보하고 차기를 노릴 것", "단독 회동에서 안 후보가 신당 창당을 거론했다"는 등 사실이 아닌 내용이 민주당 관계자를 출처로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데 대한 불만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7일 민주당 측 관계자가 "두 후보가 신당 창당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언론에 확인해주는 등 비공개 회동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이와 관련 유 대변인은 "사실이 아닌 왜곡된 정보가 지속적으로 제공되고 있고 합의한 것 이외에 왜곡된 내용과 합쳐져서 전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안 후보가 후보등록 전 단일화를 수용한 것은 문 후보에게 양보하려는 뜻'이라는 보도를 말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 보도를) 포함해서"라고 답했다.

문재인 후보 측은 곧바로 "서로 간 오해가 있을 수 있는 일은 없어야 된다는 것이 저희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문 후보 선대위 박광온 대변인은 이날 영등포 민주당사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하고 "안 후보에 대한 문 후보의 기본적 자세는 '경쟁 상대이지만 연대하고 힘을 합칠 파트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문 후보가 소속 의원, 선대위 관계자들에게 "파트너로서 (안 후보 측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달라, 어쨌든 우리 쪽이 정당이라는 조직과 국회 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좀 더 포용하고 어른스러운 자세로 앞으로 함께 할 상대로 대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a  야권 대선주자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6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만나 후보 단일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야권 대선주자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6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만나 후보 단일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 남소연


'신당 창당론' 나오는 이유?... 문재인 "통합·합당 방식으로 선거 승리했는데"

사실 민주당 입장에서도 설익은 '신당 창당론'은 경계의 대상이다. 자칫 당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 중심의 연대론'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지닌 정치적·사회적 자산들이 존중되고, 그런 의미에서 중심성이 존중되는 연대의 과정이 불가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단일화 회동 합의로 시작된 새정치 공동선언문 작성과 이후 단일화 협상 국면에서 민주당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의지가 깔려 있는 셈이다.

문 후보 쪽에서 신당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 대해 안 후보쪽이 강한 불만을 표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두 후보가 합의한 국민연대의 틀이 어떤 형태든 "제2의 민주당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경계심이 강하다. 전통적 야권 지지층뿐 아니라 일부 새누리당 지지층까지 껴안는 새로운 중도 대통합을 그리고 있는 안 후보가 기존 민주당과 단순 결합하는 것은 오히려 확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안철수 캠프의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은 "한강 본류가 깨끗하고 수량이 많아지려면, 남한강과 북한강이 각각 더 깨끗해지고 수량이 많아져야 한다"며 "이런 차원에서 정치혁신과 정당혁신을 동반해가며 (신당 창당을 넘어선) 연합과 연대의 정치를 이뤄나가는 담대한 구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치와 정책의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정치공학적 모습이 부각될 경우 야합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양측은 일단 "신당이나 공동정부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두 후보는 "새 정치와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양쪽의 지지자들을 크게 모아내는 국민연대가 필요"(합의문 여섯째)하다고 합의했다. 이는 안 후보의 민주당 입당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의 민주당 틀을 그대로 가져가서는 양 진영의 통합이 어렵다는 안 후보의 문제 의식을 문 후보가 수용한 것이다. 신당 창당론도 이런 문제 의식에서 시작됐다.

안 후보 측이 단일화 이후 민주당에 입당하는 방식으로는 기존 정치권에 불신을 가진 안 후보 지지층의 이탈을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과 안 후보 측이 새로운 정당 아래 헤쳐모이는 방식이나 안 후보가 신당을 창당한 뒤 민주당과 통합하는 방식 등이 언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간 등 물리적인 이유 때문에 대선 이전 창당이 불가능하므로, 대선 국면에서 창당을 약속하되 대선 이후에 추진하면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a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의 '새정치 공동선언' 실무팀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인문카페 창비에서 첫 회동을 갖는 가운데 김성식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의 '새정치 공동선언' 실무팀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인문카페 창비에서 첫 회동을 갖는 가운데 김성식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 조재현


실제 8일 시작된 두 후보 간 새정치 공동선언 실무협상에서 정당개혁에 대한 청사진과 함께 국민연대의 밑그림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지지층의 이탈 없이 하나로 엮어내기 위해서 연대의 방법과 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셈이다. 여기에는 안 후보의 민주당 입당에서부터 신당 창당, 공동정부 구성 등 백가쟁명식 얘기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안철수 후보는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국민연대와 관련해 신당 창당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새정치 공동선언에 국민들이 동의하시면 그 다음에 여러 가지 (연대를 위한) 다양한 방법론에 대해 논의가 될 텐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 놨다.

특히 문재인 후보도 8일 민주당 지역위원장 회의에서 "단일화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연대라는 이름으로 새정치와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양쪽 지지자들을 모아, 서로 힘을 합치는 세력통합까지 나아가는 원칙에 합의하는 데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또 "민주당은 중요한 고비마다 통합·합당 방식으로 외연을 넓혀 선거에서 이겼다"며 "함께 힘을 모으는 연대방식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도 또 하나의 과제다, 앞으로 좀더 당내 의견을 많이 모아 당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를 취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후보단일화 #신당창당설 #문재인 #안철수 #국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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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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