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청와대 행정관의 일탈이라고?

[분석] 청와대 행정관, 채동욱 전 총장 혼외자 의심 '채군 개인정보' 불법 열람 파문

등록 2013.12.04 18:31수정 2013.12.04 19:50
86
원고료로 응원
[기사 보강 : 4일 오후 7시 50분]

"조아무개 행정관의 개인적인 일탈행위였다." (4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

여권은 '국가정보원의 댓글공작 의혹'에도, 청와대 행정관의 '채동욱 전 총장 혼외자 의심 채군의 개인정보 불법 열람 의혹'에도 '개인일탈론'을 내세웠다. 정권의 조직적 개입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한 '꼬리 자르기'로 보인다.

감찰 이틀 만에 직위해제... '꼬리자르기' 의혹

a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 관련 개인정보의 불법유출 의혹을 받는 조이제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이 3일 구청에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 관련 개인정보의 불법유출 의혹을 받는 조이제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이 3일 구청에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청와대는 4일 총무비서관실 소속의 조아무개 행정관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로 의심받는 채군의 인적사항 등 개인정보를 불법열람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를 직위해제했다. 이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에서 감찰한 결과다.

청와대의 설명에 따르면, 조 행정관은 지난 6월 11일 자신의 휴대전화로 조이제 서초구청 국장에게 채군의 인적사항 등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조 국장은 채군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열람한 뒤에 이를 조 행정관에게 전달했다. 조 국장에 따르면, 이후 조 행정관은 그에게 '고맙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도 조 행정관은 지난 2일까지만 해도 "근래에 통화한 적도 없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청와대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발뺌하다가 3일 "민정수석실에서 종합적인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이정현 홍보수석)라고 말을 바꾸었다. 같은 날 조이제 국장이 조 행정관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 등을 언론에 공개했다. 그제서야 청와대가 불법 열람 사실을 인정했다(4일). 부인으로 일관하다가 '물증'이 공개되자 떠밀려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특히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감찰 이틀 만에 조 행정관을 직위해제하는 신속한 조치를 내렸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조 행정관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어 오늘 조 행정관을 직위해제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의뢰' 여부에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도마뱀 꼬리자르기' 수순으로 들어선 기류가 감지된다.

'윗선 개입' 부인... 하지만 민정쪽 부실조사 가능성


문제는 조 행정관이 '누구의 부탁'을 받고 자신의 업무('시설분야')와 전혀 관련없는 '일'을 벌였을까 하는 점이다. 당장 조 행정관의 직속상관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윗선 개입 의혹' 선상에 올랐다. 이 총무비서관은 '정호성·안봉근' 등과 함께 '문고리 권력' 가운데 한 명이다. 야당의 한 의원도 "이재만 비서관은 김기춘 비서실장보다 세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날도 '윗선 개입 의혹'에는 철저하게 선을 그었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청와대 소속 인사가 조 행정관에게 부탁한 것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조 행정관의 개인적인 일탈행위였다"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안전행정부 소속 공무원인 김아무개씨를 끌어들였다. 김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조 행정관에게 채군의 개인정보 확인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이날 김씨의 신원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중앙 부처 공무원"이라고만 했다가 계속된 기자들의 요청에 '안전행정부 소속'이라고만 확인해 주었다.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 왜 김씨가 그런 일을 부탁했는지에는 "검찰에서 밝힐 것이다"라며 말문을 닫았다.

'윗선 개입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혹의 중심에 선 이재만 비서관을 조사해야 한다. 하지만 이정현 홍보수석은 '직속상관도 조사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밝힌 내용을 보면 다 이해하리라고 본다"라며 확인을 피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부실조사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앞서 청와대가 채동욱 전 총장을 임명하기 전부터 '혼외자 의혹'을 알고 있었지만, 인사 검증 단계에서 문제삼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런 점에서 검찰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에 큰 부담을 느낀 청와대가 '용도폐기한 카드'를 되살리기 위해 채군의 개인정보를 확인한 뒤 이를 일부 언론에 유출했을 가능성은 여전하다. 

채동욱 찍어내기와 직결... '김진태호 검찰' 제대로 수사할까?

청와대의 감찰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김씨가 왜 조 행정관에게 그런 것을 부탁했는지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김씨의 윗선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부탁의 '동기'와 '경위'가 드러나야 한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그것은 검찰수사에서 밝힐 성질의 것이다"라고 말했다. 

채군의 개인정보 불법 열람 의혹은 '채동욱 찍어내기 의혹'과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그 폭발력이 아주 크다. 검찰총장의 불명예 퇴진을 겪은 검찰로서도 명예를 회복해야 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임명을 강행한 김진태 현 검찰총장이 이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김진태 총장의 임명을 강행한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안전행정부(장관 유정복) 조 행정관에게 개인정보 조회를 부탁했다고 알려진 김씨를 상대로 긴급 감찰에 들어갔다. 안행부 관계자는 4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유 장관이 오늘 보고를 받고 바로 감찰을 지시, 현재 진행 중"이라며 "당사자는 부인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행부는 당사자를 불러 조사하는 방식 등으로 감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상북도 포항고 출신으로 안행부 내 대표적인 '영포라인'으로 알려진 김씨는 이명박 정부시절인 2012년 청와대에 파견됐고, 현재 안행부 중앙공무원교육원에 근무하고 있다.
#채동욱 #채군 개인정보 불법 열람 의혹 #이정현 #박근혜 #김진태
댓글8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2. 2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3. 3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4. 4 임종 앞둔 아버지, '앙금'만 쌓인 세 딸들의 속내 임종 앞둔 아버지, '앙금'만 쌓인 세 딸들의 속내
  5. 5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