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그가 다시 한 번 말하는 경제

[서평] 장하준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등록 2014.12.24 14:23수정 2014.12.2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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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의 꽃이라 불리는 경제학. 오늘날 한국 사회는 그 꽃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커져있는 상황이다. 정확히는, 그 꽃에 대해 제대로 알고픈 욕구가 분출하고 있다. 자신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데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인간의 보편적인 특성상, 사실 경제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오랫동안 그다지 크지 않은 편이었다. 굳이 어려워보이는 데 관심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나라는 잘 굴러가고 경제성장이라는 것도 잘 되어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IMF 이후 사회적 모순이 심화되고, 특히 2008년의 월가붕괴 이래 우리 사회까지 큰 한파가 밀려오며 많은 이들이 '생존'을 위해서 경제를 알 필요가 있다는 절박감과 경제라는 것이 곧 자신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깨달음을 가지게 되었다. 문제는 경제의 중요성을 깨달은 사람들은 많았지만, 막상 이를 공부해보고자 할 때 열려있는 문은 너무나 좁았다는 점이다. 대개의 지식들은 상아탑에 갇혀 있었으며 그 밖으로 나온 것들은 대부분 이미 그 무용성을 온 사회가 직접 체감해야 했던 철지난 신자유주의의 찌꺼기에 불과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장하준 교수는 대중에게 다가서는 쉽게 풀어쓴 사례 위주의 경제도서를 냈다. 근래의 경제학계 입장에서 보았을 때 비주류적인 관점에서 저술함으로써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 왔다. 이는 많은 대중들이 경제에 대한 이해도를 키우면서도 주류의 시각으로 가득한 경제학 도서들의 함정과 오류들에 빠지지 않도록 도왔다. 필자 역시 고등학교 재학 중에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통해 처음 그를 접했다. 그후 그의 저작물과 생각을 접하며 많은 생각의 전환과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 있었다.


a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 조우인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그런 장하준 교수가 지금까지 해 온 일들의 종합본, 혹은 결정판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기존의 출판물보다 더 체계적으로 하나의 경제학 교재와 같은 틀을 구성하고 있으며, 실제 저작의 목적 역시 책의 제목에서 비추어지듯 '경제학'에 대한 '강의'이기 때문이다. 즉 보다 체계적으로 장하준 교수의 경제학적 입장에 다가서 볼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경제학' 그 자체에 대해 풍부한 배경과 주요 키워드들을 설명하고 있기에 경제학 그 자체에 대한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본 도서의 가장 큰 장점은 그렇기에 다양성에 있다. 지난 2008년, 미국에서 파국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유, 그리고 도미노처럼 빠르게 이 위기가 세계화 되어 버린 뿌리에는 한방향으로만 질주하던 주류 경제학계가 있었다.

이미 수차례 위기의 징후들과 크고 작은 금융위기들이 있었지만, 경제학계를 대표하며 미국의 학계 및 관계를 지배하던 그들의 이데올로기는 그들에게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았다. 그들은 절대 잘못될 리 없다는 근거없는 자만심과 무지에 도취되어 있었다. 상황이 그러한데 경제학을 정식으로 공부해 본 적도 없는 일반인들의 입장에선 그들의 겉으로 보이는 자신감이 그저 믿음직 하게만 보였으리라.

그러한 환상이 모두 무너져내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경제학은 생각의 전제부터 틀까지 모두 제각각인 수많은 지금까지 '묻혀있던 경제학'들을 발굴해 내는 것이다. 그로부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필요한 잊혀진 혹은 새로운 경제학적 아이디어들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런 일들은 일반인들의 책임이 아니다.

하지만 기존에 사회를 지배하던 하나의 큰 사고체계를 뒤흔들고 변화를 모색하는 데에는 반드시 지속성과 적극성이 담보되어야만 한다. 민주 국가에서 이를 위해서는 일반 대중의 이해와 관심이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전반에는 다양한 경제적 사고방식들이 나타나고 그들의 장단점을 간략하게나마 접해볼 수 있는 기회들이 제공된다.


a  장하준 교수

장하준 교수 ⓒ 부키 출판사


경제학은 사람들이 발을 딛고 살아가는 학문이다. 그것을 이 시대의 우리들은 깨닫고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많이 어색하고 갈 길이 먼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당장 먹고 살기가 팍팍해지는 현실에서 큰 담론으로 여겨지는 분야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는 많은 사람들이게 부담스럽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그런 사람들에게, 즉 '나와 너', 대다수의 이 땅의 일반 시민들이 쉽고 부담없이 경제를 현실적으로 익히도록 도와준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경제학을 제대로 '이용'하기 위한 '가이드북'인 것이다.

모든 전자제품들에는 꼭 설명서들이 들어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제품 구매자들은 그것들을 제대로 읽지 않고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만다. 제품 이용에 아무런 애로사항이 없는 이들에게 이는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전혀 사용법을 모르거나 오작동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설명서를 제대로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것은 구매자들의 몫이다. 그것이 최소한의 노력이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평범한 시민들에게 주어진 경제 가이드북으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이 책을 집어든 사람이 조금의 관심과 노력만 기울인다면 그는 이제껏 접해보지 못한 다양한 경제학적 스펙트럼과 사고방식을 접할 수 있을 것이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좀 더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정규직 비정규직화 논란부터 시작해 일반인의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경제 정책들이 집행되고 있는 지금의 한국사회에서, 경제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은 위태로운 개개인의 미래에 대처해 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이며 앞으로의 제대로 된 경제적 판단(크고 작은 일들에서의)들로 자신들의 사회적 삶과 미래를 지키기 위한 도구다. 부디 많은 이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가이드북을 펼쳐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반양장) -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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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시민기자. 서울대 로스쿨 졸업. 다양한 이야기들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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