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이주노동자 여름 축제가 열렸어요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서

등록 2015.08.03 14:20수정 2015.08.0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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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우리 음악에 맞춰 춤을 노래 잘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무대에서 노래를 하자 신이난 외국인 노동자들이 무대 앞으로 나가 춤을 추고 있습니다.

우리 음악에 맞춰 춤을 노래 잘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무대에서 노래를 하자 신이난 외국인 노동자들이 무대 앞으로 나가 춤을 추고 있습니다. ⓒ 변창기


지난 2일(일요일) 외국인 노동자들이 울산광역시 일산해수욕장에서 모인다는 소식을 듣고 가보았습니다.


울산지역엔 등록, 미등록 합쳐서 약 2만여 명의 외국에서 온 이주민이 살고 있고 이중 7000~8000여 명이 노동자로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날 오후에 가보았는데 무대에선 공연이 한창 진행 중이었고, 옆 공터에선 배구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해변에서 100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적도 피부색도 초월한 하나의 장을 마련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2012년 11월부터 울산이주민센터 소장을 맡은 조돈희 소장은 바쁜 일정에도 저에게 자료를 주고 인터뷰도 해주셨습니다. 울산이주민센터의 역사는 지난 2008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울산에서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일하다가도 다치거나 업주에게 권리주장이라도 하면 가차없이 추방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뜻있는 노동자 인권 단체들이 모여 대책위룰 구성하고 이주노동자와 함께 추방단속반대와 권리찾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건강사회를 치과의사회의 무료 치과 치료를 시작으로 뜻을 함께하는 의사들이 속속 참여해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내과 진료와 의료상담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게 됩니다. 중소업체가 많은 달천공단을 중심으로 이주노동자의 권리찾기 캠페인과 권리찾기 교육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2009년 8월에 '울산이주민센터'가 비영리 단체로 공식 발족하고 울산시로부터 공식 허가를 받고 활동에 들어갑니다. 1대 소장으로는 김광식 전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위원장이 맡았습니다. 2대 소장으로 조돈희씨가 취임했는데요. 그는 1987년 7월 현대중공업 노조활동을 하다 해고된 활동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a 배구와 관중 선수로 뽑힌 외국인 노동자 배구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의자에 앉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배구와 관중 선수로 뽑힌 외국인 노동자 배구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의자에 앉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 변창기


'자신들이 누려야 할 권리가 차별받는 것에 방치되어 있는 것이 안타까워 한국인 이주민 모두가 어울리며 차별없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생산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이주민에 대한 전문지원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주민센터 설립 목적입니다. 그렇게 8년 정도를 이주민 활동을 하다 보니 그 취지에 공감하는 많은 개인과 단체가 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인의 화합, 인권, 평화'를 내건 이날 '2015 이주노동자 여름 축제'엔 울산이주민센터, 이주외국인지원센터, 울산거주외국인지원협회가 공동 주최를 했으며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후원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행사는 각 지역별로 모인 이주노동자 소개와 배구대회,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엔 장기자랑과 자유로이 해수욕을 즐기고 일정을 정리하는 순서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날 장기자랑에 참여한 나라도 다양했습니다. 캄보디아, 네팔, 파키스탄, 쓰리랑카, 방글라데시 등이 참석해 축제 분위기를 멋지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주민 노동자도 또 이주민도 대한민국 땅에서 살면 대한민국 국민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왜 차별 받아야 합니까? 어느 환경노동위 소속 국회의원은 지난 7월 9일 회의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최저임금제 적용제외"를 주장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는 "외국인을 쓰는건 싼 맛에 쓰는 거 아니냐"며 차별적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고 합니다. 공정하고 공평하고 차별없는 법을 만들어야 할 법을 만드는 기관 구성원이 그런 차별을 가진 마음으로 국정을 운영하면 우리같은 서민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는 얼마나 큰 차별 피해를 볼지 생각도 안하나 봅니다.

오늘 잠시 이주노동자와 함께 했지만 그들도 분명히 사람입니다. 피부색은 다르지만 맡은 일을 성실히 임하는 노동자였습니다. 이주 노동자에게도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이나 노동법이 차별없이 적용될 때까지 '울산이주민센터'의 활동을 기대해 봅니다.


a 그늘에 앉아 축제 즐기는 외국인 노동자들 천막 아래 앉아 자기네 나라 악기를 다루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보다 이주 노동자로 불려지고 있습니다.

그늘에 앉아 축제 즐기는 외국인 노동자들 천막 아래 앉아 자기네 나라 악기를 다루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보다 이주 노동자로 불려지고 있습니다. ⓒ 변창기


#울산이주민센터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이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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