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의원이 '춘천 명물' 된 현실, 안타깝다"

[4.13총선 후보 인터뷰] 춘천 출마, 정의당 강선경 예비후보

등록 2016.03.09 11:03수정 2016.03.0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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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4.13총선, 춘천 선거구에 출마하는 정의당 강선경 예비후보.

4.13총선, 춘천 선거구에 출마하는 정의당 강선경 예비후보. ⓒ 성낙선


정의당 강선경 예비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춘천 선거구에 출마한다. 정의당은 강원도 지역에서 단 두 명의 후보가 출마하는데, 그 중에서 한 명이 강 후보다. 다른 한 명은 원주 선거구에 출마하는 최석 후보다.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인 강원도에서 정의당 후보가 선거에 출마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승리를 말하는 건 더욱 더 힘들다.

강선경 후보 말대로 "점점 더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는" 강원도에서 당선은 꿈처럼 먼 얘기다. 더군다나 정의당은 선거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다. 정의당이 총선을 치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정의당이 소속 당원을 총선 후보로 내보내는 것만도 일종의 무모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영 무의미한 도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총선을 통해서 "정의당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일만으로도 결코 적지 않은 소득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번 총선은 경우에 따라서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정의당에게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 중요한 선거가 될 수도 있다.

강원도에서는 보기 드문 진보정당 여성후보

강 후보는 춘천에서 춘천여고를 나와, 강원대학교를 '수료'했다. 대학을 다니는 내내 학생운동에 참여했다가, 4년 후에는 노동현장에 뛰어들었다. 강 후보는 당시 "그때는 졸업장이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 문을 나서는 그에겐 졸업장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이후로 강 후보는 노동현장을 거쳐, 여러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다. 그러다 정치적인 활동에 발을 딛게 된 건 2003년 민주노동당에 입당하면서부터다. 2010년에 춘천시의회 비례대표로, 2014년에는 강원도의회 비례대표로 출마했다. 지금은 정의당 강원도당 위원장과 심상정 상임대표 정책특보라는 직책을 맡고 있다.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그의 어깨가 무겁다. 진보정당 후보로서 강원도에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다. 당선 결과에 기대를 걸 형편도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강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끝까지 완주할 것을 다짐했다. 현실은 어두웠지만, '정치'를 말하는 그의 표정은 밝았다.


그런데 그는 요즘 국회의원이 모두 새누리당 일색인 강원도를 보면서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일당이 지배적인 정치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상태에서 지역 정치가 더 이상 발전을 하지 못하고 정체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쩌다 춘천이 거론될 때, 사람들이 '김진태 의원' 같은 인물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현실도 안타깝다.

강 후보는 "이번 총선을 통해서 정의당이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정의당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강원도에서 보기 드문 진보정당 후보로, 이번 총선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인터뷰는 지난 4일 그의 선거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야당스럽지 못한 야당, 진짜 야당이 필요하다"

- 춘천에서 진보정당 당원으로 살아온 이력이 궁금하다.

"춘천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강원대학교를 수료했다. 대학교를 다니는 내내 학생운동을 했다. 그러다 보니 학점을 반밖에 이수하지 못했다. 그때는 졸업장이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학교를 나온 뒤에는 바로 노동 현장에 들어갔다. 노동 현장에서 해 볼 건 거의 다 해 봤다. 민주노조 일을 했고, 해고도 당해 봤다. 그러면서 해고 투쟁도 해보고... 그런데 대법원에서 해고가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는 바람에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춘천에서 여성운동을 하게 됐다. 주로 진보적인 대중 조직에서 일했다. 2003년 민주노동당에 입당했고, 이후로는 줄곧 정당 중심으로 활동했다."

- 총선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강선경 예비후보.

강선경 예비후보. ⓒ 성낙선

"정의당이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다. 국회의원 5명 있는데 사실 한 분 빼고 네 분이 비례이다. 당이 확장되느냐, 침체 되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는 게 이번 총선이다. 정의당의 정책을 알리기 위해서는 최대한 후보가 많이 출마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총선에 출마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또 하나는 현재 강원도 정치 지형이 새누리당 일색이라는 문제가 있다. 강원도 내 9개 의석을 모두 새누리당이 차지하고 있다. 강원도의 이런 정치 지형도 바꿔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야당이 야당스럽지 못한 시점에서, 진짜 야당인 진보 정당이 있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 그런 두 가지 생각을 가지고 출마를 하게 됐다."

- 당선 여부에는 별 무게를 두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솔직히 당선 여부는 별로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우선은 득표율을 높이는 게 목적이다.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두 자리 숫자만 넘어도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2012년 총선 당시 진보정당인 통합진보당의 득표율은 10%대였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다른 후보들은 주로 자신을 홍보하는 데 반해, 나는 우리 정의당을 홍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 정의당의 정책을 설명하고, 우리 당이 잘하겠다는 말을 꼭 강조한다. 어쨌든 나는 선거운동을 정책 중심으로 지속할 생각이다."

"노동법 개악 저지, 최저 임금 1만원으로 인상"

- 유권자들에게 어떤 점들을 강조하고 있나?

"정의당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 모두 실질적으로 국민들의 행복을 책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류권의 현실 정치는 내일에 대한 기약도 없고 암담하다. 국민들이 생각하기에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 10%는 희망을 느끼며 살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머지 90%는 희망을 말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정의당은 정말로 대다수 국민이 행복해 할 수 있는 정책, 국민이 내일을 기대하며 살 수 있는 정책들을 발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이 점이 다른 정당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차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유권자들을 만날 때, 특히 정의당에서 제시하는 정의로운 경제라든지, 정의로운 조세, 이런 정책들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한다. 국민들이 그런 점을 좀 더 많이 알아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당과 함께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선거 출마 선언 당시 몇 가지 정책을 발표한 게 있다.

"정당 정책으로, 누리과정 보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춘천을 여성친화도시로 만들겠다, 춘천을 친환경도시로 만들겠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실시하겠다, 레고랜드를 추진 중인 중도를 유네스크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겠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것 등을 제시했다.

그 중에 춘천이 레고랜드가 개발되면 잘 살 것처럼 얘기들을 하는데 그 허구를 폭로하는 게 내가 해야 할 일 중에 하나다. 지역이 개발돼야 지역민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논리인데, 그 말은 사실 허구에 가깝다. 얼핏 생각하기에 지역에 시설을 잘 지어놓으면, 외지 사람들이 관광을 와서 돈을 쓰고, 그 돈이 지역에 흐를 것처럼 말들을 한다. 그런데 다른 지역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 관광객들이 지역에서 돈을 쓴다고 해서 그 돈이 지역에 남는 게 아니다. 그 돈은 다시 서울로 빠져나간다.

그런 상황에서 지역 개발이 과연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확실히 장담하기 어렵다. 그리고 지금 레고랜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을 놓고 보더라도 과연 이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무조건 개발을 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다. 게다가 레고랜드 건설 현장인 중도에서 대규모 청동기 유물이 발굴됐다.

그 청동기 유물을 처리하는 데서도 상당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 유물들은 우리 게 아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줘야 하는 것들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춘천의 가장 큰 관광 자원은 레고랜드가 아니라, 이 청동기 유물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이후로도 계속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세월호 정국서부터 진성 당원 수 급증"

- 지역에서 정의당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기 어렵다.

"정의당이 생긴 지 이제 겨우 4년 됐다. 그동안 수성하기도 버거웠다. 당을 지키는 것도 힘들었다. 실제 무언가를 하겠다는 자세를 취하는 게 이번 선거가 처음인 것 같다. 지역에서 당이 해낸 성과가 별로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당원 배가에서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 우리 당에서 당원을 배가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우고 있는 게 현수막이다. 현수막 보고 당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다.

여당이 마음에 안 들고 야당도 답답하고 무능해 보이는데, 어느 날 주변을 둘러보니까 정의당에서 명쾌한 내용의 현수막을 내건 걸 보고 그게 마음에 와 닿아서 스스로 찾아오는 분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현수막 사업을 매우 공들여서 하고 있다(웃음). 정의당이 지역에서 한 일은 아직까지는 정부 정책의 옳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는 것밖에 없었던 것 같다. 실제적으로 지역을 일군다거나 하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 당원 수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

"당비를 내는 진성 당원 수가 작년 7월 당직선거가 있을 당시에 비해 현재 50%가 증가했다. 워낙 당원 수가 적기도 했지만, 꽤 큰 폭으로 증가한 셈이다. 세월호 정국서부터 답답한 대한민국의 현실에 분노하던 분들이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정의당을 찾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동안 너무 평온하게 살아온 것에 대한 미안함을 가지고, 행동은 같이 못해도 후원은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입당을 하는 사람도 있다."

a  정의당 예비후보가 만든 홍보물 일부.

정의당 예비후보가 만든 홍보물 일부. ⓒ 성낙선


"강원도만의, 강원도를 위한 정치 실종"

- 앞서 강원도 국회의원들이 새누리당 일색이라는 말을 했다.

"강원도 국회의원이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다 보니, 시민들의 목소리가 안 나온다. 시민들의 목소리, 도민들의 목소리가 다 죽어 있다. 이 목소리를 대변할 야당, 정당이 없는 게 큰 문제다. 그러다 보니, 소수가 주장하는 것에는 관심이 쏠리지 않는다. 나는 이 부분에서 언론의 영향도 크다고 본다. 소수가 내는 목소리를 많이 다뤄주지 않는다. 그저 주류 정치권의 흐름을 좇아가는 데 바쁘다. 많이 안타깝다. 그러다 보니 지역이 발전이 안 되는 거다.

국회의원들이 중앙에서 돈 많이 따오면, 무조건 일 잘하는 것처럼 말하는 게 문제다. 국회의원들이 주민들과 어떻게 호흡하고 소통할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다 중앙 정치의 힘을 빌려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한다. 그걸로 지역이 개발된다고 믿게끔 하고 있다. 그러니까 강원도의 특성을 살린, 강원도를 위한 정치 자체가 점점 실종이 되는 거다. 강원도 정치 지형이 이렇게 굳어질까 두렵다. 설악산 케이블카 문제를 봐도 그렇다.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강원도에 적합한 정치를 하려는 노력이나 연구가 없다.

그러면서 다수의 의식 있는 시민들이 쉽게 패배주의, 정치 혐오주의에 물들고 있다. 유권자들은 정치를 하는 놈들은 다 똑같다는 말들은 한다. 그런데 우리 정의당에게는 아직 기회를 한 번도 주지 않았다. 가진 게 있는 사람들은 그걸 지키려고 더 애쓴다. 그러면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은 목소리라도 더 크게 내서 이 상황을 바꿀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그것 자체가 잘 안 되고 있다. 정의당에도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강원도가 워낙 보수적이라 회의적이긴 하지만, 여당과 야당이 서로 견제를 하면서 공존할 수 있는 구도가 되어야 한다. 강원도에서 진보정당이 국회에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 얼마 전 강원도 시민단체들이 낙천 대상 명단을 발표했다.

"낙천 명단에 포함된 사람들이 한 말들을 보면, 국회의원으로서 자질이 의심 된다. 창피한 일이다. 감히 수준이 안 되는 분들이 그런 중요한 자리를 맡아서. 정치인으로서 책임 있고 격식이 있는 정치를 하면 좋겠다. 너무 품위가 없다. 춘천의 명물이 닭갈비가 아니라 김진태 의원이 돼가고 있는 이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 진보 정당이 더 잘해야겠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요즘 정치를 믿지 못하는 국민들이 많다. 나는 그게 이해가 된다. 그런데 정치만큼 우리 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것도 없다.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행복을 생각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거기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국민들을 위한다는 말이 선거 때만 나와서는 안 된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을 무서워할 수 있어야 하고, 소명 의식을 갖고 정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의당은 잘 할 수 있다. 정의당이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강선경 #정의당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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