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어른은 '여자 청소년'을 돈으로 사지 않는다

[별별인권이야기⑧] 성매매 피해청소년, 어른인 우리가, 우리가 만든 사회가 책임져야

등록 2016.05.10 12:21수정 2016.05.1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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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0대 소녀들의 원조교제 등 성매매 문제를 다룬 영화 <사마리아>

10대 소녀들의 원조교제 등 성매매 문제를 다룬 영화 <사마리아> ⓒ 김기덕필름


대구여성회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는 13세에서 19세까지, 위기 상황에 처한 여자청소년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청소년기의 위기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겠지만 필자가 지원하는 내담자 대부분은 가출 이후 심리적, 경제적으로 어른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 처해있는 경우가 많다.

여자청소년이 가출을 하게 되면 대개는 성매매 피해를 입는다. 청소년 시기 모든 행동이 그러하듯, 청소년의 가출은 용의주도하지 못하고 즉흥적이기 때문에 당장 잘 곳도 먹을 것을 살 돈도 없는 상황에 놓인다. 청소년 신분이라 안정적인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한 달 뒤에 받는 월급이 아니라 당장 돈이 필요하다. 친구 집을 전전하는 것은 당연히 눈치가 보이고 가출팸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처음에는 반기는 분위기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 그러니 쉽게 성매매 상황에 노출된다. 운이 나쁘면 가출팸 내에서 소위 성매매로 '돌려지는' 상황에 놓인다. 여자청소년의 지위란 그 세계에서도 가장 바닥에 위치한다.

'성매매 피해 청소년'에 동의 못하는 사람들

그런데 성매매 '피해' 청소년이라고 이야기를 하면 그게 왜 피해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인권 의식을 나름 탑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필자의 지인도 "걔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하는 거 아닌가? 미성년자긴 하지만 어쨌건 나쁜 짓이라는 걸 알면서 하는데 피해자로 지원한다고?"라며 성매매에 상황에 놓인 청소년을 비난한다.

청소년들은 어디에서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할까? 청소년이 성매매로 유입되는 경로를 살펴보면 우선 '보도'라고 불리는 노래방 도우미나 토크 카페, 키스방 등의 업소로 유입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청소년이 업소를 직접 찾아가는 경우는 드물다. 어딘지도 모를 뿐더러 배짱 좋게 성매매 업소를 당당히 찾아갈 청소년이 어디 있겠는가. 대부분 친구 혹은 아는 언니와 함께 아르바이트 광고를 보고 찾아간다.

말동무만 하면 된다든가 노래만 불러 주면 된다고 해서 시작하는데 현장에서 몸을 만지는 '터치'가 없거나 '2차'를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성매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남자어른들이 말동무로 왜 어린 여자애들을 찾겠느냐, 너의 몸과 마음을 1~2시간 동안 돈 주고 사는 거라고 설명을 해주어도, 끝까지 성관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매매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청소년도 있다. 업소주인이나 보도실장, 구매남성 모두도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이 경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업주가 명확히 드러나 보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청소년이 찾아 갔으나 미성년자를 고용한 업주의 잘못이며, 따라서 유인된 청소년을 '피해'청소년이라고 인정한다. 

가장 많은 경우는 PC나 스마트폰의 채팅 어플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조건만남"이라는 성매매 유형이다. 랜덤 채팅이나 채팅이라는 단어로 검색하는 순간 수십 개의 사이트와 어플들이 바로 뜬다. 들어가 보거나 설치하는 데는 수초도 채 걸리지 않는다. 대부분 채팅 어플들이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이름, 성별, 나이, 지역 등을 설정하는 데 아무 제한이 없다. "조건만남을 하겠어요, 나는 몸을 팔겠으니 돈을 주세요"라고 말하기 전에 '여자, 19세'로 설정하고 대화방에 입장하는 순간 수십 개의 대화창이 뜬다. 모두 남성들이 보내온 쪽지로 'ㅈㄱ 가능?' 혹은 '지금 바로 만나' 등의 노골적인 내용이 가득하다.


이 구조를 보고 '자발적으로' 성매수남을 찾아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다고 말을 할 수 있는가. 돈이 필요하고 잘 곳이 필요한, 즉 도움이 필요한 말 그대로 미성숙한 여자청소년의 몸을 돈으로 갈취하는 것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가끔 내담자에게 그 일을 하면서 맞거나 돈을 못 받거나 하는 일은 없었냐고 물어 보면 내담자는 "저는 착한 사람만 만났어요"라고 대답한다. 착한 어른은 돈을 주고 미성년자의 몸을 사지 않는다는 말을 하면 그제야 "아~" 한다.

구걸하는 거지에게도 그냥 돈을 준다. 거지에게 돈을 주면서 '재주나 넘어보라' 말하지 않는다. 미성년자에게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건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도움을 필요로 하면 도와줘야지 그것을 이용해서 자신의 욕정을 채우려고 해서야 어디 어른이라 하겠는가.


이렇게 설명해도 '어쨌거나 나쁜 일이고 잘못하는 것이다'라는 이야기는 끝까지 나온다. 미성년자의 성매매를 나쁜 일로 보는 것은 판사나 검사, 경찰 같은 법 집행관들이 더 하다. 경찰은 이름하여 기회제공형수사라고 해서 성매수남을 가장하여 채팅 어플에 접속한 뒤 성매매청소년을 적발하고 조사하여 성매수남의 신원을 확보하려 한다. 이때 경찰은 단속된 성매매피해청소년이 성인 남성을 '꼬신다'라고 말을 한다. 청소년이 범죄로 재판을 받는 경우, 죄의 경중에 따라 교육을 듣거나 보호관찰관의 감독을 받거나 소년원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 소위 '빨간줄'이 그이지 않는다 뿐이지 범죄에 대한 대가는 치르게 한다.

그런데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청소년에게도 절도나 폭력의 범죄를 저지른 것과 같은 형태의 판결을 내린다. 성매매특별법에 미성년자는 피해자로 보고 처벌을 내리지 않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사나 검사는 처벌이 아니라 비행청소년을 국가가 보호하기 위한 '처분'이라고 말한다.

내담자를 지원하기 위해 경찰조사나 법원재판 동행지원을 나가게 되면 경찰과 검사와 판사의 경멸어린 눈길을 마주한다.(모든 경찰, 검사, 판사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어른으로서, 아니 같은 사람으로서 가출하고 싶어 하는 아이가 어디 있으며 성매매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하는 기본적인 측은지심이 성매매피해청소년에게 발현되길 바라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세찬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태양이다.

흡연과 비슷한 청소년 성매매 문제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 성매매문제는 청소년 흡연 문제와 같다고 생각한다. 청소년 흡연율도 청소년 성매매피해만큼이나 굉장히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담배는 국가가 만들고 판매한다. 청소년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면서 어른들은 핀다. 가게에서는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한다. 청소년이 담배를 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나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러면서 청소년이 담배를 피우는 것은 비행이라고 손가락질한다.

하물며 성매매는 불법이며 더군다나 담배 같은 물건이 아니고 사람이다. 그런데도 여자 청소년을 사는 것은 담배를 사는 것처럼 너무나 쉽다. 국가와 어른이 방관하고 있고, 언제 어디서나 열려 있다. 비단 성매매가 아니더라도 여자 청소년의 성은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TV만 틀면 여자아이돌들이 수준 높은 섹시 댄스를 섹시하게 춘다. '군통령'이라는 이름으로 남성들에게 소비된다. 그냥 우리 사회가 하나의 포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청소년이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면 성매매 '피해'청소년에게도 그것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들이 책임질 일이 아니고 어른인 우리가, 우리가 만든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김예민 시민기자는 대구여성회 위기청소년교육센터에서 일하고 있으며, 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의 인권필진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별별인권이야기'는 일상생활 속 인권이야기로 소통하고 연대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인권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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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와 함께 차별없는 인권공동체 실현을 위하여 '별별 인권이야기'를 전하는 시민기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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