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 찾은 싱가포르 청년 "저랑 동갑이었어요"

한국 여행 일정 바꿔 세월호 추모 "편히 쉬어, 내가 잘할게"

등록 2017.03.30 22:18수정 2017.03.30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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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팽목항을 찾은 싱가포르인 카밀리아씨 동갑내기 학생들이 참사를 당한 것에 큰 충격을 받은 싱가포르인 카밀리아씨가 진도 팽목항을 찾아 추모를 하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팽목항을 찾은 싱가포르인 카밀리아씨 동갑내기 학생들이 참사를 당한 것에 큰 충격을 받은 싱가포르인 카밀리아씨가 진도 팽목항을 찾아 추모를 하고 있다. ⓒ 신지수


"저랑 동갑이었어요. 학생들이."

싱가포르 사람 카밀리아씨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

30일 오후 2시 55분경 전라남도 진도 팽목항 빨간등대 근처. 한 외국인이 심각한 얼굴을 한 채 걷고 있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싱가포르에서 온 카밀리아씨(21)였다. 1시경 팽목항에 도착한 그녀는 약 2시간을 현장에 머물며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었다.

카밀리아씨는 3년 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사실을 뉴스로 접했다. 그는 자신과 동년배인 학생들이 참사를 당한 것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3년 전부터 한국에 방문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며 "이곳에 와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큰 짐까지 들고 팽목으로... "편히 쉬어라"

a 팽목항 추모글귀를 바라보고 있는 싱가포르인 카밀리아씨 싱가포르인 카밀리아씨가 팽목항 등대 인근에 추모객들이 써두고 간 글귀를 바라보고 있다.

팽목항 추모글귀를 바라보고 있는 싱가포르인 카밀리아씨 싱가포르인 카밀리아씨가 팽목항 등대 인근에 추모객들이 써두고 간 글귀를 바라보고 있다. ⓒ 신지수


친구 한 명과 한국여행을 온 그는 부산-제주도-서울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강하게 밀어붙여 목포행을 계획에 추가했다. 그렇게 제주도에서 배를 타고 목포로 온 그는 "학생들이 가려 했던 제주도에서 이곳을 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큰 짐 가방 때문에 이곳까지(팽목항) 오는 게 힘들었지만 그래도 와야 했다"고 밝혔다.

카밀리아씨는 그저 한국에 온 김에 이곳을 들른 게 아니었다. 그는 세월호 관련 최근 소식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세월호가 물 밖으로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일, 얼마 전 돼지 뼈를 미수습자 유골로 추정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일도 다 알고 있었다.


돼지 뼈 소동에 대해 그녀는 "아쉽다"면서도 "(수습이) 쉽지 않은 거 아니까 그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심정을 전했다.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에 대해서도 그녀는 "드디어 왔구나. 끝을 본다는 느낌"이라고 읊조렸다.

이제 곧 서울로 떠나야 한다는 카밀리아씨는 제법 유창한 한국어로 동갑내기인 세월호 미수습자 학생들에게 "편히 쉬어라. 내가 잘할게"라는 말을 남겼다.
#진도 #팽목항 #추모 #세월호 #싱가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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