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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514 아울렛 매장 어린이 손님들을 사로 잡은 인형극 공연 ⓒ 송하성
"아이, 아쉽다. 꼬마를 데리고 가서 배도 만지고 엉덩이도 만질 수 있었는데 그냥 가버렸네~"
예쁜 강아지를 볼 수 있게 해줄 테니 집에 가자고 한 아저씨가 실은 성추행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어린이 관객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곧이어 경찰 아저씨가 나타나서 나쁜 아저씨의 행방을 묻자 어린이 관객들은 한 목소리로 왼쪽이라고 소리쳤다.
지난 14일 김포에 있는 한 대형 아울렛 매장이 떠들썩하다. 때아닌 인형극단의 공연에 쇼핑을 하던 가족들이 발길을 멈추고 자리를 잡았다.
이날 1시간여 진행된 공연에서 어린이들을 울고 웃긴 것은 다름 아닌 10명의 결혼이주여성들로 구성된 김포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인형극 동아리이다. 두 달 전 김포나비인형극단과 연계해 인형극 도전에 나섰다.
이들은 대형 아울렛 매장의 초대를 받아 13일부터 이틀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예방 인형극 '엄마, 무서워'를 공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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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514 인형극 공연에 집중하는 이주여성 단원들 ⓒ 송하성
어려움 겪은 사람이 잘한다
이주여성들이 인형극을 연습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두 달 전. 인형극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던 다문화가족들이 60일 만에 전문가에 육박하는 공연을 펼쳤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두 달 연습했는데 2년 인형극을 한 사람들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어제는 바람이 굉장히 많이 불었는데 전혀 흔들림 없이 공연을 잘했어요. 첫 공연을 보고 눈물이 났죠. 다문화가족들이 이런 공연을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 저의 예상이 맞았어요."
강정숙 김포나비인형극단 단장은 인형극 교육과 공연을 함께 진행한다. 10년 경험을 통해 삶에서 다양한 문제를 경험하고 이를 잘 극복하는 사람들이 인형극도 잘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다 다문화가족들이 생각났고 두어 달 전에 김포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전화를 걸어 인형극 교육에 들어갔다.
"인형극은 인형 하나를 2명이나 3명의 사람이 조종하기 때문에 단원들 간 협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주여성들은 너무나 협력이 잘 돼요. 또 열정과 열의가 넘칩니다. 짧은 기간 훈련에도 손색없는 공연을 펼친 비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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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514 인형극을 홍보하기 위해 아울렛 매장을 돌고 있는 단원들 ⓒ 송하성
넘치는 끼와 열정, 열의
인형극은 시나리오가 만들어지면 인형 제작부터 목소리 녹음, 소품과 무대 준비, 실제 공연 등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친다.
이주여성들은 두 달 동안 연습과 준비 과정을 거치면서 잠시도 쉬지 않았다. 하루 5시간 이상 연습한 것은 물론 쉬는 시간에도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계속 연습했다. 인형극 공연도 일종의 연기이기 때문에 소홀한 부분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인형극을 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요. 공연을 본 어린이들의 반응도 저희를 신나게 해요. '재미있고 멋있다'는 가족들의 반응도 기쁘구요."
중국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장효려 씨는 인형극의 재미에 푹 빠졌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야 하는 번거로움도 마다하지 않고 두 달간 연습에 매진했다. 내용이 어린이들에게 유익하다는 것도 동기부여를 한다.
"우리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인형극으로 미리 예방하는 교육을 하는 거니까 너무 좋아요. 아이들한테 꼭 필요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저를 뿌듯하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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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514 인형극 상영에 앞서 단체사진을 찍은 김포나비인형극단 ⓒ 송하성
바쁜 스케줄, 모국 공연 추진
이주여성들의 인형극 공연에 대해 아울렛 매장 측도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완벽한 공연을 펼치는 것에 놀랐고 또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크고 대단하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가을 시즌에 다시 초청하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김포나비인형극단은 27일에 서울의 대형교회에서 인형극 공연을 한다. 6~7월에는 김포와 파주의 8개 학교에서 공연을 진행한다. 전국 인형극축제에도 참여해서 실력을 겨룰 예정이다. 이주여성들은 인형극만으로 갑작스럽게 바쁜 사람들이 됐다.
앞으로는 성폭력 예방 인형극 외에도 보건위생, 학교폭력, 김포 역사를 주제로 한 인형극 등을 준비할 계획이다.
"최근 외부에서 온 인형극 전문가가 공연을 보고 실력을 인정하더군요. 끼가 넘치는 이주여성들이 인형극을 살리고 있다고요. 앞으로 중국과 베트남 등 이주여성들의 고향에 가서 인형극을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시집간 한국에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자기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예요. 모국에서도 최선을 다해 연기를 펼치는 이주여성들, 정말 자랑스럽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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