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 판결 받은 그들은 왜 웃지 못할까

노숙농성 시작한 하이디스노조...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단 노동자 염원 이뤄지길

등록 2017.07.12 10:13수정 2017.07.1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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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원지방법원은 하이디스 해고 노동자 58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소송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하이디스 노동자들은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의원들도 하이디스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고 부탁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민주노총 하이디스지회 조합원인 김정곤씨와 손잡고 운영위원이자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인 이남신씨의 글을 연속으로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a  지난 2015년 6월 하이디스 공장 앞, 몸조끼의 행렬

지난 2015년 6월 하이디스 공장 앞, 몸조끼의 행렬 ⓒ 하이디스지회


지난 6월 16일 수원지방법원 재판부는 하이디스 해고노동자들이 사측에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사건에서 부당해고라고 판결하였다. 재판부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다고 단정될 수 없고, 사측이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노조와의 합의 또는 성실한 협의를 하지 않아 정리해고의 요건을 대부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부당해고임을 분명히 했다. 사법부의 판결은 오랜 기간 장기투쟁을 이어온 하이디스 노동자들의 입장과 요구가 정당한 만큼 사회적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노동현안임을 재삼 확인한 것에 다름 아니다.

촛불시민혁명에 힘입어 노동개혁을 공약한 새 정부가 들어섰다. 비정상과 몰상식으로 심각한 혼란과 침체로 빠져들던 한국사회에 희망의 전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자본측으로 심각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바람직한 변화도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악질자본의 탄압으로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장기노숙투쟁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노동자들은 아직  정권교체가 실감나지 않는다. 문제해결은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자본의 우악스런 대응은 바뀐 것이 없다.

하이디스 노동자들은 커다란 희생을 치르면서 여기까지 왔다. 특허기술만 간교하게 빼내가면서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몬 투기자본의 '먹튀' 행각에 맞서 싸우기 위해 두 차례 대만원정투쟁에 앞장서서 함께 했던 배재형 전 지회장이 사측의 정리해고와 손배가압류 압박에 스스로 자결하는 통렬한 아픔도 겪었다.

이후에도 한 푼의 투쟁자금이 아쉬운 처지이지만 도망간 악질자본의 책임을 묻기 위해 하이디스 조합원들은 수차례 대만원정투쟁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사측은 대만에서 신발던지기 퍼포먼스를 했다고 모욕 혐의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고, 그 당시 원정투쟁에 참가하지도 않은 이상목 지회장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겪었다.

이상목 지회장에 대한 소송은 기각됐지만, 2명의 조합원은 형사처벌을 받은 후 손해배상소송 2심을 진행중이다. 정작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할 피해당사자는 부당하게 해고돼 가족의 근심 속에 투쟁을 감내해온 노동자들임에도 사측이 손배가압류를 청구했으니 이런 적반하장이 어디 있는가. 적폐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아무 잘못 없는 노동자, 왜 피해자로 고통받아야 하나

국제경쟁력이 탄탄한, 멀쩡한 공장을 일거에 절단 낸 하이디스 경영진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사법부가 부당해고를 인정한 만큼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고 일체의 노조 탄압을 중단하고 현장으로 해고노동자들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사합의해야 마땅하다. 사필귀정이라 했거늘 왜 이 땅의 노동자들은 아무 잘못도 없이 매번 피해자로 고통받아야 하는가. 일벌백계로 처벌받아야 할 악질자본은 이윤 극대화에만 혈안이 돼 지금 이 순간도 힘없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생존권을 송두리째 위협하고 있는 현실이 각박하다.


부당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공장폐업이 얼마나 참담한 비극을 불러오는지 이명박근혜 정부 10여년 동안 신물이 나도록 경험했다. 이제 공멸이 아닌 상생의 공동체를 원한다면 반전이 절실한 때다, 언제까지 노동자들이 헌법과 노동관계법에서 정한 권리를 박탈당한 채 사용주의 불법부당한 탄압과 노조 말살 계략의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가. 정리해고 요건 강화와 비정규 문제 개선을 통한 합리적 노사관계 정립이란 희망 섞인 공약을 내놓은 문재인 대통령이 절절한 현장노동자들의 피맺힌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가장 아픈 곳이 몸의 중심이라고 했다. 명색이 선진국 그룹인 OECD 가입국인 한국 사회에서 길거리 노숙을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노동자들의 존재는 가장 아픈 환부다.

노동 존중 사회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최소한 생존의 벼랑 끝에 선 노동자들이 삶을 향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사회가 돼야 한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장기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이 그 약속 이행의 중요한 시금석이 되고 있다. 하이디스 부당해고 판결이 갖는 의미가 각별한 이유다.


지금 하이디스 노동자들은 불볕더위를 무릅쓰고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노숙농성을 전개하고 있다. 촛불이 뜨겁게 타올랐던 광화문 광장에서 오랫동안 손배가압류 철폐 대시민 서명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법원이 부당해고를 판결한 하이디스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이 결실을 맺을 수 있어야 일터에 평화가 온다. 결국 사람이 중심이다. 현장으로 돌아가 소박한 노동의 일상을 되찾고 싶은 하이디스 노동자들의 소박한 염원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소망한다. 하이디스를 비롯한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얼굴에 핀 환한 웃음꽃이 희망의 증거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손잡고 운영위원이자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입니다.
#하이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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