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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축제마다 시민혈세 날린 공주시... 책임지는 이는 없다

[천막 소식 146일-147일차] 또 부서진 천막… 그러나 농성은 계속된다

등록 2024.09.24 10:10수정 2024.09.2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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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천막이 큰 비를 버티지 못하고 떠올랐다. 인근 수풀에서 발견되었다.

천막이 큰 비를 버티지 못하고 떠올랐다. 인근 수풀에서 발견되었다. ⓒ 임도훈


"농성장은 괜찮아요?"

지난 21일, 새벽 2시에 울린 문자였다.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에 일단 재난안전본부를 설치하고 상황을 지켜보다 텐트와 집기들을 걷어들였다. 예상외로 많은 비가 내렸고, 대청호를 방류한 것도 아닌데 수위는 무섭게 불어났다. 그라운드 골프장도 곧 잠길 기세였다. 설마 천막까지 차오르겠냐 했지만 결국 천막도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 버렸다.

지난번처럼 가까운 수풀에서 발견될 수 있기를 바라며 그저 불어나는 강물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았다. 그라운드 골프장에 놀러 오신 어르신들이 하루 만에 날이 이렇게 춥냐며 오리털파카를 입고 강물을 바라본다. 대청호 방류도 하지 않았는데 그라운드 골프장을 넘어들 듯 불어나는 물의 기세가 무서울 정도였다.

자리를 그라운드 골프장 위쪽으로 옮겨 물의 추이를 지켜보았다.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건 이제 폭염도 폭우도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강도로 이어진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보를 활용해, 물을 통제하겠다는 환경부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예측할 수 없는 비… 3년간 축제 때마다 시민혈세 날린 공주시

a  폭우에 부서진 배다리

폭우에 부서진 배다리 ⓒ 보철거시민행동


지난 21일,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은 백제문화제가 준비되고 있는 금강 현장을 모니터링 했다. 얼마 전 백제문화이음길 사업으로 추진되던 데크길 현재 상황도 살펴보았다. 현장은 큰 비로 부서진 돛배와 시설물로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데크길은 잠수를 해야 지날 수 있는 것인지, 역시나 큰 비에 가라앉아 있었다. 하물며 공주보 수문을 닫아 담수하면 데크는 그냥 잠겨버리게 될 것이 눈에 훤했다.

그동안 공주시는 4억 1000만 원을 투입해 공산성과 미르섬을 잇는 배다리, 황포돛배 430척과 유등 130점 등을 설치해 왔다. 미르섬 일대 꽃단지와 조명설치 등으로 책정된 예산도 5억 원이다. 2023년도 상황은 비슷했다. 백제 웅진천도를 기념한다며 475척의 황포돛배 등을 설치했지만 강우로 인해 대부분 유실됐다. 심지어 작년은 공주보 수문을 닫아 피해를 더 키우기도 했다.


a  폭우에 모두 잠겨버린 백제문화이음길

폭우에 모두 잠겨버린 백제문화이음길 ⓒ 보철거시민행동


공주시는 국가명승으로 지정된 고마나루를 매번 공주보 담수로 뻘로 만들더니 3년째 시민혈세를 강물에 퍼붓고 있다. 과거 금강 보 운영 민관협의체에서 담수하지 않고 금강의 기존 모래톱과 형세를 활용해 연출할 것을 수없이 제안했지만 듣지 않던 공주시였다. 환경부는 매년 공주시의 요구를 들어주고 수문을 담수해 왔다. 이제 이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공주시와 환경부는 대답해야 할 것이다.

이 많은 피해를 책임지지 않는 이들... 결국 시민혈세만 낭비


a  공주보 담수로 뻘이 되어버린 고마나루. 뻘을 걷어내며 물떼새들이 알 낳을 자리를 만들어주고 있는 시민들.

공주보 담수로 뻘이 되어버린 고마나루. 뻘을 걷어내며 물떼새들이 알 낳을 자리를 만들어주고 있는 시민들. ⓒ 임도훈


지난 2019년부터 참여해 온 금강 보 민관협의체에서 공주시가 담수를 요구하는 모습을 매번 목격해왔다. 백제문화제가 개최될 때마다 '다음에는 열고 하겠다', '열고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이야기를 5년 내내 반복적으로 해왔다.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이던 정진석 전 의원은 민관협의체 협의도 전에 공주보를 담수할 것이라는 메세지를 본인의 SNS에 올리기도 했다.

그 결과 국가명승지 고마나루는 처참하게 망가졌고, 물떼새들은 서식지를 잃었다. 그 뿐인가. 물을 채워 띄우려고 설치한 돛배와 유등이 큰 비로 강에 처박히면서 날아간 예산은 도대체 얼마인가. 공주시도, 당시 국회의원도 이런 상황에 일언반구도 하지 않으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미 두 해나 이런 피해를 입은 공주시가 상식이 있다면 올해는 다른 방법을 선택했어야 하지만, 관성적으로 축제를 준비했고 또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들을 이야기는 들어야 하지 않은가. 도대체 행정은 누구를 기준에 두고 일하는가. 이번 일을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라고 말하며 책임을 외면한다면 결국 시민들의 질타와 책망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a  강바람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는 강을 사랑하는 세종시민들의 모습

강바람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는 강을 사랑하는 세종시민들의 모습 ⓒ 임도훈


"저기 천막 보인다!"

강물이 한 차례 달려나간 뒤, 원래 천막농성장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천막이 발견되었다. 다 부서져 수풀 사이에 덩그러니 누워있다. 천막이 없어도 우리의 농성은 계속되고 있다. 텐트 하나를 펼치고 있으면 강을 사랑하는 동지들이 테이블과 의자를 들고 와 그 옆에 함께 있어준다.

천막은 당장 떠내려갔지만 우리에겐 천막이 또 있다. 발걸음 해주는 동지들의 걱정과 웃음, 정성스런 손길이 다 하나의 천막이다. 우리 곁에는 무수한 천막이 쳐져 있다. 그 천막은 환경부도, 세종시도 걷어낼 수 없는 강을 사랑하는 마음의 천막들이다.

우리는 또 천막을 치고 이 투쟁을 이어갈 것이다. 금강이 흐르는 이 곳에서.
#금강 #공주보 #세종보 #백제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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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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