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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이격거리 어쩌나…'철폐' 주장에 '대안 필요' 목소리도

"기후위기 대응에 걸림돌" vs "농민 피해 입고 외부 자본만 이익"

등록 2024.09.24 18:03수정 2024.09.2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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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기후솔루션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통상자원부가 기후위기 해결을 저해하는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방관하고 있다”며 국민 15명과 함께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기후솔루션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통상자원부가 기후위기 해결을 저해하는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방관하고 있다”며 국민 15명과 함께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 기후솔루션


기후위기 시대, 재생에너지 확대가 강조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특히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와 관련해서는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일부 농촌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한 농민들의 반발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기후 관련 단체는 "정부가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방관해 국민의 환경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국내 기후 싱크탱크인 기후솔루션은 2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기후위기 해결을 저해하는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방관하고 있다"며 국민 15명과 함께 산업부가 입법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기후솔루션은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란 태양광 발전시설을 도로·주거지 등으로부터 최소 100m 이상 떨어진 곳에 설치할 수 있도록 설정한 규제로, 주민 보호를 위해 2015년부터 시행됐다. 기초지자체는 조례를 통해 이 같은 제한을 둘 수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1월 기준, 전체 228개 기초지자체 중 129개가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격거리 규제로 태양광 산업 발전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이격거리가 지자체별로 달라 사업자와 주민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고, 이격거리도 객관적 근거 없이 설정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산업부도 지난해 1월 도로 이격거리를 없애고, 주택가 이격거리는 100m 이내로 하라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이 강제성이 없어 따르지 않는 지자체가 대다수다. 조은별 기수솔루션 재생에너지 인허가 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산업부는 2017년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지만 7년이 지나도록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부는 여전히 실효성 없는 가이드라인 정책만 유지하고 있고, 화석연료 발전소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은 이날 "정부는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데 있어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이제는 철폐해야 한다"라며 "헌법재판소는 정부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의 환경권을 침해하는 정부의 입법 부작위가 위헌임을 확인하라"고 촉구했다.

올해 이소영·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입지에 대한 이격거리 설정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신재생에너지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하기도 했다.
a  태양광 발전 시설

태양광 발전 시설 ⓒ pixabay


일각선 "'농민 피해' 우려…주민 공감대 형성해야"


하지만 이격거리 규제를 폐지하는 것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별도의 대안 없이 이격거리 규제를 없앨 경우, 농지 임대료 상승·농촌 경관 파괴 등으로 농촌 주민들이 피해를 입으면서, 태양광 발전 사업자와 같은 외부 자본만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다수 의원들이 태양광 이격거리 금지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내에서도 다른 의견이 나온다.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을 지낸 최재관 민주당 여주양평지역위원장도 이날 <소리의숲>과의 통화에서 "사실 태양광은 혐오 시설이 아니니까 이격거리를 설정하는 것 자체가 좀 모순적이긴 하다"면서도 "농촌 주민들의 참여나 공감대를 형성하는 다른 대안 없이 이격거리를 철폐하면 갈등이 완화되는 게 아니고 격화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최 위원장은 "실제 지난 몇 년간 태양광 발전이 농촌 주민들의 동의나 참여 없이 진행되면서 문제가 많이 발생했고, 그걸 막기 위해 이격거리가 생긴 것"이라며 "이격거리를 당장 법안으로 없애기보다는 에너지 기본조례를 통해 지역 주민의 참여를 보장한다는 조건하에 예외를 두는 방식이 지금 우리 현실에 더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도 여주의 경우 지역주민·농민·협동조합이 주도하는 경우 이격거리에 예외를 두는 방식으로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었다"며 여주의 마을 주도 태양광 발전시설을 긍정적 사례로 제시했다.

정의당 전남도당은 지난해 "최근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잇따라 태양광 설비 이격거리 폐지를 위한 법안을 발의하면서 농민들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태양광 이격거리 폐지는 현장 주민들의 의견은 묵살되고 지자체의 고유 권한이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해 태양광 사업자의 힘만 키워주는 꼴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낸 적이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소리의숲'(https://forv.co.kr)에도 실립니다.
#태양광 #재생에너지 #이격거리 #최재관 #기후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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